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캘리포니아에서 운전면허 한방에 따기

뭐 자랑인가 싶지만 쓸모있다

by Presidio Library

한국에서 국제면허를 가지고 왔더라도 단기 여행이 아닌 장기 거주가 목적이라면 캘리포니아에서는 면허를 다시 따야한다. 한국에서 나는 면허는 있었지만 뭐 차도 없고 운전할 일이 없어 장롱면허로 3년을 가지고 있다가, 미국 오기 전에 아빠 자동 트럭으로 좀 더 연습을 하다가 왔다. 미국에는 이동하려면 운전이 가장 흔한 방법이고, 오페어는 특히 아이들을 학교나 학원에 데려다 주고 픽업하는 등 운전이 필수인 경우가 많다. 때문에 아무리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는 도시에 살더라도 운전면허는 거의 필수이다.


운전면허를 어떻게 따는지는 하다못해 DMV홈페이지에서도 한국어로 찾을 수 있으니, 나는 그게 목적이 아니다. 내 경험을 토대로 이렇게 하는게 도움이 되었더라, 이런 것 때문에 좌절했다, 이런 것 위주로 쓰겠다.


1. 시험 좀 보게 해줘요.. DMV

아마 미국에 살면 DMV와 관련한 온갖 호러스토리를 들어봤을 것이다. 나도 아 정말 화딱지 나는 경험이 더 있지만, 그것은 다음 기회에 다른 글에서 풀기로 한다. 일단.. 뭘 하든지 간에 예약을 잡기가 굉장히 힘들다. 지금은 그래도 코로나 이후에 홈페이지가 잘 되어있어서 자동차 등록 연장이라든가, 시민이나 영주권자의 운전면허 갱신이라든가, 전에 비해서는 온라인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허나, 내가 운전 면허를 땄던 것은 8년 전이었고, 지금도 운전면허를 처음 따는 오페어는 다른 나라에서 온 외국인이기 때문에 직접 서류를 다 들고 가야한다. 주민등록증 같은 공식 신분증이 없는 미국에서, 운전면허증은 향후 공식 아이디를 대신하게된다. 때문에 신분과 사는 곳 등의 서류를 엄격하게 검사한다. 하나 빼 놓고 왔다고 봐주고 이런 것 없기 때문에 꼭! 여권, 신분관련 서류, 사는 곳을 증빙할 서류를 다 들고 가야한다!


문제는 온라인으로 방문 예약이 가능하지만, 거의 뜨자 마자 없어져버린다는 것이다.. 주번에 DMV가 많다면 여러 곳을 다 뒤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운이 좋아 예약할 수 있으면 좋고, 아니면 아침에 열자 마자 Drop in 줄에 기다려야 한다. I am gonna repeat this, 열자마자 가야한다. 드롭인은 운이다. 나는 운이 좋아서 30분만 기다린 적도 있고, 보통이어서 1-2시간정도였던 적도 있다. 2-3시간은 우습게 생각하고 가야한다.


시험을 한 번에 붙는게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힘들게 예약을 해서 시험봤는데 떨어지면, 다시 예약을 해야한다. 가능한 예약일이 2일 후일수도, 2주 후일 수도, 2달 후일 수도 있다. 더 문제는, 주행시험을 3번 떨어지면 필기시험부터 다시봐야한다. 그렇다! 당신은 DMV에 넉 달동안 왔다갔다 해야 할 수도 있다.


2. 운전면허 과외

한 번에 붙는게 뭐가 자랑인가 싶겠지만, 생각보다 떨어지는 사람이 엄청 많다. 오페어 모임에 갔더니 거의 모든 애들이 한 번은 떨어졌었고, 3번 떨어져서 자기 필기시험 다시 봐야한다는 애도 만났다. 내 전에 왔던 우리 집 오페어도 떨어졌었나 필기를 다시봤나 그랬다면서 호팸이 주말에 과외를 붙여줬다.

도움이 됐느냐 싶으면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긴 했다.


1. 스탑 사인에 서면 원-따우전드, 투-따우전드, 뜨리-따우전드 하고 말로 세고 다음에 출발하라든가

2. 우리 나라와는 좀 다른 인터섹션에서 비보호 좌회전. 맞은 편에서 차가 오는 와중에 인터섹션 중간까지 진입 후 핸들을 꺾고 사거리 한가운데에서 대기한다

3. 필기시험 때 당최 처음봤던 '중앙 좌회전 차선‘. 신호나 스탑사인이 없는 대신 중앙에 차선이 있다. 좌회전 하려면 그 선에 들어가 반대편에서 차가 안 올 때 까지 기다림. 반대로 가게 주차장에서 나와 좌회전 도로에 진입 할 때도 여기로 들어와 기다렸다 갈수 있다.

4. 평행주차 할 때는 최대 발 한개 거리 만큼 연석에서 유지하는 게 좋다.


등 등 점수가 깎이는 포인트 등을 알려줬던 것 같다. 그런데 그 튜터가 불친절했다. 나는 미국 온지 한 달 됐는데, 운전하면서 정신 없는 와중에 여기서 이렇게 저렇게 계속 얘기하고 또 자기나라 특유의 억양이 있어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기가 너무 힘들었다. 내가 못 알아듣고 턴을 잘 못 했는지 어쩐지, 왜 말을 못 알아듣냐고 했다. 너 억양때문에 잘 못알아듣겠다고 미안하다고 그랬더니 아! 오늘 주말인데 레슨 한다고 받는 게 아니었는데! 이걸 왜 한다고 해가지고! 이딴 소리를 내 면전에서 하는 것이었다. 거기서 더 말대답을 할 수가 없었던 게, 한적한 곳에서 차 안에서 중년 남성과 단 둘이 있는데, 내가 뭐라고 했다간 해코지라도 할 까봐 무서웠다. 어찌어찌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호팸이 수업료로 돈 뭉텅이를 건넸다(호팸 특성상 팁도 두둑히 줬을 것이다). 그 사람은 고맙다며 기분 좋게 웃고 떠났다(저 개X끼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호팸이 어땠어 하고 물어서, 저 사람 다신 쓰지 말라고, 아까 저딴 소리를 하더라 하고 얘기해줬다.


뭐 근데 그 사람이 없었다고 하면 운전을 못했겠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다만 호팸이 돈을 추가로 내고 선의로 과외도 시켜줬으니, 스스로 한 번에 붙어야 한다, 돈 값은 해야한다는 스스로 만들어 낸 부담에 짓눌렸다.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한국인 특징인가.


3. 국제면허가 있습니까? 연습을 하세요

미국 운전면허는 자기가 자동차를 가지고 가서 운전을 하는 시스템이다. 필기시험을 붙고나면 연습할 수 있는 연습면허를 주므로 운전면허 있는 사람과 동승하여 연습할 수 있다. 내 상황에서 요상한 점은, Technically 나는 국제운전면허를 가지고 있으므로, 혼자 운전을 하고 돌아다녀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호팸한테 동행해달라고 부탁하지 않아도 혼자 연습할 수 있다! 온라인을 뒤져서 내가 시험을 볼 디엠비 지점의 주행시험 코스를 찾아냈다. 혼자서 하루에도 몇 번이고 그 코스를 돌고 돌면서 연습했다. 과외도 붙여줬는데 떨어질 순 없다 하면서. 30번? 50번? 잘 모르겠는데 엄청 많이 했다.

후기 같은 것을 찾아보면 특히 코스가 어려운 디엠비가 뜨기도 한다. 아무래도 큰 도시 한 가운데 있으면 더 어려울 수 있으니. 주번 디엠비의 모든 코스를 찾아보고 쉽다는 곳을 노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예약을 잡을 수 있다면 말이다ㅎㅎ.




시험 당일날도 운전면허 따러 가면서 혼자 운전해서 갔다. 매번 호팸한테 같이 가 달라고 했으면 엄청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그러니까 여러분, 반드시 국제면허를 가지고 가세요.


그리고 한 번에 붙었다! 디엠비에서 사진을 찍고, 면허 카드가 집으로 배송될 때 까지 쓸 임시면허 쪼가리를 준다. 디엠비 사진은 머그샷(범죄자 찍는 사진) 처럼 나오기로 유명하다. 디즈니 영화 주토피아에서도 보면 돼지아주머니가 사진을 찍는 장면이 나오는데 진짜 배꼽을 잡았다. 얼마나 꾸미고 가든 소용이 없다. 그냥 포기하면 마음이 편하다. 집에 돌아가니 호팸이 한 번에 붙었냐면서 대단하다고 잘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다들 그렇듯이 한 번은 떨어질 줄 알았단다.


자, 이제 운전면허가 우편으로 배송되기를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끝날 때 까지 끝난 것이 아니고, 끝났다고 생각하더라고 끝이 아니다! DMV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https://brunch.co.kr/@c39a98fae8d84a9/35





오페어 및 해외생활 관련 궁금하신 분들께서 질문을 주시곤 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채널을 개설해보았습니다.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다면 편하게 이야기 나누어 보아요. - 하이데어 멘토링


keyword
이전 10화스탠포드 교육원에서 D+ 받은 이야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