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두 달 살아보기
첫 비행기 12시간은 그래도 탈 만 했다.
Addis Ababa Airport에 내려 다음 비행기를 기다렸다. 옆자리에 앉았던 샴은 이제 고향집으로 돌아간다며 손을 흔들었다.
대기하는 동안 나는 목이 꽤 말랐는데 지갑에는 환전한 브라질 지폐만 있었다. 다행히 여권 안쪽에 미화 1달러가 있어서 음료수를 사 마실 수 있었다. 환타가 달고 시원했다. 비상금을 숨겨둔 과거의 나, 칭찬해!
두 번째 비행기에서는 옆자리에 수염이 덥수룩한 청년이
앉았다. 산업공학 전공의 과학자였는데, 대전 카이스트에서 1년 정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무려 200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닌텐도 DS 게임기로 ‘마리오 카트’를 플레이했다. 나 역시 게임 덕후라서 그의 플레이를 감상하며 엄지척을 해주었다.
사실 내 여행가방에도 정말 오래된 PS VITA가 있었지만, 그걸 꺼내려면 다른 승객들에게 너무 민폐가 될 거 같아서 꾹 참았다.
아무튼 내 옆 자리의 청년은 매너가 아주 좋았다. 화장실에 갈 때면 미안한 얼굴로 나를 배려했고, 식사 시간이 되면 나는 그를 깨워주기도 했다. 그렇게 잠깐이지만, 우리는 서로 챙겨주며 순식간에 친구가 되었다.
의외로 비행기에서 버르장머리가 없는 건 역시나 중국인과 한국인들이었다. (아마 내 바보같은 편견이겠으나.) 정말 못 말린다. 그래도 예전보단 좀 나아진 거 같다고 안도하는 순간 훅 치고 비매너를 난사한다. 그들은 식사 때마다 입맛이 맞지 않는다고 들으라는 듯이 큰소리로 투덜거렸고, 중국부부는 아이들이 술래잡기라도 하는지 비행기를 뛰어다니다 내 물잔을 쓰러뜨리데도 ‘애가 그럴 수도 있지! 나보고 뭐 어쩌라고?’ 하는 표정이었다.
진짜 “Manners Maketh Man.”은 두고두고 명문이다.
(원래 Manners Maketh Man에서 makyth는 고대 영어 문법상 make의 3인칭 복수형태의 동사다. 윌리엄이 살던 14세기의 영국에서는 -eth 어미가 3인칭 단수명사와 복수명사 모두에 쓸 수 있었다. -eth, -es어미가 엄격하게 3인칭 단수명사와만 어울리게 된 것은 셰익스피어 시대인 1500년대 이후부터다. 즉, 현재의 영문법으로는 틀린 문장이지만 당시의 영문법으로는 맞는 문장이라고 한다.)
다시 12시간을 날아서 마침내 상파울루에 도착했다. 총 비행시간 24시간. 하지만 아직 최종 목적지까지는 한 번 더 비행기를 타야 했다.
보통 브라질에 오면 남미 패키지여행으로 예수상이나 아마존에서 폭포를 보고 이틀 정도 머무는 게 일반적이다. 나는 그냥 관광보다는 다른 나라에서 유유자적으로 살아보기가 목적이라서 휴양지이며 지하철도 없는 시골인 아라카주를 목적지로 정했다.
그리고 상파울루는 귀국 전 마지막 한 주 정도 머물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좀 휴식이 필요했다. 나는 처음으로 브라질 지폐를 꺼냈다. 브라질에서의 첫 쇼핑은 스타벅스. 카푸치노 시켜놓고 카페인으로 정신을 차리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카푸치노의 가격은 15.5 헤알. 대충 4000원쯤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마지막 비행인 다음 비행기까지 10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