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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도영 양지은 Jul 30. 2023

상상 같지 않은 사과

도영과 지은의 밤새운 대화 3

밤새운 대화


할머니 댁 안방에는 보일러를 너무 세게 틀어 동그랗게 타버린 자국이 남아있는 노란색 장판이 깔려있었다. 어렸을 적 우리는 그 뜨거운 장판 위에 언제 빨았는지 모를 이불을 여러 겹 깔고 밤새워 이야기를 나눴다. 힘들었던 가정사가 대부분이었지만 즐거웠다.


그 시절의 우리처럼, 양도영과 양지은은 다시 밤샘 수다를 떨어보려고 한다. 우리의 깊숙한 마음들을 때로는 실없는 이야기들을 당신이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괜찮다면 같이 떠들어주기를.


매 챕터가 끝날 때마다 밤새운 대화가 연재됩니다.






지은


내가 병원에서 상담받게 된 건 언니의 영향이 컸어. 가까운 사람에게 받은 조언이 내게 조금 더 용기를 줬달까. 그렇지만 지난 편지를 읽고 상담받은 후 이모에게 ‘상상 같지 않은 사과’를 받았다는 글을 읽고 언니의 기분이 궁금하더라. 어땠어? 나라면 조금 무력해질 수도 있을 거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 실제로도 그런 경험이 있기도 하고 말이야.



도영


무력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 이제 엄마를 포기해야지.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 그 후로 엄마에게 나를 납득시키거나 이해시키려는 노력도 그만뒀었지. 하지만 그럴 수 없었어. 당시 같이 살고 있었기 때문일까? 엄마의 얼굴을 보면 쌓였던 감정이 들끓다가도, 동시에 모든 것을 묻어두고 사이좋게 지내고 싶었거든. 



지은


그런 부분에서, 나는 언니가 정 많고 다정한 사람이구나 깨달아. 무력감을 느끼면서도 언니는 매번 이모를 포기하지 않는 것 같아. 아니, 포기해야지 다짐하다가도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아. 내 생각보다도 언니는 이모를 더 많이 사랑하고 있다고 느꼈어. 언니가 이모에게 애정을 갈구하는 것 이상으로, 이모를 사랑하는 것 같다고. 언니도 알 듯, 나는 엄마와의 관계를 포기하다시피 하는 딸이기 때문에 그런 언니를 보며 나와 다른 딸임을 느껴.


그런 우리가 각자의 엄마들의 상황이 된다면 딸에게 더 나은 사랑을 줄 수 있었을까?



도영


내가 엄마가 된다면 내 딸에게 엄마보다 나은 사랑을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많이 생각해 봤지만, 이런 질문은 정말 처음 생각해 봤어. 내가 엄마의 삶을 살고 엄마의 상황이었다면…  아마 비슷했을 거라고 생각해. 이렇게 상상함으로써 엄마가 나한테 최선을 다했구나 새삼 깨달아. 가끔 혹은 자주 좋은 형태는 아니었지만, 정말 최선을 다했구나.



지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니, 더 못한 사랑을 줬을지도 몰라. 좋은 형태는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언니의 말이 공감돼. 이렇듯 엄마를 이해하면서도 나의 고통을 모른척하긴 힘들어서 더 괴로운 것 같아.



도영


아마 모든 딸들이 그렇지 않을까?



지은


맞아. 어쩔 수 없음을 이해하는 것은 대부분 딸들이 그럴 거야.





외사촌 관계인 양도영과 양지은은 우리의 엄마들을 이해하기 위하여 엄마에 관한 편지를 주고받습니다. 양도영 양지은의 브런치와 <우리의 엄마들을 이해하기 위하여> 매거진을 구독하시고 저희가 나누는 글들을 읽어주세요. 저희가 쓰는 엄마에 관한 교환편지는 매주 한 편씩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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