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남편과 언쟁을 벌였다.
시작은 사소했다.
그날따라 유난히 잠을 자지 않던 아이 얘기를 하다가
'대체 누굴 닮았냐'하는 해묵은 논쟁이 터져버린 것이다.
"오빠가 더 늦게 자잖아."
"너도 만만치 않거든?"
가볍게 핑퐁 하던 대화는
점점 감정싸움으로 번졌고
결국, 서로 씩씩거리며 대화는 종결 됐다.
앞선 글에서 아들이 '동생 닮은 꼴'인 것 같다고
고백 아닌 고백을 했지만,
당연히 아이는 우리를 닮았다.
(너무 당연한 얘기를 이렇게 밝혀야 하는 게 웃기지만)
아이한테서는 묘하게 나의 얼굴도, 남편의 얼굴도 보인다.
(남편은 본인과 처제(내 여동생)가 닮은 거라고도 했다)
재밌는 건 나를 아는 지인은 날 닮았다고 하고,
남편을 아는 지인은 남편을 닮았다고 하는 사실.
그러니 어느 누구 하나 치우치게 닮은 건 아닌 셈이다.
사실 임신했을 때만 해도 나는
아들이 막연히 남편을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이가 곁에 오고 나서는
묘하게 지분 전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얼굴이 잘 생겼다, 예쁘다, 딸 같다'는
칭찬을 들으면 들떠서 '날 닮아서 그런 거임'이라는
난데없는 확신으로 마무리를 해버리고,
그런 칭찬에 덧붙여 '남편이랑 빼닮았네'류의 말을 들으면
'아니, 열달 품은 건 나인데, 대체 왜!'라는
억울한 마음이 슬그머니 올라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반대의 경우였다.
우리 아들은 정말 신생아 때부터 6개월이 될 때까지
아주 지독하게 잠을 안 자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새벽 1-2시까지 재우는 건 기본,
무조건 안아 재워야만 잠을 청했고
심지어 오래 자지도 못 해서 말 그대로
노역도 그런 노역이 없었다.
이미 출산으로 지친 몸에 잠을 못 자는 고단함,
실제로 늙은 몸뚱이(?) 덕에 정말 심신이 정상이 아니었는데
그때부터 진정한 "대체 누굴 닮았느냐"의
지분 전쟁 서막이 올랐다.
등 대고 눕히기만 하면 귀신같이 알아채는 예민함,
몇 번의 수면교육에도 부모를 무릎 꿇게 만드는
황소고집의 출처는 도대체 어디인 것인지,
엄마에게 채근해 봐도 시어머님께 여쭤봐도
'이렇게까지 안 자진 않았다'는 결론에 이르러서
일단은 소강상태이긴 하나
남편이 그랬던 것을 어머님이 숨긴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나는 아직 내심 지우지 못하고 있다.
(아! 대체 진실은 어디에!)
요즘 부쩍 할 수 있는 게 많아진 아기가
그의 특성을 서서히 드러내면서 '대체 누굴 닮은 것인가'하는
퍼즐 맞추기도 점점 재미에 재미를(?) 더하는 중이다.
개월 수에 비해 유달리 장난기가 많아 보이는 건
아빠와 엄마를 반반 섞은 게로 군,
비 온 뒤 유달리 꼬불거리는 곱슬머리는 날 닮았고,
유난히 예쁘게 잘 웃는 건 남편을 꼭 닮았고.
이렇게 닮은 꼴을 헤아리다 보면
이것만큼은 날 닮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슬그머니 올라온다.
살이 잘 찌고 근육이 잘 안 붙는 체질이라든가,
대단한 음치여서 노래를 못 부르는 거라든가,
남들까지 피곤하게 만드는 완벽주의 성향이라든가.
비록 나는 이러했지만 내 자식만큼은 이런 걸로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고,
되레 내가 가지지 못했던 장점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절로 드는 것이다.
자식이 나보다 낫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
내 못난 모습을 부디 자식이 닮지 않길 바라는
그래서 더 죄스럽고 안타까운 부모의 마음을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할 수만 있다면 좋은 것에 좋은 것들만 얹어주고 싶은,
최고의 것만 주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란 걸 말이다.
그리고 자식이 내 못난 모습을 닮지 않도록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내야겠다는,
자랑스레 내 삶을 따라오라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돼야겠다는 새로운 소망마저 생겨버렸다.
아주 어렵고도 원대한 그런 소망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