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준맘의 소회
돌잔치까지 남은 시간이 벌써 한 달,
소위 말하는 내가 바로 '돌준맘'
(돌잔치를 준비하는 엄마)이다.
결혼 준비에도 그다지 즐거움을 못 느꼈던 나는
아이는 기억도 못 할 돌잔치를
다들 왜 그렇게 정성스레 준비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은 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돌준맘'이라는 용어까지 생긴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됐었다.
그럼, 한 달 남은 지금 생각이 바뀌었냐고?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거창한
'돌준맘'이라는 칭호를 부여하기는
멋쩍다는 게 내 결론이다.
귀찮음이 앞선 탓인지
대단하게 해야 할 의미를 못 찾아서인지
나의 돌잔치 준비는 생각보다 거침없었고,
소박했다고 자평하는데
사실 이렇게 적으면서도 영 개운치가 않다.
하나하나 선택은 (비교적) 어렵지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주변에 흔들린 자신을
순간순간 마주한 탓이다.
아이 한복을 고를 때였다.
아이를 데리고 먼 곳까지
피팅을 하러 갈 엄두도 나지 않았고
굳이 직계 가족만 하는 작은 행사에
좋은 한복을 입을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 들어
그냥 집 건너편에 있는 한복집을 예약했다.
걸어서 5분.
슬리퍼를 신고 간 그곳에서
나 2벌, 남편 2벌 입어보고
울고 있는 아이한테 색동 한복 한 벌 입혀보고
우리의 한복 고르기는 그렇게 쉽게 끝이 났다.
가격 흥정도 잘한 덕에 꽤 의기양양해 있었는데
다음 날 조동(조리원 동기) 카톡방을 보고서는
바로 약간의 의기소침 모드로 돌아섰다.
우리 아이 한복을 보고 남편은 우스갯소리로
'무당'같다는 표현까지 썼었는데 (짜증 남)
조동 카톡방에 올라온 다른 아이들 한복을 보니
무슨 황제의 아들 같은 느낌이 나는 것이었다.
고급진 광택감에 자수가 확실히 남달랐다.
나중에 알아보니 내가 예약한 가격과
거의 3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하면 내 취향의 한복도 아니었다.
그저 그 순간 내가 아이를 두고
가성비만 고집하나 좋은 걸 못 해주는
엄마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던 탓이다.
임신 기간 내내 다짐했던 한 가지.
아이를 키우면서 겪게 될 수많은 비교의 순간에
중심을 잃지 말자던 그 다짐이 그렇게
하루아침에 흔들리는 것 같았다.
아이에게 새 장난감을 사주지 않는 것도
물려받는 옷을 거리끼지 않는 것도
아이에게 해 줄 수 없어서가 아니라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비교가 시작된 순간
아이에 대한 애정이 덜한 걸로 비칠까 봐
아이가 초라해 보일까 봐 초조해졌다.
못난 일이었다.
잠깐의 고민은 있었지만
우리 아이는 한 달 뒤
남편이 말한 그 '무당' 한복을 입을 예정이다.
내 눈에는 퍽이나 귀엽고,
여전히 합리적인 가격으로
흥정한 게 꽤 자랑스럽다.
앞으로도 그런 순간이 많을 것이다.
내가 세워 놓은 기준을 가지고
아이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아이를 키워나갈 텐데도
주변에 흔들리고 또 흔들릴 것이다.
실제로 해주고 싶어도
남들보다 더 해주지 못하는 상황도 올테지.
그럴 때마다 잊지 않아야지.
어차피 각자 다른 상황에서
각자 다른 모습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기준을 잃지 않는 것.
그속에서 아이에게 기꺼이
많은 사랑을 내어 주는 것.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