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자복권의 감소 법칙
태어난 뒤로 한 남자는 문득 궁금해졌다.
과연 이 세상의 많은 예언들이 맞는가에 관해서.
그 사소하고도 위대한 시작은 몇 달 전이었고, 퇴근한 뒤의 지하철 안에서였다. 남자는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내셔널 전자 정부의 화폐로 아시아 전자복권을 한 장 다운로드를 받았다. 그가 한 달 전에 구입한 스마트 폰이 최신형임에도 불구하고 다운로드는 5초가 넘겨 걸렸다. 그래도 비실명 거래가 보장되는 아시아 복권이라 남자는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순간 화면이 깜박거렸다. 당첨이었다.
그것도 당첨금이 100E였다. 4등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남자는 급히 이것을 스무 장으로 바꾸었다. 남자는 항상 그렇듯이 어떤 식으로든 끝장을 보고 싶어 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빈털터리가 되던지, 아니면 일확천금의 갑부이길 소원했다. 물론 누구나 그렇듯이 그 결과가 후자이기를 그는 강렬하게 원했다.
이 일은 운세에 관한 남자의 아마추어적인 최초의 실험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복권은 매번 이전 금액의 75%의 당첨금을 낳기 시작했다. 100E의 복권은 75E의 당첨금을 불러내었고, 그 75E는 55E가 되어버렸다.
남자는 이것을 자기 맘대로 ‘75%의 법칙’이라고 마음대로 명명했다. 그리고 이 기묘한 감액의 법칙은 최후의 몇 장이 남을 때까지 어김없이 계속 적용되었다. 마침내 되풀이되던 당첨금의 감소추세는 결국엔 제로로 마감되었다. 사실 이 법칙은 차라리 ‘25%의 감소법칙’이라 부르는 편이 옳았다.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남자는 속으로 쌍소리를 삼키는 것으로 이 사건에 종지부를 찍었다.
남자는 보통의 사람들보다 조금 높은 사행심을 지녔으며, 확률에 대한 아주 단순하고도 열렬한 관심을 가진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개인적 이익에 관련된 확률과 예언에 집착하는 성향이었다. 예컨대 그는 지난 20세기의 위대한 예언자라 불리는 ‘노스트라다무스’ 식의 세계적인 스케일의 예언이나 그 정확성에는 일절 관심이 없었다. 그런 것들은 아무래도 좋았다.
남자는 그런 것들은 처음부터 알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오로지 그 자신에게 연결된 것에만, 아주 개인적인 사안에만 흥미가 발동했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