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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재후 May 02. 2023

벤처, 그리고 스타트업

저는 창업가 출신 창업 연구자겸 교수입니다. 제가 창업했던 2000년 무렵, 창업 분야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는 벤처(venture)였습니다. 당시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퇴직자들에 의해 프랜차이즈 창업이 전성기였지만, 혁신적인 기술창업을 원하는 사람들은 너도나도 벤처 창업을 시도했습니다. 저도 창업을 한다면 당연히 벤처기업 인증을 받아야 하는 것인 줄로 생각했고, 어렵게 요건을 맞춰서 인증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벤처기업 인증제도는 20년이 더 지난 지금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1].


그런데, '벤처(venture)'라는 단어가 영어에서 사업의 유형이나 업종에 관계없이 그저 '새로운 비즈니스' 또는 '신생기업'을 가리키는 일반적인 말이라는 것을 안 것은 아마 창업을 본격적으로 공부한 다음인 것 같습니다. 영어 사전을 찾아보니 벤처(venture)를 "영리를 목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는 사업 또는 투기"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2],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새로운 사업이 일정 수준 위험을 감수하기에 모든 신생기업이 벤처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벤처기업'을 법적인 요건을 따져서 인증하는 나라는 (제가 아는 범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합니다.


벤처기업 인증 제도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요즘 창업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핫한 키워드는 스타트업(startup)인 것 같습니다. 벤처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새로운 개념에 유행하면 법을 만들고 누구나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흔한 우리나라지만('사회적기업'도 이런 경우입니다), 다행히 (아직) 스타트업 인증제도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스타트업이 무엇인지에 대한 다양한 정의 중에서 어떤 정의를 채택하더라도 문제 될 것은 없는데, 일반적으로 인용되는 정의는 아마도 스티브 블랭크(Steve Blank) 교수님의 아래 정의일 것입니다.


스타트업은 반복 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해 만들어진 임시 조직이다


스티브 블랭크 교수님은 창업가 출신으로 스탠퍼드 등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창업가들을 가르치셨고(린 스타트업을 쓴 에릭 리스도 스티브 교수님의 창업 강의를 수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개인 웹 사이트에 창업 관련 여러 자료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3]. 최근에는 Journal of Management라는 경영학 분야 탑 저널에 연구 페이퍼를 게재하기도 하셨습니다 [4]. 저 역시 창업가 출신으로 대학에서 창업을 강의하며 젊은 창업가들을 돕고 있기에 스티브 블랭크 교수님은 저의 롤 모델이기도 합니다.


돌이켜 보면 20년 전에 벤처(venture)라는 키워드를 통해 창업가들이 실현하고자 했던 것과 지금 스타트업(startup)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창업가들이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키워드는 다를 수 있지만,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 변하지 않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얘기고, 이 변하지 않는 무엇인가를 연구하는 것이 창업학(Entrepreneurship)입니다.


(* 창업, 창업교육에 관한 의견이나 질문이 있으시면 댓글을 남겨주세요.)


[1] https://www.smes.go.kr/venturein/institution/ventureGuide

[2] https://www.dictionary.com/browse/venture

[3] https://steveblank.com/2010/01/25/whats-a-startup-first-principles/

[4] https://journals.sagepub.com/doi/full/10.1177/01492063231168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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