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곳, 숲 속

낙서 드로잉

by 오월아이

내 평생에 언젠가 오로지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고,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서 돈을 안정적으로 벌 수 있을까?

우리 가족 생활비 정도 쓸 수 있고 여행도 한 번씩 다닐 수 있을 정도.(생각보다 꽤 많이 들 것 같긴 하지만)

명품관의 물건이나 분양가 높은 집 같은 데는 크게 관심이 없으니 그 정도만 되어도 좋겠다.

딱 순수 창작만으로.

내가 오르고 싶은 산의 정상이 그곳이다.


지금은 어디쯤일까 혼자 짐작해 보니 아마 아직 중턱도 아닌 것 같고, 산으로 온 것 같긴 한데..

정상은 솔직히 어디쯤인지 감이 잡히지도 않는다.


근데 뭐, 산에 오르는 이유가 꼭 정상에 가는 데 있는 것만은 아니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이미 나는 숲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그곳에 있기만 해도 무조건 엄청나게 얻을 수 있는 그 에너지를.

초록색 잎들이 뿜어내는 강력한 피톤치드, 에어컨 바람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 시원하면서도 부드러운 바람, 가지가지 온갖 모양의 나무와 동물, 그리고 그들이 살고 있는 하늘과 땅의 아름다운 모습.

그 모든 것들이 그곳에 있기만 해도 공짜이다.

제한 없이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것 들이다.


성공과 돈이 행복한 삶-이라는 큰 목적을 위한 수단 중 하나라면, 나에게 그리는 행위와 쓰는 행위는 그 자체로 인생의 큰 행복 중 하나이다.

그러니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들 다 떠나서라도 그냥 나를 위해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또 쓰자.


누가 산 중턱이 정상보다 못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그곳도, 여기도 산은 산.

지금 이곳에서도 정상에 올라가서 누릴 수 있는 대부분을 누릴 수 있다.

단, 멈추어 하산하지 않고 한 걸음씩이라도 계속 걸어간다면.


나는 산에 오르는 중이다.

나는 이미 숲 속에 있다.





CF878BF4-7494-4759-B34C-CE7359A40094 (1).jpeg 나는 지금 뭐 하는 건가, 앞으로 뭘 할 수 있을까, 깊이 고민하는 대신




9C5DBD1A-DCD1-48BE-8284-078C74E2119E (1).jpeg 하늘 한번 보고, 호수 한번 보고, 나무랑 풀들 한번 보고




DAB03BAC-3017-433F-8F7D-BB32C79E5AFA (1).jpeg 하루에 한 번 내 책상에 앉아 쓱싹쓱싹... 끄적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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