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재후 May 10. 2023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창업에서도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요한복음 8, 31-32) 


이 성경 구절에 대해서 신선한 해석을 처음 들은 것은 고등학생 때였습니다. 당시 저는 제2외국어로 불어를 선택했는데, 나중에 모 신문사로 이직한 불어 선생님은 이 구절의 뜻이 "우리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배워서 쓸 수 있게 되면,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인생이 훨씬 자유롭게 된다"는 의미라고 소개하면서, 우리가 외국어를 배워서 외국인과 소통할 수 있으면 얼마나 편안하고, 자유로울지 생각해 보라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수십 년이 지나 지금 검색해 보니, 이 성경 구절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에서 '진리'는 '학문적 진리'가 아니라, '예수 자신'을 가리킨다고 하네요 [1]. 그렇지만, 어떤 성경 구절의 일반적인 해석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성경 구절의 함의를 재해석해서 자신의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의미 있는 독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고등학생인 저에게는 '진리'가 무엇을 제대로 배워서 잘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라는 설명이 더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을 포함하여 모든 창업은 불확실성을 수반할 수밖에 없고, 이런 불확실성을 창업자가 공부하고 대비한다고 제거할 수 없으니, 창업 공부가 소용없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불확실성은 어떤 결말이 운과 같은 우연한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무작위적 불확실성' (aleatory uncertainty, unknowable)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는 지금 모르지만 답이 있고, 그 답을 공부해서 알 수 있는 '인식론적 불확실성' (epistemic uncertainty, knowable)도 있다고 합니다 [2].


창업자가 아무리 공부하고 준비하더라도 불확실성을 모두 제거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다른 창업자들이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알고, 준비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런 것들을 충분히 알고, 준비한다면 좀 더 자유롭게 상상하고, 다양한 경우를 대비하며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삼국지에서 유래했다고 하는 진인사대천명()의 접근도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공부, 준비를 먼저 다 하고, 그다음에 내가 어찌할 수 없는 하늘의 뜻을 기다리라는 말이 아닐까요?


[1]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나무위키, https://namu.wiki/w/%EC%A7%84%EB%A6%AC%EA%B0%80%20%EB%84%88%ED%9D%AC%EB%A5%BC%20%EC%9E%90%EC%9C%A0%EC%BC%80%20%ED%95%98%EB%A6%AC%EB%9D%BC 

[2] Packard, M. D., & Clark, B. B. (2020). On the mitigability of uncertainty and the choice between predictive and nonpredictive strategy. Academy of Management Review45(4), 766-786.


(* 이 글에 대한 의견이나 질문이 있으시면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이전 03화 확장하지 않는 일을 하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