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결

관찰 드로잉

by 오월아이

인간의 기준에서 보면 나무의 피부는 ‘흉하다'해야 될 것이다.

메마르고 거칠고 쩍쩍 갈라지고 시커먼 데다가 얼룩덜룩하기도 하고 울퉁불퉁하기까지 하니 말이다.

하지만 사실 나무의 몸통을 감싸고 있는 껍질은 참 보기 좋다. 자기 가지에 달려있는 푸른 잎사귀들을 더 푸르고 빛나 보이게 하고, 과일과 꽃을 더 달고 고와 보이게 한다.

주변에 무엇이 있든, 어떤 곳에 있든 항상 어울리는 모습이다. '조화로움'은 ‘아름다움’과 친한 사이이니 나무의 살갗은 그래서 아름답다.

빛나지 않고도 그냥 그 모습 그대로 충분하다.


게다가 평생 선크림 한번 안 발라도 되고, 늘어지거나 주름질 걱정도 없고, 어떤 것은 몇백 년이나 천년 넘게도 끄떡없는데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피부는 꽤나 가성비 떨어지는 듯 ^-^





A700383E-1FA2-45BE-8B31-A2308CFDEBE3.jpeg 나무껍질에 종이를 대고 크레파스로 문질러서 표현한 프로타주 기법




2EABF66E-E92E-4795-8B73-086B499C0338.jpeg 우선 종이에 질감부터 표현하고 가위로 싹둑싹둑 나무 드로잉



도대체 언제 이만큼 컸지?

멈춰 있는 척하면서 자꾸 자란다.

아무도 눈치 못 챌 만큼 아주 천천히.

그러다가 놀랄 만큼 높게 팔을 뻗치며 커진다.

절대 움직이지 않을 것처럼 단단하게 땅을 딛고 서 있지만,

바람이 세게 불면 거기에 맞춰서 몸을 살짝씩 흔들기도 한다.

가지보다도 더 많은 뿌리들은 깊은 땅 속 윤기 나는 촉촉한 흙을 꽉 붙잡고 있다.


내 아이들도 한 그루의 나무처럼 자랐으면 좋겠다.

두 다리로 세상에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제자리에 중심 잡고 딱 서서,

하늘을 향해 두 팔 쭉 뻗치고.

수없이 많이 흔들리기도 하겠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잎과 열매를 풍성하게 맺었으면…

그리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나무처럼.





CE5F37E3-B05D-49EF-B744-7264AD971C1A.jpeg 나무만 보고 손이 가는 데로 종이를 자르고 크레파스를 눕혀 문질러서 색감을 표현





464F7F7F-657D-4FBB-88B4-FD14C219A4A6.jpeg 두세 가지 색을 섞으니 종이에 크레파스인데 제법 나뭇결 느낌




CDCE6FA6-CC38-4CCE-ABF8-F65748F61147.jpeg 나무처럼, 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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