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잘한 일 두 가지를 꼽으라면 하나는 창업을 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창업을 공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2000년부터 10년이 넘게 창업가로서 살았고, 창업가로서 살던 2008년에 창업학 박사과정에 진학해서 2012년에 창업학 박사(PhD in Entrepreneurship)를 받았습니다. 먼저 창업을 공부하고 나중에 창업을 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창업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창업 공부를 하지 않았을 것이기에 부질없는 가정이라 생각합니다.
창업을 경험한 것이 창업 연구자로서 연구 질문을 찾고, 연구 방향을 설정하고, 연구 결과를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창업 연구자가 하는 일이 창업가가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창업가가 고객의 문제를 발견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안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처럼, 창업 연구자는 기존 연구의 한계를 발견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연구를 수행하고 논문으로 발표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창출합니다.
이제 국내에도 많은 대학교에서 창업을 공부할 수 있는 대학원을 운영하고 있고, 이런 대학원에 창업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이 더 큰 성공을 위해서, 또 창업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진학하고 있습니다. 공부하지 않고도 창업가가 될 수 있고, 창업에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분들이 아직도 있는 것 같고, 그런 예외적인 경우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운동선수라도 훈련 없이 좋은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것처럼, 성공적인 창업가, 창업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공부와 연구는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재직하고 있는 카이스트 K-School (https://kschool.kaist.ac.kr/)도 단기간에 창업을 준비하며, 석사 학위까지 받을 수 있는 기술창업에 특화된 과정인데요, 여기 재학생뿐 아니라 다음 학기 입학을 위해 지원한 학생들의 이력을 보니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다양성이 본인의 창업뿐 아니라,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창업도, 더 나아가서 인생도 결국은 "점들의 연결(connecting the dots)"이고, 지금의 창업 경험, 창업 공부가 언젠가 이런 점들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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