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두 달 살아보기
일단 떠나기로 했다.
모든 것에 지쳐있었고, 어쩌다 보니 15년간의 결혼생활에 이혼이라는 종지부를 찍었고, 더군다나 딱히 하고 싶은 일이라든가 가보고 싶은 곳도 별로 없었다. 특히 해외여행은 여행지의 끝판왕이라는 스위스에 두 번 다녀온 뒤로 어디를 가봐도 딱히 감흥이 없었다. 적어도 내겐 그랬다.
그러다 문득 지구 반대편에 가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갈 수 있는 가장 먼 거리, 죽기 전에 그건 해봐야 할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종의 버켓리스트랄까. 그리고 혹시 지구 반대편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살짝 감상적인 생각이 나를 제법 강하게 잡아당겼다.
혼자서 떠나는 여행.
오래된 여행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대충 비행기 티켓과 숙소를 예약하고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무모하게 길을 나섰다. 텅 빈 열차에서 공항으로 가는 내내 여행의 설렘보다는 어쩐지 뭔가 고요한 시간들이 이 여행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예감이 들었다.
한국에서 비행기를 탈 때 비행사 직원이 나에게 귀국 티켓은 있는지, 비자는 있는지 물어보았다. (‘어라? 브라질은 무비자 입국 가능국인데 그걸 왜 물어보시죠?’라고 말하려다) “저에겐 인바이트 레터가 있는데요.”라고 대답했다. 브라질에 거주하는 지인이 보내준 프린트를 한 초청 메일을 제시했더니 한국인 직원이 싱긋 웃어주었다.
그런데 재밌는 건 비행기 타기 한 발 직전에 항공사 남녀 직원들한테서 각각 두 번이나 전화가 왔다는 사실이다. 당황한 직원들의 목소리는 긴박했다.
"혹시 오늘 공항 안 오셨나요?!"
상대방의 다급한 목소리에 내가 더 놀라서 순간 여행가방을 꽈당 떨어뜨렸는데, 사실 비행기 입구가 바로 코 앞이라 더욱 황당했다. 아무래도 뭔가 전산상의 오류가 났던 모양이다.
"저 지금 보딩 직전인데요."
순간 상대직원이 지었을 안도의 미소가 실제로 눈앞에 보이는 거 같았다. 가벼운 해프닝 속에 비행기에 올랐다.
내 옆자리에는 25살 청년 샴이 고향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는 고향으로, 나는 고향과 가장 먼 곳으로 가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