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things that don't scale."
반복 가능하고(repeatable) 확장 가능한(scalable)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다는 스타트업의 정의는 이전 글(https://brunch.co.kr/@echangup/1)에 쓴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반복 가능과 확장 가능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할까요?
개인의 가치관이나 창업의 목적에 따라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스타트업 창업 과정에서 반복 가능성이 더 중요하고, 먼저 달성해야 하는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반복 가능성은 (한 번의 큰 거래를 노리는 '떴다방'이 아닌 이상) 스타트업뿐 아니라 대부분 비즈니스의 목표가 되어야 하는 반면, 성장 가능성은 창업자의 동기와 사업 특성에 부합할 때만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이런 경우, 굳이 '스타트업'이라는 타이틀에 연연할 필요도 없죠).
노암 와서만(Noam Wasserman) 교수님이 3600개 이상의 신생기업을 분석해서 작성한 책인 '창업자의 딜레마'를 보면 [1], 창업가의 동기는 사업이 성장을 희생하더라도 사업에 대한 지배력을 끝까지 유지하려는 '왕 유형'과 사업에 대한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사업을 성장시키려는 '부자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창업가의 유형이 무엇이든 반복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것은 필수지만, 오직 부자 유형의 창업가만이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에 관심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 경우라도 먼저 반복 가능성에 집중하고, 그다음 확장 가능성을 따지는 것이 올바른 순서입니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 유명한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의 창업자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은 "확장하지 않는 일을 하라(Do things that don't scale)"고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조언합니다 [2]. 언뜻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이 경구는 궁극적으로 확장(scale up)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이라 할지라도, 반복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 먼저이고, 이 단계에서는 가망 고객을 한 명 한 명 만나고, 조금이라도 더 좋은 제품, 더 나은 서비스를 한 땀 한 땀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이야기입니다.
좀 더 생각해 보면 "확장하지 않는 일을 하라(Do things that don't scale)"는 말은 굳이 스타트업 창업만이 아니라 기초부터 하나씩 쌓아 올려야 하는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경구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확장하지 않는 일을 하고 계신가요?
[1] 노암 와서먼(Noam Wasserman) 저, 이형욱 역. 창업가의 딜레마(The Founder's Dilemmas)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971161
[2] 폴 그레이엄(Paul Graham), Do Things that Don't Scale http://paulgraham.com/d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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