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1
PK를 양육하시는 목회자 부모님, 신앙의 부모님들께
자녀들과의 소통은 어떤 부모에게나 중요한 이슈지요.
응당 해야 하고, 잘해야 하고, 잘하고 싶은 분야이고요.
하지만 신앙을 가진 부모는 신앙이란 이름하에 때로는 엄해지기도, 강조를 넘어 강요하기도, 지지 않고 양보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로 강력히 밀고나갈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저도 부모가 되어보니 부모의 상황, 가치관, 환경 등 불가피한 것들이 분명히 있고, 자녀에게 모든 걸 다 설명해 주기는 어렵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자녀가 어리다고 해서 다 모르지도, 못 느끼지도 않습니다. 어찌보면 어른들보다도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더 많이 아파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을 다듬어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그저 혼자 울음으로, 방어기제를 만들어가며 참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선은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어린 소통이지요. 모든 부모 자녀에게 해당됩니다만. 흥분하지 않고, 자녀의 마음에 진심으로 궁금해하고, 열심히 귀 기울여 듣고자 하셔야 합니다. 미리 판단하거나 평가하거나 책망하지 않고 자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그 후에 부모의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고 꼭 가르치고 양육해야 할 부분은 명확하게 전달해 주셔야 합니다.
이 글은 목회자 자녀로서의 짧은 회고였기 때문에 에필로그는 현재 목회를 하고 계시는, 혹은 목회를 계획하시는, 혹은 신앙인으로서 자녀를 양육하시는 다양한 부모님들께 드리는 당부의 말씀으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이 또한 모든 신앙의 자녀들을 대표하거나 대변할 수 없으나 그저 작은 부분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1) 신앙 안에서 양육하되 인간적인 격려와 칭찬도 필요합니다. 칭찬으로 절대 교만해지지 않습니다. 내 자식만 위하고 내 자녀의 입장만 주장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옳지 않지만, 자녀의 효능감, 자존감을 세우기에는 부모의 칭찬만한 게 없습니다. 자녀가 하는 과정들에 대해 충분히 격려하고 칭찬해 주세요. 하나님을 위해서 하는 일에 ‘인간적인 칭찬과 격려’가 들어간다고 해서 절대 오염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셨다지만 교회 일에는 연대감, 협력도 필요하고 그 과정 속에서 진심 어린 격려와 응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칭찬이 누군가에게는 하나님의 격려의 메시지로 들릴 수도 있답니다.
2) 1번과 연결되어, 자녀가 하는 교회 일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꼭 알아주세요. 주의 일을 하는 귀한 기회이자 당연한 헌신이라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회자 자녀로서 짊어져야 하는 책임과 일들이 분명 더 있음을 알고 반드시 인정과 고마움을 표현해 주세요.
3) 반드시 해야 하고 양보하지 못하는 신앙적인 훈육은 기준이 명확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녀가 어떤 것이 힘든지, 무엇을 고민하는지 시시때때로 물어봐 주세요. 본인도 가장 많이 고민하고 혼란스러워하고 더 큰 죄책감으로 괴로워할 수 있으니 ‘정죄’하지 않고 꼭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들이 필요합니다.
4) 타협할 수 없는 원칙들을 정하되, 그것을 위해 자녀가 포기해야 하는 것들에 공감해 주세요. 부모의 시대와는 또 다르게 격변하고 혼란스러운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신앙을 지키기 위해 포기하고 내려 놓아야 하는 많은 것들에 함께 공감하고 응원해 주세요.
5) 교회 안에서 괴롭힘을 당하거나 어려움은 없는지, 혹은 오히려 갑질(?)이나 잘못된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지는 않는지 점검하고 자주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차마 부모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오래된 관계의 성도, 교회 안에서의 강력한 권력(?)을 가진 성도 등 섣불리 말할 수 없었던 상황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 주세요.
6) 교회 안에서 공격을 받거든 잘잘못을 가리기 이전에 우선은 '편'이 되어주세요. 목회자 이전에 부모이기도 합니다. 내 아이의 편이 먼저 되어주셔야 지혜롭게 행동할 힘이 생깁니다. 교회 안에서 목회자로서의 입장과 해결 방법은 부모님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셔야 할 문제입니다. 집 안에서는 절대적으로 자녀의 편이 되어주세요.
7) 교회 안에서 갈등이나 여러 문제들을 겪고 계시다면, 아주 어렵고 힘드시겠지만 ‘부모의 아픔’으로 간접 경험하고 있는 자녀들이 있음을 꼭 기억해 주세요. 아주 어리지 않다면 교회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대부분은 알고 있습니다. 어려운 분위기들을 온 몸으로 받아내며 아주 많은 감정을 느끼고 있을 자녀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들이 꼭 필요합니다. 부모의 마음은 어떤지도 함께 나눠주시면 좋고요. 아주 시시콜콜 세세한 상황 모두를 알려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교회 안에서의 복잡한 상황들을 자녀들이 ‘인지’하고 있다면, 그것에 대해 함께 나누고 가족으로서 연대하고 마음을 함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지만 더 큰 상처를 막을 수 있을 거예요.
쉽지 않은 길을 걷고 계시는 모든 목회자분들께 감히 응원을 전합니다. 그리고 더불어 함께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모든 목회자 자녀들과 신앙의 자녀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