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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계절 Oct 16. 2023

실수? 오히려 좋아 - 꽈배기 반팔 니트

뜨개질 하면 차분해진다고 누가 그랬어

다시 대바늘로 돌아와, 올해 두 번째 여름 니트를 만들기 위해 도안을 찾았다. 여름 뜨개 특징이라면 특징인데, 대부분 얇은 실로 성글게 뜨는 작품이 많아 겨울 의류보다 완성도가 낮아 보이는 경우가 있다. 분명 도안에 맞게 떴는데 온몸에 레이스 커튼을 휘감은 듯한 느낌이 난다. 같은 도안으로 작업한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보면 예쁘기만 한데, 왜 내가 떠서 입으면 웃긴지 모르겠다. 그래서 여름에 뜨는 옷이더라도 빈틈없이 촘촘하게 완성되는 작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반소매에 짧은 기장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인터넷을 둘러보는데 무언가 무늬가 들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바로 전에 뜬 니트가 민무늬라 조금 심심한 느낌이기도 했다. 코를 줄이거나 늘리며 기법을 이용해 무늬를 만들 수도 있고, 다른 실을 넣어 배색을 통한 무늬를 만들 수도 있다. 고민하다 가장 만만한 꽈배기 무늬로 만들기 시작했다. 


아가일 무늬도 고민 대상이었지만 배색용 실을 따로 샀다가 애매하게 남는 걸 극도로 싫어해 그냥 포기했다. 자투리 실이 남을 때마다 처치 곤란이라 더 늘리면 안 된다. 나중에는 자투리 실을 활용한 무언가를 만들어봐야겠다. 


꽈배기 무늬도 어떻게 구상하느냐에 따라 참 다양한 무늬가 나오는데, 나는 ‘스크류 썸머 니트’ 영상을 참고해 만들었다. 실과 바늘, 뜨는 사람의 악력(장력 조절)에 따라 같은 무늬를 뜨더라도 크기가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의류를 만들 때는 꼭 시작 전 ‘스와치’라는 걸 먼저 떠본다. 말하자면 ‘무늬 미리보기’ 같은 느낌이다. 



한 달 동안 조금씩 떠 완성한 내 소중한 니트. 에어울을 사용했고, 니트프로 조립식 바늘 5mm를 이용했다. (고무단은 4mm.) 등에서 어깨 라인을 먼저 만들고 앞판을 뜬 다음 허리까지 원통으로 이어 뜨면 된다. 세미 탑다운 방식이라고 해야 할까. 무늬도 무늬고 경사 뜨기가 필요해 뜨개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나는 저먼 숏 로우 방식으로 경사를 떴는데, 이 기회에 익혀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뜨면서 우여곡절이 없었다면 또 내가 아니지. 유난히 이번 뜨개에는 실수가 많았다. 자세히 보면 꽈배기 전후로 구멍을 내야 하는데, 오른쪽 왼쪽 번갈아 내야 하는 걸 정신 놓고 뜨다가 망친 부분이 여기저기에 있다. 어디에는 왼쪽만 연달아 세 개의 구멍이 났기도 하고, 어디에는 오른쪽에 연달아 구멍이 났다.


게다가 첫 시도에서 호기롭게 4.5mm 바늘로 뜨던 중, 웬 강아지 옷이 보이길래 이건 아니다 싶어 결국 ‘푸르시오’ 했고, 5mm로 다시 시작했다. 뒷판과 앞섶을 이어준 후에야 사이즈가 작은 걸 알아채는 바람에 새로 시작하기 전에 깊은 한숨을 쉬어야만 했다. 


앞서 말한 구멍을 잘못 내는 실수도 한두 번 일어난 게 아니다. 처음에는 실수를 바로 잡으려고 잘못 뜬 부분까지 풀어 다시 뜨는 식으로 교정했는데 나중에는 그럴 생각도 들지 않아 그냥 뒀다. 나도 이 옷에서 얼마나 많은 실수가 있는지 모른다. 


천천히 살피면 분명 눈에 보이겠지만 굳이 찾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실수다. 그걸 붙잡고 스트레스 받아 봐야 나만 힘들다. 물론 잘못 뜬 걸 알았을 때는 절망했다. 또 여기까지 다 풀어야 하나. 왜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못했을까. 이렇게 정신을 놓고 있으니 당연히 틀리지. 이제 놀랍지도 않다. 


그러다 한 번 모른 척, 넘어가기로 했다. 내 눈만 흐리게 뜨면 되는걸. 애초에 즐겁자고 시작한 취미에 난 왜 항상 이렇게 화를 내고 있을까. 이렇게 초점 없는 눈으로 실수를 덮어두고 완성한 옷이다. 이쯤에서 내가 한 모든 생각이 자기합리화인 걸 알았지만 이왕 합리화한 김에 더 해보기로 했다. 


눈에 띄진 않지만 실수가 있는 옷. 그럼 실수 찾기 게임을 해보는 건 어떨까? 어느 부분에서 잘못 떴는지 먼저 세 군데를 찾는 사람에게 상품을 준다면? 진 사람이 벌주를 마시는 술 게임을 한다면? 사실 내가 이걸 노리고 실수한 거라면? 아, 물론 그건 아니다. 하지만 이른바 게임성까지 갖춘 옷인 것이다. 두둥 탁.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전에 완성했던 옷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다. 몸에 꼭 맞고 무엇보다 경사 뜨기 덕분에 어깨선이 기성 옷처럼 자연스럽다. 실수 좀 하면 어떤가. 이렇게 예쁜 옷이 완성되었는데! 


다음엔 또 무얼 떠볼까. 귀찮아서 넘겨왔던 배색을 도전해볼까, 만들다 만 개구리 인형을 완성해볼까. 역시 뜨개는 중독성이 강하다. 완성과 동시에 다음 뜨개를 고민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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