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 드로잉
인간의 기준에서 보면 나무의 피부는 ‘흉하다'해야 될 것이다.
메마르고 거칠고 쩍쩍 갈라지고 시커먼 데다가 얼룩덜룩하기도 하고 울퉁불퉁하기까지 하니 말이다.
하지만 사실 나무의 몸통을 감싸고 있는 껍질은 참 보기 좋다. 자기 가지에 달려있는 푸른 잎사귀들을 더 푸르고 빛나 보이게 하고, 과일과 꽃을 더 달고 고와 보이게 한다.
주변에 무엇이 있든, 어떤 곳에 있든 항상 어울리는 모습이다. '조화로움'은 ‘아름다움’과 친한 사이이니 나무의 살갗은 그래서 아름답다.
빛나지 않고도 그냥 그 모습 그대로 충분하다.
게다가 평생 선크림 한번 안 발라도 되고, 늘어지거나 주름질 걱정도 없고, 어떤 것은 몇백 년이나 천년 넘게도 끄떡없는데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피부는 꽤나 가성비 떨어지는 듯 ^-^
도대체 언제 이만큼 컸지?
멈춰 있는 척하면서 자꾸 자란다.
아무도 눈치 못 챌 만큼 아주 천천히.
그러다가 놀랄 만큼 높게 팔을 뻗치며 커진다.
절대 움직이지 않을 것처럼 단단하게 땅을 딛고 서 있지만,
바람이 세게 불면 거기에 맞춰서 몸을 살짝씩 흔들기도 한다.
가지보다도 더 많은 뿌리들은 깊은 땅 속 윤기 나는 촉촉한 흙을 꽉 붙잡고 있다.
내 아이들도 한 그루의 나무처럼 자랐으면 좋겠다.
두 다리로 세상에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제자리에 중심 잡고 딱 서서,
하늘을 향해 두 팔 쭉 뻗치고.
수없이 많이 흔들리기도 하겠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잎과 열매를 풍성하게 맺었으면…
그리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나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