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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AJUHYUN Apr 26. 2023

중소기업의 현실과 생존 "1편"

"훌륭한 동료"에 관한 이야기

첫 글로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지 고민했다.

"업"에 관한 글을 쓰기로 한 것은 확정적인데(사실 그것 말고는 쓸 주제가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어떤 글을 쓰는 것이 많은 분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위주로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감을 얻을만한 글보다는, 단 몇분이라도 좋으니 큰 공감과 도움이 될만한, (조금만 더 욕심을 부려본다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글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첫 소개글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우리 대부분은 사실 중소기업에 다닌다. (꼭 같은 의미는 아니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중소기업은 스타트업, 벤처기업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치자.)


2020년 기준 통계청 자료를 보면, 전체 일자리 수는 6,820,850개 중에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수는 13,728개. 비율로는 0.2%다. 이를 바꿔 말하면, 우리 대부분은 6,807,122개. 비율로는 99.8%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을 다니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취업이나 직장생활에 관한 대부분의 콘텐츠들은 사실 대기업과 중견기업과 공기업, 공무원에 관한  것들 위주로 언급된다. 물론, 중소기업 다니는 것이 딱히 자랑일 것도 아니거니와, 오히려 숨겨야 할 대상이라고 여겨지기도 하니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99.8%의 독자들에게 대기업이 어떻고 공기업이 어떻고 하는 것은 "희망고문" 혹은 "그림의 떡"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만 커질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열심히 준비하셔서 대기업 등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독자 분들도 그러하길 응원한다!)

 

정리하면, 냉철하게 볼 때 우리가 몸담은 곳에서 고민이 이루어지는 것이 현실적이다.

"어떻게 좋은 중소기업을 찾을 수 있을까"

"어떻게 이곳에서 나 스스로를 지키며 성장시킬 수 있을까"

와 같은 고민들이 훨씬 실효성 있는 고민들이다. 최소한 확률적으로, 통계학적으로는 그렇다.


그래서 한동안은 중소기업의 현실과, 우리는 그 속에서 어떻게 커리어를 쌓아나갈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를 써 내려가 보고자 한다. (아마도 이 부분은 필자가 할 이야기들이 꽤 있기 때문에 최소 서너번은 다룰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그 중 첫번째로 "동료"에 관한 이야기.



"훌륭한 복지는 최고의 동료입니다."


요즘 스타트업 위주로0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물론, 스타트업에서 HR을 담당하는 필자도 이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여러분들도 어느 정도는 동의할 것이다. 면접 때 많은 사람들에게 회사를 선택할 때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냐는 질문을 많이 드리는데, 그중 1~2위를 다투는 것이 "좋은 동료"이니까.


그래서인지, 최고의 동료임을 강조하는 이 표현이 중소기업에는 이런 뉘앙스로 쓰이는 느낌이다.

"우리 회사는 딱히 내세울만한 복지는 없지만 동료들과의 관계는 나쁘지 않아요"


인사팀에서 일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사실 일이 어렵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가 하는 일이 달에 로켓 쏘아 올리는 것도 아닌데 사실 일이 힘들어 봤자 거기서 거기이지 않겠나. 

결국, 대부분의 고민들은 사람에 관한 일로 귀속되며, 사실 이는 규모가 큰 기업이라 하더라도 매한가지다.

"자기 일까지 떠넘기는 또라이 상사때문에 힘들어요."

"눈치 밥말아먹은 모 팀원때문에 고민입니다."

"그쪽 팀 사람들은 한결같이 너무 이기적이에요."

"누구 라인으로 서는 것이 현명한 판단인지 모르겠어요."


나 또한 충분히 공감한다. 나도 직장 생활에서 힘들었던 적을 돌이켜 보면, 일이 힘들었던 적보다 사람이 힘들었던 적이 많았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세울 것 없는 중소기업의 현실에서 착하고 나이스한 동료들이 있다는 것은 실제로 그나마도 큰 장점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최고의 동료가 훌륭한 복지라는 이 표현이 "인간관계"에 관한 차원 뿐일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누군가에게 최고의 동료가 되려면, 그저 남에게 일 안떠밀고, 눈치 적당히 챙기고, 적당히 이타적인 가면을 써주면 끝날 일이란 말인가.


최고라는 표현이 "무엇"의 최고임을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이러한 최상급의 수식어가 붙기 위해서는 모든 면에서 뛰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적당히 사회생활 잘 하고 사람들에게 어느정도 신뢰감을 주는 꽤 나이스한, 우리 주변에서 가끔 있는 괜찮은 동료 말고.

 

매 순간마다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대부분의 순간이 나이스하지만 때때로 직설적인 피드백도 날릴 줄도 알고, 누군가의 눈치를 봐가면서 정치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조직을 위해서라면 동료들과 다른 의견을 내는 것에도 거침이 없다. 때때로 사람을 무섭게 질책하지만, 때때로 알 수 없는 부드러운 말로 사람을 감동시키기도 한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그 성장을 타인에게 강요하여 함께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게 만들며, 시간이라는 자원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이런 사람과 함께하면 사실 마음이 편안하기보다는 어딘가가 불편하고 불안한 감정이 느껴진다.

심리학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이런 사람들은 끊임없는 변화를 강요하기 때문에, 마치 메기 한마리가 작은 시냇가를 진흙탕으로 만들어버리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팩트는, 이런 사람과는 6개월만 함께 일해봐도 내 스스로를 성장시킨다. 더 높은 목표를 향하도록 끊임없이 채찍질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도 덩달아 성장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이런 분들이 주변에 많을 수록 내 스스로의 가치는 매우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잠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우리가 다니고 있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되돌아보자.

필자가 언급했던 그런 동료를 본 적이 있는가?

어쩐지 재수없다고 느끼는 동료는 가끔 있지만, 그 분을 최고의 동료라 칭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면이 있지 않은가? 

실력은 있다고 느껴지지만, 리더십이나 동료들과의 관계에 있어 부족한 점이 있지 않은가?

정치적으로 행동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훌륭하게 처세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는 않은가?

그가 주변 동료들을 성장시킬만한 동료인가?


이것이 중소기업의 현실이다.

대기업 등에서는 종종 발견되곤 하는 이런 최고의 동료가, 내가 다니는 지금 회사에는 없다는 것이다.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세번씩이나 이사를 했던 것처럼 우리에게 환경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평범한 중소기업의 환경에서 좋은 동료를 찾기 어려운 이 현실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최고인 동료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들과 실력의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테다.


어떻게 극복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한 끝에, 필자가 찾은 답은 이렇다. 

"그래. 내 스스로가 먼저 누군가에게 훌륭한 동료가 되자."

"그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높은 기준의 잣대를 들이밀자."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내 스스로가 "최고의 동료"가 되면, 두가지 효과가 나타난다.

첫번째로는 (동료들이 함께 변화에 동참한다면) 주변 사람들이 덩달아 훌륭해지고, 나아가 회사가 훌륭해지는 효과.

두번째로는 (동료들이 함께 변하지 않는다면) 주변 사람들에 비해 압도적인 차이가 나는 효과.


여기서 나는 (사람들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두번째 효과에 좀더 주목한다.

여러분이 정말 대기업으로 이직하고 싶은가? 

아니면 중소기업 중에서라도 가족들,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을 만큼 좋은 곳으로 이직하고 싶은가?

대기업 직원들만큼 높은 연봉을 받는 고소득자가 되고 싶은가?


일단 최고가 되어 보자. 지금 내가 속한 이 하찮은 회사에서라도, 짱 한번 먹어 보자(?)

나 스스로가 빛나는 사람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주변 동료들로부터 인정을 받기 시작한다. 범접할 수 없는, 넘사벽 같은 존재가 된다.

사방에서 나를 찾기 시작하고, 조직의 중요한 의사결정, 문제 해결 과정에 항상 내가 포함된다.

성과를 해결하다 보면, 스스로 내가 여기에 머무르기엔 너무 아까운 존재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주변 사람들도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리기 시작한다.

대표님도 팀장님도 더이상 나를 붙잡고 있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이력서를 내면 여러 곳에서 연락을 받게 된다. 심지어 헤드헌터나 지인 등등의 추천도 받게 된다.

면접을 가도, 내가 면접을 보는건지 회사가 면접을 보는건지 헷갈리게 된다.

주도권이 바뀌는 순간 연봉의 앞자리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내 스스로 선택한 길이므로, 힘들지 않고 오히려 인생에 활력이 생긴다.

시작은 우리 회사 20명 중에서 짱 먹어보자(?) 였는데, 주변이 바뀌기 시작하고 결국 인생이 바뀌게 된다.



워라밸이 연봉보다 우선되는 요즘 시대에 이러한 꼰대성 글이 얼마나 공감이 될지는 모르겠다.


평범한 중소기업의 사원, 대리, 과장이자 

지금 회사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면서 무심히 스크롤을 내리며 이 글을 보고 계시던 당신.


아주 만약 이 글을 보며 조금이라도 자극이 되었다면, 스스로가 먼저 "최고의 동료"가 되기로 결심했다면, 

지금 이순간 나는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어떤 태도로 업(業)에 임해야 할까.


답은 여러분이 이미 알고 있다. 분명한 것은 어제의 나와는 분명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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