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검은 머리 인간 Jun 07. 2023

9회 : 결전(決戰)


 2020년 5월 ‘장문별’양 나이로 15세 때 폐암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대형병원이다 보니 들리는 소리들은 다 중대한 병 관련 이야기뿐이다. 그중 어느 보호자는 가격이 부담스러웠던 탓인지 다시 오겠다고 하고 문을 나선다. 남의 일 같지 않아 맘이 무겁다.


수술 당일 날 수술실 들어가기 전 넘겨주는데 행여라도 그 모습이 마지막이 될 까봐… 수의사 선생님께 눈물 반 콧물 반 범벅을 한 채 고개 숙여 인사를 드리고 그렇게 한참 병원을 서성거렸다. 수술 도중 제발 나를 호명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수술은 그 작은 몸을 거의 반 남짓 갈라야 하며 갈비뼈를 벌려서 폐의 5분의 1을 절제해야 하는 수술이다. 수술 후에는 혹시 있을 후유증 외에도 벌린 갈비뼈가 회복되는 데 꽤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이 암에 걸렸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어느 날 내가 낯설고 무서운 곳’에 던져 놓은 뒤 모르는 사람들이 아픈 검사들을 하고 깨어났을 때는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고통과 자기 몸만 한 링거가 주렁주렁 달려 있을 뿐이다.


‘ 나를 얼마나 원망할까..어찌 생각할까… ’


 

 인고(忍苦)의 시간이 지나고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는 기쁜 소식과 함께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별’양의 안정을 위해서 며칠 동안 병문안은 금지된다. 병원에서는 그 사이 잘 지내고 있는지 동영상을 찍어서 보내준다. 동영상 속 그녀는 큰 주삿바늘을 달고 힘없이 누워있다. 병실 문을 여니 겨우 고개를 돌려서 누가 왔는지 확인한 후 내가 아닌 것을 눈치챘는지 곧바로 홱 돌려버린다. 혹시라도 버려졌다고 생각하면 어쩌나 너무 걱정되었다.


 


 마침내 병문안 허가가 떨어져 한시바삐 병원을 방문했다. 면회실에 ‘별’이가 들어오자마자 구슬피 울며 말을 한다. 한참을 길게 통곡한다.


‘ 그래. 그래. 별아, 별이 강아지, 장문별, 흰 털짐승, 얼른 집으로 가자 ‘.


 불행 중 다행으로 0 기암 판정을 받아 방사선 치료와 같은 수술 후 치료가 필요 없었다. 며칠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녀가 목놓아 울부짖는다. 절규하는 ‘별’양의 모습으로 수술이 얼마나 고되고 힘들며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현재 그녀는 폐암을 멋지게 이겨내고 2023년 100세를 맞이했다.


 

슬쩍 보태기 : 폐암 선고 후 심경


그녀와의 이별에 대한 두려움


평상시에 더 잘해 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후회


성공적 수술에 안도와 기쁨과 감사


맘 고생 했을 그녀를 생각하니 드는 속상함


힘든 수술을 잘 이겨낸 그녀에 대한 대견함과 고마움


앞으로 더 잘해줘야겠다는 다짐


 


이전 09화 8회 : 고얀 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