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후기록 02화

죽음과 권력의 서사(敍事)

왕좌의 게임 - HBO Drama

by siwoo

내가 그 친구의 갑작스러운 부고(訃告)를 받은 건 얼마 전이다. 오랜 시간이 흘렀고 수많은 사람들과의 기억이 희미해지듯이 그 친구의 존재도 하는 일 없이 부산스러운 나의 요즘 인생사에서 제외되거나 감춰져 있어서 그의 부고는 너무나 뜻밖이었다.


그래, 이 친구가 있었지. 오래 전의 회사생활에서 팀장으로 있던 팀의 과장 직책으로 일 잘하는 친구로 기억하는 그 친구의 죽음에 대해서 갑작스러운 깊은 추모와 함께 그 친구와 함께 했던 오래된 기억을 다시 생각해 내는 시간을 잠시 가졌지만 과묵한 성격의 그 친구와는 두드러질 만한 기억과 추억은 없었고 그저 묵묵히 자기의 생각과 사고의 영역이 확실했던 친구였다는 기억만 추출해 내고 말았다.


그러던 중에 보고 있던 OTT 서비스에 미국의 HBO 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내용을 접하고 그 많은 드라마 중에서 "왕좌의 게임"을 발견한 것이 다시 그 친구에 대한 작은 기억을 소환하였다. 그 당시 그 친구는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들어오지도 않았던 왕좌의 게임을 어떻게 봤는지 그 내용에 푹 빠져 있었다는 얘기를 종종 하곤 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저리도 빠져있는 걸까? 하고 긴 호흡의 드라마를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던 나는 그저 그런 외국 드라마겠지 하고 단순한 결론을 내리고 지나쳤다.


왜 그 친구는 이 드라마를 좋아했을까?


드라마를 다 보고 난 후의 느낌으로 말하자면 어둡고 우울하지만 기발하고 쇼킹하며 흥미로운 판타지 요소에 이해가 되는 인간과 권력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그 친구는 좋아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취향과 비슷한 취향을 그 친구는 가지고 있었다는 얘기라서 너무 뒤늦게 그 부분을 알게 되어서 그 친구에게 조금 미안하다. 그 당시에 내가 적극적으로 이 드라마를 알았더라면 그 친구랑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을 텐데..


긴 호흡의 드라마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시즌1의 1화를 보고 난 후에 몇 년 전의 95화짜리 중국드라마 삼국지를 다 본 전력으로 한번 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퇴근시간 (출근 시간은 조느라고 못 보고..), 집에 돌아가 잠들기 전에 잠깐, 자투리 시간 등을 이용하여 총 시즌 8까지 73편을 다 봤다.


워낙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와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각각의 서사가 있는 까닭에 긴 간격을 두고 띄엄띄엄 봤다가는 지난 스토리의 내용을 까먹는 일이 있어서 밤을 새우며 이어서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긴 여백을 주지 않고 보려고 노력했다. (드라마 보는데 이런 노력을...)


그만큼 스토리나 드라마 완성도에 있어서 완벽에 가까운 드라마를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약 8년에 걸친 제작 기간도 놀랍고 10년도 더 된 드라마에서 마치 블록버스터에 버금가는 스케일을 접하는 화면 구성에서 또 한 번 놀랐다.


하나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칠왕국의 다양한 권력을 가진 인물들 간의 속고 속이고,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이야기와 그에 대한 복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선함과 악함이 공존하는 이야기 속에서 어떻게 선함과 악함이 사람의 인생사에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성찰, 마지막으로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자유로운 상상력에 대한 구성은 이 드라마가 왜 영화가 아니고 드라마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명확한 사실을 전한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왕국의 다양한 인물에 대한 스토리가 각 화마다 주인공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을 모두 주인공으로 봐야 한다. 나는 그중에서 존 스노우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왕국의 이인자에 해당하는 성주의 서자로 태어나서 갖은 서러움을 헤치고 왕국을 통일하는 전쟁에서 리더로 성장하는 모습에서(홍길동?) 선한 리더의 영향력을 보게 된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권력에 대한 욕심으로 가득 찬 리더들의 결말에 대한 반작용으로 존 스노우의 인생사 진행 방식을 또 지켜보고 그의 선한 행보에 대한 동의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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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현재 우리는 또다시 우리나라의 권력자에 대해서도 그 권력에 대한 욕심이 최종적으로 또다시 악영향을 되풀이한다는 되돌이표 같은 역사의 한 장면을 또 보게 되었다. 사람들은 권력을 가진다는 것에 대한 책임이 얼마나 막중하고 그 책임에 대해서 올바른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야 한다.


"가장 위험한 권력은 자신이 정의롭다고 믿는 권력이다."

– 알렉시 드 토크빌


우리는 그 권력을 바라보거나 또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자유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음을 드라마를 보면서 다시 한번 느껴본다..


엄청난 블록버스터의 재미를 가진 드라마를 너무 심각하게 봐버렸다. 이전에 삼국지를 보면서도 그랬는데 이런 역사류의 이야기를 체험하면서 그 역사나 시대의 사람들 자체에 대해서 몰입해 버린다는 나의 치명적인 단점이자 장점을 이번에도 느꼈다. 그만큼 삼국지와 더불어 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다시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 이 드라마를 사랑했을 그 친구에 대한 명복을 빈다.



* 두 번째로 눈여겨본 인물은 라니스터 가문의 막내 티리온 라니스터를 연기한 피터 딘클리지.


이미 엑스맨 등 여러 영화에 출연한 그를 이 드라마에서 눈여겨본 이유는 드라마 자체에 등장하는 귀족 가문의 "수치스러운" 난쟁이라는 엄청난 핸디캡을 가진 인물이 어떻게 권력의 중심에 계속 있으면서 생존하게 되는가의 그 "존재" 자체에 대한 엄청난 연기를 선보였다. 알아본 바로는 피터 딘클리지가 자신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하여 어릴 적부터 말하는 것과 대화하는 것에 대해서 엄청난 노력을 하여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어 배우의 길로 들어서고 그 배우의 길에서 또한 명확한 대사와 연기로 주요 역할을 해 내었다는 그의 이력에 대해서 또 감동을 받았다. 역시 장애는 한계가 아니라 도전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동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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