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가 있을 때마다 보수 후보들은 작은 정부를 공언하며 정권을 잡으면 이전 정권이 비효율적 인력 관리를 했다며 공무원 인사 정책을 쉽게 뒤집어 왔다. 권력을 사익추구로 활용한 전 대통령이 14년 전에, 국정농단을 저지른 전 대통령이 9년 전 읊었던 레퍼토리를 현 정권도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20년간 공무원 수는 각 기관의 필요에 의해 꾸준히 증가하면서 현재 116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공무원 수는 OECD 가입 국가 평균에도 못 미친다. 어제 발표된 ‘정부 인력운영 방안’은 매년 정원 1%씩 감축해 재배치하고 향후 5년 간 공무원 수를 동결하고 신규채용을 줄이는 것이 골자다. 국가 재정 부담과 행정 비효율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현직 공무원들을 업무 부담으로 혹사시켜 더 큰 비효율을 더욱 초래하고 말 것이다.
우리 공무원들의 업무환경이 얼마나 가혹한지는 우리 곁을 떠난 공무원들의 수가 말해주고 있다. 박봉 월급을 받아가며 본연의 업무 외에 코로나19, 각종 재난재해, 선거, 악성민원 상대등으로 유명을 달리하는 공무원들의 소식을 흔하게 접해왔다. 공무원 수가 늘어났던 2017년 ~ 2021년 공무원연금공단의 퉁계상 순직만 해도 341명으로 연평균 70명에 달한다. 2020년 산재 통계 1만 명당 민간 노동자는 0.03명이지만 공무원은 0.06명으로 2배나 높다.
또한 최근 공직에 입문한 35세 이하 공무원 5,961명이 사표를 던졌고, 5년 이하 경력 9,968명이 공직을 떠났다. 이번 발표는 노동을 외면한 것이다. 인력이 빠져나간 부서의 기존 업무에 행정수요는 계속 늘어나 남아있는 공무원들이 도맡아 처리해야 한다. 여기에 각 기관 인력의 10% 이상(정원 1,000명 당 100여 명) 육아휴직 등의 공백으로 인사부서에 충원요구가 빗발치고 있는데 이번 인력 축소 강행으로 공무원들의 생명권과 건강권이 침해되는 현실은 불 보듯 명확하다.
(출처: 전국공무원노조 2022. 7. 13일 규탄문)
공무원 인력 축소 5개년 계획에 대한 내 생각
현직에 있다 보면 1인분을 해내지 못하는 직원들로 인해 속이 터지고 불평등한 업무 분배에 화가 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수를 줄이면 어떻게 될까?
1.5인분을 하던 사람들은 2인분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정작 일을 잘하는 직원들은 모두 다 떨어져 나가 버린다.
공공서비스의 질은 떨어지고, 시민들의 속을 터지게 만드는 사례는 더 늘어날 거라 생각한다.
차라리 업무처리가 가능한 인력을 잘 골라 뽑는 인사 채용 정책을 바꾸는 게 더 맞지 않나 싶다.
업무를 처리하지 못할 만큼의 질환을 갖고 있는 직원도 있고, 성인 ADHD를 갖고 있어 산만하고 충동적이거나, 경계성 지능장애로 인해 아무리 가르쳐도 단순작업조차 겨우하는 직원도 있다.
모두 정당한 절차로 공무원이 되었지만 정말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만한 능력이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 같다.
그러나 공무원만큼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공정하게, 차별 없이, 기본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할 수 있게 열려있어야 한다. 어떠한 차별도 용납되서는 안된다. 공공은 공정하고 투명한 가치를 누구보다 가장 먼저 지켜야 하니까.
거기서 모순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업무 효율과 실적을 높이는 것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같은 일을 누구는 1시간 안에 끝을 내는데, 어떤 직원은 야근까지 하며 하는 경우도 있다.
분명 처리한 일의 양은 내가 더 많은데, 오히려 그 직원이 업무량은 적고 야근수당까지 야무지게 챙겨간다.
성과에 따른 등급을 매겨 성과급을 지급하긴 하는데, 도대체 성과는 어떻게 정량화하고 수치화한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기업처럼 이익창출을 누가 더 했는가를 측정할 수 없고, 지방직 내에는 다양한 분야의 업무가 있으며
발령 자체도 내 의지와 별개로 가는 것이기에 공정하게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기도 하다.
또한 공무원 중에 성과급을 많이 받으려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라. 아마 없을 것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성과급과 상관없이 원래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다.
반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 안 하는 사람은 성과급이 없다고 협박해도 안 한다.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위기상황을 겪으면서 공공영역의 역할이 크다는 것에 많이 공감하면서도
인력을 대책 없이 감축한다면, 그 다음번 팬데믹만큼 혼란스러운 위기 때는 과연 공공영역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장담 못하겠다.
점차적으로 공무원 인력을 줄인다고는 하는데, 그 방식이 너무 단순한 생각이지 않나 싶다.
60년 대생분들 중에 기능직으로 들어와서 행정직으로 전환된 분들이 많이 계신다.
그 당시에는 시험 외에도 다양한 루트로 공직에 입성했다.
그들 중 존경스러운 팀장, 과장님들도 계시고,
반대로 실력은 없으면서 본인보다 더 높은 경쟁률의 시험을 보고 들어온 직원들을 괴롭히는 분도 계신다.
지금의 내 상사(팀장)가 후자의 사람이다.
(물론 경쟁시험을 보고 들어와도 업무도 못하고 성격도 못된 분들 많다.)
외모지적, 아침 출근 하는 직원들 순서와 시간체크, 사무실 청소상태 체크 등등
업무와 관련 없는 일로 까고, 정작 챙겨야 하는 업무에 대한 경험도 지식도 없어 무능함을 보인다.
자리에 없어서 결재가 미뤄지는 경우는 다반사이고
업무 내용과 전문지식보다는 문서의 글씨체와 크기, 색깔에 집착한다.
능력 없는 5, 6급 한 사람이 나가면, 그 돈으로 실무를 해내는 9급직원 2~3명을 새로 뽑을 수 있다.
정신병원에 가야 할 사람들은 조직에서 살아남아 버젓이 남을괴롭히고 있고,
피해 보는 사람들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견딜 약을 먹어가며 버티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2년 전인가.
안 되는 걸 되게 하라는 부당지시로 우울증을 앓던 직원이 자살했다.
자살의 원인이 된 과장은 본인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장례식장에서 고인이 나약했다며 고인 탓을 했다.
어쩌면, 신규채용을 줄일 게 아니라
역발상으로 정년을 줄이는 게 낫지 않나 싶다.
정년을 줄이면, 20~30대 본인들의 정년도 줄어들게 되니, 내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그런데 한 직장으로 평생 벌어먹고 사는 시대는 끝났다는 걸 모두들 알지 않은가.
나는 대책 없이 공직에서 무조건 버티기보다,
인생의 제2막을 위해, 그다음 제3막을 위해... 준비를 해가며 세상의 변화와 발맞춰 살고 싶다.
아니면 어떤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어 시간이 지날수록 인정받는 직업을 갖고 싶다.
8년이 되어도 어디서 인정받지 못하는 물경력...
이 물경력이 족쇠가 되어 나가지도 못하고
그만, 눌러앉게 돼버린 것은 아닐까?
사람 사이가 내 맘과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도 내 인내심을 시험하듯, 여러 번 가르쳐 준 것을 또다시 질문하고
본인이 메모해 놓고도 왜 적었는지 기억이 안 나서
몇 번째 되물어보는직원이 있다.
일머리 없는 직원.
가슴이 답답함 하고 힘든 하루였다.
하나부터 백가지를 가르쳐도 하나를 모르는 경계성 지능장애를 앓는 직원은 솔직히 너무 힘들다.
없는 게 낫지... 싶을 만큼.
가르치는 에너지로 차라리 내가 하고 마는 게 낫다.
왜 또 잊어버렸냐고, 몇 번째 가르쳐주냐고.
바쁜 거 안 보이냐고화를 내봤자
오히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당할 수 있으니
그냥 참아야 한다.
분명 안정제를 먹었는데도 약 효능을 넘어서는
분노유발자를 바라보며...
차라리 조금 더 능력 있는 내가 그만두고 나가는 게 내 병을 고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