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낙서 드로잉

by 오월아이

아직도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확실한 답은 잘 모른다.

하지만 ‘내가 지금 어디쯤에 있는지’ 누군가 물어본다면 ‘생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답할 것이다.

물론 언제 삶이 끝날지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그렇게 느껴진다.

지금 내가 태어남과 죽음, 시작과 끝 딱 그 가운데 있구나.


나는 나의 인생을 여행하고 있는 여행자다.

그리고 지금은 이번 여행의 중간쯤에서 가장 설레기도 가장 바쁘고 정신없기도 한 하이라이트 부분을 여행하고 있다.

집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서툴고 낯설지도 않고, 끝나가는 날이 다가오는 것을 아쉬워하며 슬슬 정리하고 마무리를 해야 할 필요도 없는 날들.


그냥 온 마음과 힘을 다해 이곳에 있기만 하면 되는 날들, 지금.



오일 파스텔이 묵직하게 훑고 간 흔적,

잉크 적신 나뭇가지가 재빠르게 몸을 놀리다 간 흔적,

종이랑 가위가 사각사각 만났던 흔적,

흔적들이 남겨지고 서로 만나서 그림이 된다.

오늘 내가 종이 위에서 추었던 춤이다.

그 춤의 흔적이 남아 그림이 된 것이다.


보이지 않는 흔적도 있다.

일어나자 맡았던 내 아이들의 살내음,

오랜만에 동네 언니와 먹은 따끈한 국수 한 그릇,

요즘 동생네 아기 본다고 바쁜 엄마와의 통화,

순간순간 만들어지는 나의 하루의 흔적들.

오늘 내가 보낸 하루는 어떤 흔적들을 남길까.

그 흔적들은 또 어떤 그림이 될까.





72BF559D-2085-4A6C-9CEA-1E9575D80C1B.jpeg 잉크 적신 나뭇가지의 흔적





C37D2911-F23C-4E19-9EA7-2000F4A8FD31.jpeg 오일 파스텔이 묵직하게 훑고 간 흔적





AE0C9D90-6CF6-4836-85B8-367D0CBA674A.jpeg 오늘 내가 종이 위에서 추었던 춤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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