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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도영 양지은 Jul 23. 2023

주는 사랑과 받는 사랑,
그 형태의 차이

도영과 지은의 밤새운 대화 2

밤새운 대화


할머니 댁 안방에는 보일러를 너무 세게 틀어 동그랗게 타버린 자국이 남아있는 노란색 장판이 깔려있었다. 어렸을 적 우리는 그 뜨거운 장판 위에 언제 빨았는지 모를 이불을 여러 겹 깔고 밤새워 이야기를 나눴다. 힘들었던 가정사가 대부분이었지만 즐거웠다.


그 시절의 우리처럼, 양도영과 양지은은 다시 밤샘 수다를 떨어보려고 한다. 우리의 깊숙한 마음들을 때로는 실없는 이야기들을 당신이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괜찮다면 같이 떠들어주기를.


매 챕터가 끝날 때마다 밤새운 대화가 연재됩니다.






지은


언니가 받고 싶었던 사랑과 이모가 언니에게 줄 수 있었던 사랑의 형태에는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잖아.
이모는 언니에게 어떤 형태의 사랑을 줬다고 생각해?



도영


엄마의 사랑은 자기중심적이었던 것 같아. 일방향적이고, 내가 무엇을 받길 원하냐보다는 엄마 본인이 해주고 싶은 것을 해줬지. 내가 원하는 다정한 말이나 관심은 엄마 기준에 중요한 게 아니었고, 엄마는 종종 그런 걸 요구하는 내가 유난이라고 말했었어. 그렇지만 가끔은 이걸 왜 이렇게까지 싶을 정도로 신경쓰지 싶은 일에 애쓰기도 했어.


어느 날 나는 내가 사랑을 주는 제대로된 방법을 모른다는 걸 깨달았어. 그동안 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주고 싶은 것들을 주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사랑을 준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단 한 번도 상대방이 뭘 원하고 바라는지 고민해 본 적이 없었어. 지극히 내 관점에서 비롯된 사랑이었지.


왜 그럴까 이유를 고민해보니 그건 내가 받은 사랑의 방식이 나를 생각해서 준 사랑이 아니었기 때문인 것 같았어. 보고 배울 좋은 모범이 없었달까. 엄마가 원망스러웠어.


그런데 어떤 날 엄마도 사랑을 주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그런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할머니 또한 자식을 어떻게 사랑해줘야하는지 몰랐던게 분명해보이니까 말야.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줄 줄도 안다고 하잖아? 그 후로는 내가 원하는 사랑을 주지 못한 엄마가 밉기보다도 엄마 나름대로 최선의 사랑을 주려고 노력했던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비록 같은 엄마를 둔 사이지만 우리 엄마랑 이모는 꽤 다른 성격이잖아.
지은이는 이모한테 어떤 사랑을 받았어?



지은


엄마는 사랑을 잘 베푸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 어린 나에게도, 남편에게도. 자신을 내려놓으면서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많이 봤어. 아빠와 분가 중, 일하며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을 엄마가 살뜰히 나를 챙기려 했던 것도 종종 기억나. 등교하는 내 머리를 묶어주려 길가에서 아침부터 나와 기다리던 엄마는 잊을 수 없어. 보고 싶다거나 사랑한다는 애정 표현도 자주 했어.


그래서 나는 병에 걸린 이후 엄마의 모습에서 큰 괴리감을 느꼈던 것 같아. 병에 걸린 이후, 엄마는 본인의 아픔밖에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했거든. 그 시절 엄마에게 받은 사랑을 더 이상 받을 수 없구나, 엄마는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구나. 엄마에게 남은 사랑은 방치 혹은 집착 뿐이었어. 참 씁쓸했던 것 같아.



도영


서로의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몰랐던 일화들이 많아서 놀랐고, 그 속의 우리가 비슷해서 또 한 번 놀랐어.





외사촌 관계인 양도영과 양지은은 우리의 엄마들을 이해하기 위하여 엄마에 관한 편지를 주고받습니다. 양도영 양지은의 브런치와 <우리의 엄마들을 이해하기 위하여> 매거진을 구독하시고 저희가 나누는 글들을 읽어주세요. 저희가 쓰는 엄마에 관한 교환편지는 매주 한 편씩 올라옵니다.  



도영과 지은의 밤새운 대화 1: 우리가 착한 딸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읽으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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