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에 중독된 어린 시절

사랑을 배우는 방식

by 샤슐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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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시절,
엄마는 종종 나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가서 간장 하나만 사와.”
나는 운동화를 대충 구겨 신고
쏜살같이 뛰어나갔다.

정말로 달렸다.


넘어질 듯이, 숨이 찰 만큼.
그리고 헐레벌떡 돌아왔다.

엄마는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벌써 왔어? 눈 깜짝할 사이네.”


그 말이 그렇게 좋았다.

나는 그때 알았다.
빠르면 칭찬받는다는 것.


열심히 하면 엄마가 웃는다는 것.

그날 이후로 나는 더 빨리 달렸다.


조금이라도 늦을까 봐,
칭찬이 줄어들까 봐.

칭찬은 나를 움직이게 하는 연료였다.


어느 날은
엄마에게 칭찬을 받고 싶어서
설거지를 해두었다.


키가 작아 싱크대에 팔을 쭉 뻗어야 했고,
물은 사방으로 튀었고,
그릇은 삐뚤게 쌓여 있었다.


그래도 엄마는 말했다.
“와, 너무 깨끗하게 해놨네.”


그 말이 그렇게 기뻤다.
그래서 나는 매일 설거지를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엄마가 내가 해놓은 설거지를
조용히 다시 하고 있는 걸 봤다.


그릇을 하나씩 다시 닦고,
행주로 물기를 닦고,
아무 말 없이.


그 순간 알았다.


나는 엉성했다는 걸.
엄마는 알고 있었을 거라는 걸.


그런데도 엄마는
내가 한 것에 대해 칭찬만 해주었다.

핀잔 대신 격려를,
지적 대신 미소를 주었다.


엄마는
결과가 아니라 마음을 봐주고 있었던 거다.



지금의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엄마의 눈이 침침해졌다.
설거지를 해놓으셨는데
군데군데 기름기가 남아 있다.


나는 짜증부터 냈다.
“엄마, 이렇게 하면 어떡해.”
“다시 해야 되잖아.”

목소리가 높아지고,
말이 거칠어졌다.


엄마는 조용히 서 있었다.

어린 날의 나는
엉망이었어도 칭찬을 받았는데,
지금의 엄마는
조금 느리고 서툴러졌다는 이유로
핀잔을 듣고 있다.


나는 왜
그때의 엄마처럼
지금의 엄마를 대하지 못할까.


왜 나는
결과만 보고
마음을 보지 못할까.


엄마는
내가 빠르게 달려온 걸 칭찬해줬고,
엉성하게 닦은 그릇을 칭찬해줬고,
내 서툰 마음을 먼저 알아봐줬다.


나는

엄마의 느려진 손을 보며
부족함만 먼저 본다.


어쩌면 나는
칭찬을 받으며 자랐지만,
칭찬을 건네는 법은
제대로 배우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열심히 하는 아이로 자랐지만,
따뜻하게 바라보는 어른이 되는 법은
아직도 배우는 중이다.


엄마는 여전히 묵묵히 설거지를 한다.
나는 가끔 그 옆에서
어린 날의 나를 떠올린다.


그리고 생각한다.

열심히 살지 않기로 결심하기 전에,
나는 먼저
다정해지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고.

금,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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