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93) - 동대문구 제기동의 '나정순할매쭈꾸미 2호점'
동대문부터 신설동, 제기동, 청량리까지 참 신기한 거리와 시장이 많아 재미나다. 닭 한 마리 골목, 중앙아시아거리, 창신족발골목, 문구완구시장까지 지방과는 다르게 동네마다 명소가 자리 잡고 있다. 그렇게 따라가다 보면 용두동에 '쭈꾸미특화거리'라는 독특한 거리도 마주할 수가 있다. 큼직한 쭈꾸미 동상이 늠름하게 경례까지 하고 있는데.
그렇다. 오늘 소개할 곳은 서울 쭈꾸미 세계관의 대표 강자. 용두동 쭈꾸미 거리에 자리 잡은 '나정순할매쭈꾸미'다.
허나 아뿔싸. 주말 저녁시간에 찾으니 역시나 장난 아닌 웨이팅.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바로 부근 제기동 근처에도 (도보 20분, 차로 10분) 2호점이 있으니 말이다. 맛도 거의 차이가 없거니와 본점에 비해 덜 붐비고, 오히려 훨씬 쾌적한 공간으로 즐길 수 있다는 연인의 정보. 처음 방문한다면 본점 대비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우려로 본점만 고집할 수 있는데, 분점도 맛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가 봤다.
※ 나정순할매쭈꾸미 2호점 ※
- 영업시간 11:00 ~ 22:00 / 매주 일요일 정기휴무
- 주차는 불가해 보인다. (인근 공영, 민영주차장을 이용)
- 신발을 벗는 테이블식 구조 (과거에는 좌식이었으나 테이블로 교체된 듯하다.)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구분, 여자화장실은 2층이다.)
- 한창의 시간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도 있다. (필자의 경우 18~19시 사이로 웨이팅)
- 본점과 맛의 차이는 없다. 오히려 내부는 더욱 쾌적한 편이라 생각된다.
필자의 경우 산책을 위해 도보로 이동, 서울 약령시, 경동시장의 약재 향을 맡으며 이동하기로 했다. 약재 향과 함께 하는 밤 나들이, 공기만으로도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그렇게 약령시의 약재 시장을 뚫고 나오면 2호점을 만날 수가 있다. 자 저 빨간 쭈꾸미만큼이나 새빨간 외관의 가게로 들어가 보자.
이야, 2호점도 사람으로 북적이는구나. 다행히 웨이팅 줄은 없었으나 만석인 관계로 기다려야 했다. 18~19시 사이가 역시 피크 타임이다. 아무래도 쭈꾸미 → 볶음밥의 순으로 대부분 주류와 즐기다 보니 회전율이 높지는 않다. 기다린다. 2호점을 자주 찾던 연인은 예전과 다른 모습에 당황해하더라. 과거엔 본점보다 한산한데 깔끔하고, 맛도 차이가 없어 그 맛에 2호점으로 찾았었다고.
기다리는 동안 간략한 영업정보와 기타 정보들. 쭈꾸미는 베트남산을 쓰고 있다. 역시 자리 잡고 먹는 쭈꾸미라 그런 지 10분 정도 기다림 끝에 착석.
메뉴판은 중요하지 않다. 이곳에서는 앉자마자 인수대로 쭈꾸미를 내오기 때문. 어찌 보면 노하우나 요령이겠으나 주류, 등 부가적인 것이 필요할 수도 있기에 서비스적으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앉자마자 쭈꾸미를 볶을 판이 먼저 등장했다. 대전의 석갈비가 생각나는 둥근 판. 가게는 붐비지만 이후 쭈꾸미는 일사천리로 등장한다.
쭈꾸미가 슥 얹어지고.
쭈꾸미와 함께 곁들임으로 유명해진 '나정순할매쭈꾸미'의 천사채샐러드. 마요네즈에 달달한 맛을 더한 흔히 아는 횟집의 데코로 쓰이는 천사채다.
당근, 락교와 마늘. 나정순할매의 쭈꾸미 세계관에서는 쭈꾸미에 마늘을 붓는 것이 유명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볶을 시간이다. 표고버섯과 함께 양념된 쭈꾸미. 금세 끓기 시작하는데. 철일 때만 온전한 머리를 먹을 수 있나 보다. 그것보다 한창 전에 이곳을 즐겨 찾던 연인의 초조함을 보는 것도 묘미다. 확실히 '봉희설렁탕'도 그렇고 자주 찾던 곳에 공백기가 생기면 아쉬운 점이 잘 보이고, 실망하기 일쑤인데.
전언으로 양이 예전보다 줄었다는 말이 있었는데, 연인도 그렇게 느끼나 보다.
자, 이제 본격적인 시식. 양념이 잘 배기 위함인지 이곳은 한껏 끓임을 추구하는 듯하다. 통마늘도 부어 먹어본다. 역시나, 확실히 강자다. 양념은 달달한 편인데, 이후 반전처럼 맵게 확 치고 올라오는 편. 숟가락으로 국물과 함께 떠먹으면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맛있다. 당기는 맛이다. 양념만으로 보자면 서울 도처의 쭈꾸미 집 중 단연 손에 꼽을 집이다.
이후 볶음밥도 추가로 주문. 볶음밥은 약간의 탈이 있었다. 2인분을 주문했는데, (밥을 짓는 중이라는 안내로 꽤나 텀이 있었다.) 양념이 부족해 1인분만 볶을 수 있다고 하고 1개만 볶으니 조금 당황스럽다. 주문했을 때 안내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쉬운 부분이다. 보니 정말 특정 시간에 붐볐던 건지 모두 정신이 없어 보였는데, 스텝이 꼬였던 걸까 이해해 본다.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다.
이후 볶음밥을 시키면 나오는 된장찌개도 등장. 집 된장에 청국장 살짝 섞인 듯한 느낌도 있는데 나쁘지 않다.
용두동쭈꾸미거리를 시작으로 제기동 2호점까지 '나정순할매쭈꾸미'를 만나기 위한 여정.
확실히 양념 맛은 노하우가 있다. 다만, 제일 아쉬운 점이라면 서비스적 측면이 아닐까. 테이블 수 대비 직원분들의 소화가 꽤나 버거워 보였다. 때문인지 뭔가 질서정연하지 못한 응대 및 기준, 부산스러움이 강하게 느껴졌는데 스스로 주문하러 오는 경우도 꽤 있거나 계산이 늦는 이들도 있더라.
필자가 한창 시간 때 방문한 영향인데, 과거 한산했을 때의 서비스를 기억하는 연인에겐 당시보단 실망감이 조금 있나 보다. 보완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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