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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물원킨트 May 23. 2024

[짧은 소설] 오늘의 운세 (2)

02. 실험대상


    남자가 확률과 예언에 대한 연구대상으로 삼은 것은 다름 아닌 ‘오늘의 운세’이었다. 그것은 어느 잡지나 신문, 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비스였다. 노력하지 않고도 손쉽게 접근이 가능한 예언들. 그에게는 안성맞춤의 ‘실험대상’이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결과였다. 무엇보다 우선 시간적인 측면에서 남자는 즉각적인 결과물을 원했다. 복잡하고 지루한 것은 질색이었고, 그렇다고 너무 일회적인 실험에 의한 무성의한 결론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앞으로 한 달 동안을 실험기간으로 삼기로 했다. 하루나 일주일은 예언의 맞고 틀림을 검증하기엔 짧은 시간이었고, 그렇다고 일 년은 너무 긴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실험엔 한 달이 가장 적당한 시간이라고 그렇게 남자는 단정을 지었다.


    다음은 실험의 정확성이었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점괘들이 설치고 있어서 신문이나 사이트마다 그 운세가 동일한 경우는, 그의 기억에, 몹시 드물었다. 따라서 뭔가 장치가 따라야 했다. 실험의 신뢰도를 대변해 줄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남자는 생각했다.


    대체로 실험의 정확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연구에 있어서 ‘대조군’ 이 존재해야 하는 법이다. 여러 가지 발명된 신약들 가운데 어떤 것이 과연 질병에 효과가 있는지 아닌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A라는 약품의 주사를 맞은 쥐들과 B라는 약품의 주사를 맞은 쥐들, 그리고 때로는 아예 주사를 맞지 않은 쥐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남자는 복잡한 것을 싫어했다. 남자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단 하나의 실험대상 그리고 그것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택했다. 어차피 그는 연구소가 아니었다. 남자는 여러 마리의 실험쥐들을 갖고 싶지는 않았다.

 

    아울러 남자는 이 실험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에 관한 성실한 관찰과 기록이 필요로 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다행히 일기 정도는 아니더라도 남자에게는 자주 메모를 하는 버릇이 있었다. 평소의 메모하는 습관처럼 그는 ‘오늘의 운세’에서 지적한 점괘와 관련된 사항을 그저 적당한 정도로 체크하면 되는 것이다. 사실 메모조차도 필요치 않는 일이었다. 이를테면 그날의 운세가 ‘물을 조심하라’라는 식이면 물놀이의 경우나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마셨을 때 어떤 사건이 발생하는가를 주목하고 기억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남자가 실험을 앞두고 생각해 낸 한 가지 장애물이 있었다. 그것은 그의 생활이 불규칙하다는 사실이었다. 남자는 야간 대리운전을 전문으로 하는 이른바 ‘나이트 드라이버’였다. 낮에는 부족한 잠을 채우고, 밤에는 알코올에 녹아내린 사람들을 쏜살같이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실어 날라야 했다. 남자는 직업상 올빼미다운 생체리듬을 가진 경우였다.

    아무래도 그의 야간중심의 생활패턴이 지속되면 예언의 검증이 분명하지 않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남들이 활동하는 동안 시간에 잔다는 것은, 정규방송이 끝난 TV처럼 아무런 변화도 없는 단색의 화면과도 같았다.


    새벽을 가르는 야간대리 운전의 자가용은 적막하고 어두운 밤을 배경으로 한 채 그저 앞으로만 달려갈 뿐이다. 뒷자리에 잠든 승객은 없는 편이 차라리 낫다. 그곳엔 친구도, 말동무도, 애인도,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핸들을 굳게 잡은 남자 하나뿐.


     남자는 잠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이내 남자는 한 달 정도는 주간 근무를 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입은 줄어들겠지만, 주간에 일하게 되면 운전 가이드나 장거리 운전을 하게 될 테니까 뭔가 새로운 일이 일어날 게 분명했다. 어쩌면, 세상에 지루하고 심심한 것처럼 견딜 수 없는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남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비록 봉급을 덜 받게 되더라도, 이번만큼은 뭔가를 분명하게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남자에겐  강하게 작용했다. 남자는 이제 새로운 변화에 기꺼이 몸을 던질 각오였다.


   ‘오늘의 운세’를 검증한다! 남자는 새로운 목표에 의지가 솟아났다.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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