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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io Library Aug 07. 2024

단헐적 단식 1년 후. 술, 카페인, 소고기를 끊으면

효능이 있습니까?!

새삼 써 놓고 보니 무슨 종교인 같다.


사실 아주 엄격하게 안 먹는다는 아니다. 그렇게는 못 산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 살다보니 살만하다.


1. 간헐적 단식

간헐적 단식은 사실 방금까지 '단헐적 간식' 으로 썼다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ㅋㅋ 처음시작할 당시 글은 여기, 몇 주 후는 여기, 7달 후 후기는 여기로 가면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엄청 엄격하게 했었다. 운동도 매일 했다. 몸무게가 줄어드는 것도 그렇지만 사이즈가 줄어서 안 맞던 옷이 다시 맞아서 좋았다.


중반 이후로 가면서는 훨씬 느슨해졌다. 먹고 싶은 걸 먹고, 저녁도 딱 7시 전에 먹는다기 보다는 바쁘면 일곱시 넘어서 먹는 일도 많아졌다. 요즘에는 입도 터져서 이런 저런 간식도 주워먹는 중이라 사실 타락했다. 얼마전에 에이치마트 갔다가 남편이 사과맛 국희쿠키(!)를 찾아왔다. 나는 과일맛 간식, 음료, 주스를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라 또 왜 이런 걸 집어왔어 투덜거리다가 하나 깠는데 여러분 이게 존맛탱이라는 사실을 아셨는지? 밥 먹고 이런 거 한 두 개 씩 정신나간 사람처럼 집어먹고 있다. 또 정신을 차려야하는데 ㅠㅠ


어찌됐든 결과적으로는 6킬로그램 정도를 감량하고 일 년 넘게 유지하는 중이다. 16시간이 되는 날도, 안 되는 날도 있다. 8시간 동안에는 꽤나 맘껏 먹는다. 과자도 먹고, 밥도 많이 먹는다. 밤에 조금 출출한 느낌이 들 때도 있는데 뭐가 간식이 먹고 싶다거나 배가 고프다거나 하지는 않다. 남편이 뭘 먹어도 그게 딱히 내가 먹고 싶지는 않아졌다. '못 먹는다' 가 아니라, '내가 할 일이 아닌 것' 정도의 느낌이 든다.


밤에는 내일 아침에 뭘 어떻게 조합해서 먹을까 하는 생각을 하느라 바쁜 때가 많지만 아침에는 아주 속이 개운하게 깬다. 이게 참 좋다. 개인적으로는 살 빠진 것 외의 최고의 장점이다. 아침에 속이 더부룩하지않고 가볍다. 아침에 배가 심하게 고프지도 않다. 10시 반-11시 정도가 되면 무얼 먹을까 하는 생각에 신이 난다. 뭘 복작복작하게 신나게 해 먹는다. 보통 저녁 전까지 다른 식사는 없고, 우유를 넣은 디카페인 라테나 곁들여서 먹고싶은 간식을 아무거나 먹는다.


2. 카페인과 술

은 왜 안먹기시작했더라, 시작은 위가 안 좋아서 였나보다. 속이 안 좋으니 피하기 시작했는데- 디카페인과 알콜프리 옵션이 많아서 크게 어렵지 않다. 커피의 맛을 아주 좋아해서 끊는다는 건 안중에도 없어 디카페인 커피를 마신다. 차도 카페인이 없는 루이보스티를 주로 마시고.


한국에서는 디카페인 커피는 가격을 더 받던데, 미국에서는 디카페인 커피를 시킨다고 돈을 더 받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집에서 내려먹는 건 산타크루즈에 있는 "Cat & Cloud”라는 커피전문점의 디카페인 원두. 홈페이지에서 배송비도 내고 주문해야하지만 넘나 맛있는지라 기꺼이 감수하고 있다.


맥주도 제로 알콜 옵션이 많다. 6-7종류는 먹어본 것 같다. 상쾌하니 밥 먹을 때 같이 마시면 좋다. 근데 애초에 나는 맥주파가 아니라서 한 캔을 다 못마시기 때문에 별로 아쉬운 건 없다.


알콜프리 하드알코올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어느 파티를 갔었는데 오픈 바(술을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음)였다. 알콜 음료를 피하려다보니 논알코올 음료가 있는지 물었는데, 논알콜 칵테일 음료라며 캔 하나를 내밀었다. 보통 논 알코올 음료나 목테일이면 그냥 주스나 티 를 섞어놓은 같은 맛이 나기 마련인데, 얘는 정말 알코올 같은 향이 났다. 알고보니 논 알코올 위스키를 사용한 거였다. 의외로 논 알코올 리큐어 상품이 많아서 놀라는 중이고, 로컬 고메 그로서리 스토어인 Epicurian trader나 Bi-rite 같은 곳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잠깐, 너 스위스 갔을 때 글 봤는데 술 싸다고 좋다고 먹었던데?"


아, 네, 스위스는 좀 봐줘요. 아예 안 먹는건 아니라구요. 게다가 스위스까지 갔는데요.



장점이라하면 곁들이는 술을 피하면 외식비를 아낄 수 있다는 것. 식당에 가면 칵테일이나 와인은 보통 13-18불, 텍스와 팁과 SF Mandate까지 35% 정도가 추가된다고 치면 17-23불은 뜨는 셈인데 그걸 아끼니 이득.


아쉬운 건 와인이다. 일부 스파클링을 빼곤 와인은 대체하기가 쉽지 않다. 묵직한 레드와인이 땡길 때, 가볍고 새콤하거나 오크향이 나는 소비뇽블랑이나 리즐링이 땡길 땐 좀 괴롭다.


3. 그럼 소고기는 왜?

이것도 아예 안 먹는 건 아니다. 나가서 외식할 때는 예외로 가리지 않고 먹는다. 대신 집에 사 와서 요리해서 먹을 때는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 닭고기, 해산물, 두부 등 다른 육류나 단백질을 고른다.


시작을 생각했던 건 몇 달 전 남편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미친 듯 높아서였고, 지속하기로 한 건 지구환경적 이유였다. "또 환경충(?) 이야?!" 하고 생각하신다면 붙잡으시라. 한국에서는 안 믿었고 신경쓰지 않았는데, 미국의 대규모 농업과 목축업을 보면 소고기 영향이 정말 크다.


https://www.visualcapitalist.com/visualising-the-greenhouse-gas-impact-of-each-food/

각 음식재료 별 1킬로그램당 얼마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가를 나타낸 표다. 보면 소고기>>>>>>>>>>>>>>>>>>>>>양고기>>>>>새우>돼지고기>닭고기>생선 순이다. 어디서 어떻게 어떤 요소를 더해서 산출했는가에 표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소고기 (가끔은 양고기 이기도 함)가 최상위 1-2위를 차지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소고기 1킬로그램을 소비하는 것은 차로 100킬로미터를 운전하는 것과 같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의견도 있다.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나 해산물만 선택하더라도 몇 (십) 배는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셈.


그냥. 아주 쉬운 선택의 차이일 뿐이라서, 할 수 있으니까 다른 육류나 단백질을 고른다. 남편이 자주 해 먹는 파스타 레시피에 간 소고기가 들어가는데, 대신 간 돼지고기를 썼더니 오히려 맛이 더 있었다. 밀키트를 주문해 먹은지 몇 년 되었는데 여기서도 소고기는 빼고 다른 단백질을 고르다보니 생선과 새우, 두부를 더 먹고 있다.



사실 한국인의 식단은 꽤나 건강하다. 미국에서 살면 이런 점에서 초이스가 많지 않다. 해산물로 치더라도 먹는 건 거의 정해져 있다. 한국에서는 생선만 따져도 정말 다양하다. 멸치, 갈치, 고등어, 임연수, 꽁치, 가자미, 오징어, 쭈꾸미, 낙지, 문어, 조개도 종류별로 있고 게도 종류가 많다. 이 모든게 알게 모르게 생활속에 잘 녹아있어서 여러가지를 잘 먹는다.


미국에서는 의도적으로 찾아다니고, 선택을 해야 좀 다양한 걸 먹을 수 있다. 그저 주위의 흐름대로 먹었다간 소고기, 닭고기, 새우, 연어가 거의 끝이다.




그래서 이게 다 뭘 했냐, 뚜렷하게 건강해 졌냐?!? 하면 그건 또 모르겠다. 한국인 기준으로 나는 마르지 않고 뭐 피부가 끝내주게 좋아졌다던가 눈이 맑아졌다던가 그런 건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변화 두가지.


1. 혈압이 내려갔다

고혈압 가족력이 있다. 콜레스테롤도 높은 편이다. 어렸을 때 부터 그랬다. 갖고 태어나면 쉽지 않다. 초등학교 때 독하게 식단조잘을 해서 다이어트를 해 콜레스테롤을 한 차례 내린 바 있다. 혈압은 잴일이 많은 편인데, 언제나 낮으면 120대 말, 보통은 130대가 나오고 병원때문에 긴장해서 높을 땐 140도 나왔었다. 고혈압 전단계로 계속 살았단 소리다.


그런데 최근에 자주 잴 일이 있었는데 언제나 117, 높아봐야 124가 나왔다. 110대는 흔히 본 적 없다. 꽤나 놀라운 수치다.



2. 아토피가 나아졌다

30대 넘어서 갑자기 아토피가 생겼다. 어느 날 부터 손가락이 너무 간지러워서 병원에 갔더니 아토피라고 했다. 점점 심해지더니 입술 근처가 미친듯이 가려워졌고 주는 연고를 발라도 딱히 유레카 스럽게 나아지지 않아 계속 고통스러웠다. 손가락은 나아져도 입술은 남아서 계속 가려웠다.


그런데 최근 어느 날 갑자기 입술이 미친듯이 간지럽지 않은지 꽤 됐다는 걸 깨달았다. 갑자기 지금 이 글을 쓰니까 또 괜히 간지러운 것 같긴 하지만, 불과 작년 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이 두 가지가 소고기 영향인지, 단식 영향인지, 알콜인지, 카페인인지는 모르겠다. 뭐가됐든지 간에 너무 얽매이지않고 설렁설렁 한다. 그래서 살은 더 안 빠지지만, 실천한다는 데 의의를 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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