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살이에서 알게 된 책방언니가 나에게 가끔 하는 말이 있었다.
"복아님은 시간부자이니 무엇이든지 해 보셔요!" 이 말이 뭐랄까...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회사'에 매어있기 때문에 오롯이 쓸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다. 그러나 약 8개월 간 '백수생활'을 하면서 건강한 나의 몸과 정신만 있다면 이 시간을 잘 채울 수 있을 것 같은 자기 확신마저 들었다.
'시간부자'라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돈이 많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 과거에 나의 첫 자취를 했을 때 거의 외식을 했고, 요리다운 요리를 만들어 먹지 않았다.(이때는 고등학교에서 근무중이라서 거의 학교에서 일하느라 개인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서울살이'로 돈을 아껴야 되는 상황이 오자, 집밥을 해 먹기 시작했다. 시간이 많으니 '요리'를 만드는 시간 자체도 아깝지 않았다.
서울살이 전반기는 너무 바빴고, 서울이라는 도시의 매력에 빠져 맛집과 카페의 콘텐츠를 찍으면서 보냈었다. 그 결과 돈을 많이 썼고, 인생 최고의 몸무게를 찍었다. 이와 반대로 지금의 나는 돈을 아끼려고 '집밥'을 해 먹은 덕분에 요리에 '요'자도 몰랐던 나이지만, SNS의 도움으로 집밥김선생을 유지한지도 지금 약 두 달이 되어가고 있다. 그 결과 나의 몸무게는 다시 예전의 정상적인 몸무게로 돌아왔다. 그리고 요리를 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요리를 잘하는 사람은 머리가 좋아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이유는 단시간에 여러 요리를 하기 위해서 순서를 잘 정리해야 했다. 또한 예산에 맞춰 대체재들을 찾아서 다양하게 이용 또한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무'라는 식재료를 샀다면 썩지 않고 다 쓰기 위해 다양한 요리를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서 발견한 레시피가 있었다. 일명 '참치간장무조림'이었다. 요리초보에게 생선은 낯설기에 대체재인 참치 덕분에 잘 졸여진 무와 함께 참치를 먹을 수 있었다. 사실 '무'를 산 이유는 카레 할 겸 산 소고기가 남아서 미역국은 많이 먹어서 지겹고, '소고기뭇국'을 먹고 싶어서 산 식재료였다. 이처럼 모든 감각(시각, 촉각, 청각, 미각, 후각)을 동원하여 '요리'를 해 보니 너무 재밌었다. 최근에 가장 뿌듯했던 요리는 '나 혼자 산다' 프로그램에서 조규현 님이 만든 '다이어트잡채밥'이다. 기본 레시피는 그대로 가되 '컵누들 매운맛 대신에 컵누들 우동맛'을 선택했고, '건표고버섯 대신에 건목이버섯'을 바꿔서 요리를 해보니 나의 취향에 맞는 한 끼가 완성되어서 뿌듯했다. 그 글을 블로그에 올렸는데.. 덕분에 최근에 조회수가 폭발하기도 했었다. 이처럼 시간부자인 '백수'의 삶을 살면서 '요리'가 나에게 주는 매력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쁘디 바쁜 현대사회는 어쩌면 이런 요리하는 시간마저 사치로 만들어 가는 추세가 되어 버려서 안타까운 현실이다.
시간부자인 백수라면, 본인이 좋아하는 식재료로 집밥 한끼를 대접해 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