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보던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여자 출연자가 호감을 가지고 있던
남자 출연자에게 '아기를 낳고 싶은 이유'를 말하는 장면이었을 거다.
"남편의 현재와 미래는 함께 하겠지만
과거는 함께 할 수 없는데,
아이를 낳으면 그 사람의 어린 시절을 보는
기회가 될 거 같아서요..."
그 대화를 보자마자
'아, 그래 바로 이거였지!'라며 무릎을 쳤고,
그간 설명할 수 없었던 내 감정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물론 대상은 좀 달랐지만.
사실 남편이 들으면 섭섭할 법한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아들을 보며
자주 내 여동생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동생의 얼굴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내 눈에 꼭 닮게 느껴지는 동생과 아들의 얼굴.
그래서 가끔은 아들을 향해 "OO아"라며
동생의 이름을 부르곤 한다.
써놓고 보니 웃기긴 한데,
이게 참 설명하기 희한한 마음이다.
'닮았다'는 생각만으로 가끔은
아들을 바라볼 때 짠한 마음이 드는 탓이다.
한창 클 때는 몰랐다.
부지불식간에 언니와 비교를 당해야 했고,
언니의 그늘에 가려야 했던 동생의 설움 같은 건
사실 상상조차 못 했다는 게 맞겠다.
언젠가 좀 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 엇비슷한 얘기를 들었던 것 같고
나도 모르게 동생을 향한 부채감 같은 게 생겼던 것도 같다.
물론, 동생의 잘못도 내 잘못도 아니었다.
나이가 먹어갈수록 곁에 사람은 줄었지만
그래도 외롭지 않았던 것은
평생 믿고 의지할 친구라고 생각한
동생의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동생과 꼭 닮은 아들이 내 곁에 왔다.
소리 내 깔깔 웃어주기도 하고 악을 쓰며 울기도 하는
(좀 업그레이드된 것 같긴 하지만)
사진 속 그 어린 시절과 꼭 닮은 모습으로.
언제 한 번은 동생한테 지나가는 말로
"OO이가 널 닮아서 열심히 키우고 있다"라고
한 적이 있는데, 역시, 퉁명한 답변이 돌아왔다.
"난 혼자 컸는데?"
부모님이 들으면 뒷목 잡을만한 그런 답변에
감동은 파스스 사라지고 웃음만 남았지만,
다시 한번 고백하건대 그 말은 진심이었다.
혹여나 내 그늘에 가려
제대로 사랑받지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을지,
좀 더 잘해주길 바라진 않았을지..
가끔은 그런 조바심이 나는 마음으로
어린 시절 동생을 내가 다시 키우는 마음으로
그렇게 소중히 아들을 대한다.
그러다 보면, 그 속에서 동생뿐 아니라
아무것도 모른채 애정만 갈구하던
어린 시절의 나도 보고,
그런 우리를 조금은 서툴게 키워냈을
엄마, 아빠의 모습도 보게 된다.
그렇게 다시 과거로 돌아가
나와 동생과 그 시절의 부모님과 조우하게 된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그런 일이다.
덧) 요즘 부쩍 아들이 남편을 닮아가고 있는데, 그 닮음에 대해서는 다음번에 써 보도록 하겠다. 그것도 할 말이 무진장 많으므로...! (남편,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