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나보다 건강검진을 더 자주 받는다. 흐미~ 병원비도 더 비싸다. 사람의 시간보다 강아지의 시간이 훨씬 빨리 흘러가기 때문에 건강검진 결과를 듣는 날은 내 눈동자가 땀이 나는 날이다. 어느 건강검진 날 수의사 선생님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던 중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뜸을 들이다 차분한 어조로 조심스럽게 건네는 수의사 선생님의 말씀.
‘ 엑스레이 소견상 폐에 이상한 것이 보이네요. 좀 더 큰 병원으로 가서 체크를 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CT를 찍을 수 있는 병원으로 빨리 가시죠. ‘
강아지는 정밀 검사와 큰 수술이 가능한 병원이 사람 병원만큼 많지 않기에 부랴부랴 병원을 섭외했다. 병원에 도착하니 환견(患犬)들이 이미 꽉 차 있었다. 큰 병원이니만큼 다양한 종류의 개들과 불안해하는 강아지들의 숨소리로 가득했다. 병원 특유의 냄새와 걱정스러운 눈빛의 보호자들 바삐 움직이는 간호사들과 동물 친구들의 호명으로 정신이 없다. 눈을 떼굴떼굴 굴리면서 어리둥절해하는 그녀를 진정시키고 검사실로 들여보냈다. 한숨 한 스푼. 이마 주름 샷 추가
폐암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듣고 한동안 침묵만이 흘렀다. 나이가 들면서 어디가 아플 수도 치매에 걸릴 수도 있을 거란 예상을 하면서 살았다. 그런데 막상 닥치니 눈물만 나고 답이 안 나왔다. 언젠간 이런 날이 올 거라 짐작했지만 선택의 시간이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쳤다.
‘ 우리 별이는 나이도 많은데 잘 견딜 수 있을까… 후유증이 생기면 어쩌지…. 수술하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흑흑….’
그녀의 생사가 갈릴 수도 있는 수술을 선택해야만 했다.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요청할 곳을 찾았다. 병원 측의 얘기가 나에겐 너무 중요한 정보였다. 수의사 말 한마디에 내 가족의 생명과 앞으로의 삶이 달렸기에…
집에 와서 예전 다니던 병원과 유명 병원들 그리고 집 근처 수술 가능한 병원에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전화로 아이 나이와 상태를 들은 후 병원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수술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경우는 후유증은 정말 안 좋은 경우에 나타나는 것이니까 그래도 시도해 보는 것이 낫다는 조언이었다. 또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게 맞는 방법이기에 좀 더 적극적인 치료를 추천하는 쪽이었다. 부정적 의견으로는 수술 위험성과 후유증, 수술과 방사선 치료에 따른 고통으로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어서 비 추천하는 것이었다.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하는 데다 아이를 계속 관찰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조언이라 감안하고 들었다. 그러다 한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 아무래도 나이가 많다 보니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수술을 한다고 해도 똥~ 똥~ 똥~ ‘
우리 별이는 비록 폐암선고는 받았지만 다른 면은 전체적으로 건강한 편이었다. 그 수의사의 뒤의 말들이 더 많지만 글로 더 옮기고 싶지 않아서 셀프 삭제하겠다. 매정하고 일말의 희망도 없이 단정 짓는 말에 이를 꽉 깨물었다.
‘ 입에 칼을 달았군. 두고 봐!! 수술 성공하고 몇 년 뒤 잘 지내는 모습으로 보란 듯이 내가 너한테 다시 전화하마. ‘ 나도 칼을 갈았다.
수술을 진행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하루에도 수없이 결정을 번복했다. 수술했을 때 장점과 단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수술을 받지 않고 약을 먹는 방법으로 수명을 연장할지, 조금이라도 더 커지기 전에 빨리 수술을 해서 회복 관리에 집중해야 할지 고민에 고민을 이어갔다. 물론 수술 성공과 후유증이 없다는 전제지만 말이다.
그로부터 며칠 뒤 폐암 수술을 예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