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 드로잉
우포늪은 공룡시대부터 그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거대한(국내 최대규모) 자연 습지대이다.
요즘은 어디를 가도 인간이 손을 대지 않은 곳이 별로 없다.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서야 대부분의 자연도 우리가 이용하고 보기 편하게 고쳐 두어서 날것 그대로의 자연의 모습을 보기가 어려운데 이곳은 그래서 특별한 곳이다.
주말에 우포에 갔다가 가을 잎을 몇 개 주워왔다.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한 번씩 왔으니 우리 가족에게 대자연을 체험하게 해 준 고마운 곳이기도 하다.
전에는 아기띠 하고, 유모차 끌고, 한 바퀴 다 돌려면 5-6시간 걸리는 극기훈련 비슷한 코스였다.
오랜만에 가서 훌쩍 큰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더 가벼운 발걸음으로 재바르게 걸어가니 쉬엄쉬엄 놀며 돌아도 4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인간이 만들어낸 그 어떤 것도 진짜 자연에 비하면 인공적이고 작위적인 것이 된다.
‘인위적'이라는 말 자체가 자연의 힘이 아닌 인간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뜻이니 말이다.
우리들은 자연스러움을 추구할 수는 있어도, 또 자연의 아름다움을 흉내 낼 수는 있어도,
진짜 자연의 무엇인가를 창조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닌 것 같다. 그냥 자연의 일부일 뿐..
‘나' 의도가 들어가서 개입이 이루어지는 순간 ‘인위적인 것'이 되니 말이다.
그래서 반대손으로 그려보라는 어떤 작가의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늘 쓰던 쪽은 내 의도를 바로 알아차리고 거기에 맞춰주지만 잘 안 쓰는 쪽은 내 말을 잘 듣지 않는다.
내 의도와는 다르게 자기 멋대로 해 버리기도 하는데, 그럴 때 자연스러운 선과 자연스러운 형태에 가까운 이미지가 나오기도 한다.
왠지 재미있기도 하다. 나의 뇌가 내 손을 완벽히 컨트롤하지 못하고, 서로 주거니 받거니 도와가며 티격태격하면서 같이 뭘 만들어 낸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