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내가 무너진 날

by 샤슐랭
내가 무너진 날.png


나는 그날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해야 할 일은 쌓여 있었고,

메시지는 계속 울렸고,

머릿속에는 “빨리”라는 단어가 맴돌았다.


그런데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침대에 누운 채로 천장을 바라보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분명 나는 잘하고 있었다.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았고,

맡은 일도 해냈고,

책임도 다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텅 빈 느낌이 들었을까.


그동안 나는 무너지지 않는 사람인 줄 알았다.


힘들어도 참는 게 익숙했고,

지쳐도 “조금만 더”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밀어붙였다.


쉬면 불안했고, 멈추면 뒤처질 것 같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늘 더 하려고 했다.

더 잘하려고, 더 인정받으려고, 더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몸이 먼저 멈췄다.


억지로 일어나 보려 했지만,

심장이 빠르게 뛰고 숨이 가빠졌다.


휴대폰 화면을 켜는 것조차 부담스러웠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메시지에 답하는 것도,

아무 일 아닌 일들이 버거웠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이건 단순한 피곤이 아니었다.

오래된 과속의 결과였다.


나는 열심히 살아왔다.

그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열심은 나를 살리고 있었을까.
아니면 서서히 소진시키고 있었을까.


그날 오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앉아 있으면서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그 질문은 작았지만,

내 인생에서는 가장 큰 균열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열심히’라는 단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늘 옳다고 믿었던 태도를, 미덕이라고 배웠던 자세를,

성공의 조건이라 여겼던 방식을.


무너진 건 실패가 아니었다.


멈출 기회였다.


그날은 내가 가장 약해진 날이었지만,

동시에 처음으로 나를 돌아본 날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하나씩 질문하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달려왔는지.

누구를 위해 애써왔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이 책은 그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이제 고백하려 한다.


나는 열심히 살다가 무너졌다.

그리고 그 무너짐 덕분에,

비로소 나를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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