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너진 날
나는 그날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해야 할 일은 쌓여 있었고,
메시지는 계속 울렸고,
머릿속에는 “빨리”라는 단어가 맴돌았다.
그런데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침대에 누운 채로 천장을 바라보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분명 나는 잘하고 있었다.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았고,
맡은 일도 해냈고,
책임도 다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텅 빈 느낌이 들었을까.
그동안 나는 무너지지 않는 사람인 줄 알았다.
힘들어도 참는 게 익숙했고,
지쳐도 “조금만 더”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밀어붙였다.
쉬면 불안했고, 멈추면 뒤처질 것 같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늘 더 하려고 했다.
더 잘하려고, 더 인정받으려고, 더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몸이 먼저 멈췄다.
억지로 일어나 보려 했지만,
심장이 빠르게 뛰고 숨이 가빠졌다.
휴대폰 화면을 켜는 것조차 부담스러웠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메시지에 답하는 것도,
아무 일 아닌 일들이 버거웠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이건 단순한 피곤이 아니었다.
오래된 과속의 결과였다.
나는 열심히 살아왔다.
그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열심은 나를 살리고 있었을까.
아니면 서서히 소진시키고 있었을까.
그날 오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앉아 있으면서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그 질문은 작았지만,
내 인생에서는 가장 큰 균열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열심히’라는 단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늘 옳다고 믿었던 태도를, 미덕이라고 배웠던 자세를,
성공의 조건이라 여겼던 방식을.
무너진 건 실패가 아니었다.
멈출 기회였다.
그날은 내가 가장 약해진 날이었지만,
동시에 처음으로 나를 돌아본 날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하나씩 질문하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달려왔는지.
누구를 위해 애써왔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이 책은 그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이제 고백하려 한다.
나는 열심히 살다가 무너졌다.
그리고 그 무너짐 덕분에,
비로소 나를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