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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위시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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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설 Sep 10. 2024

그 작은 우산 아래에서

에세이


그 작은 우산 아래에서





  봄비 내리는 날, 친구와 우연히 길에서 마주쳤다. 내리는 비를 피하며 말없이 웃음을 나누었다. 그 작은 우산 아래에서 시작된 만남은 마치 선물 같았다. 바로 헤어지는 게 아쉬워 근처 카페에 들러 달콤하고 향기로운 커피를 마셨다. 그 공간 안에는 잔잔한 클래식이 흘러나왔다. 마음의 온기를 느끼며 일상의 소소한 대화를 나눴다. 비 내리는 날 신호등 주위에 우산이 옹기종기 모여 나란히 걸어갔다. 비 내리는 날의 수채화처럼.  


  전에 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비 내리는 날, 길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 보니 제법 운치 있었다. 비를 머금고 있는 초록 잎의 싱그러움은 안구 정화했다. 일정표에 맞춰 자유롭게 탐방하고 사진으로 기록을 남겼다. 모두 우산을 펼친 채로  공원에서 마주쳤다. 서로를 도와 비를 피하며 말없이 웃음을 나누었다. 그 작은 우산 아래에서 주위를 살펴보니 화단에 활짝 핀 소국, 안개가 자욱한 바다, 무리 지어 날아다니는 잠자리, 자유로운 영혼처럼 날아가는 갈매기, 저 멀리 떠 있는 배가 보였다. 쉴 세 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풍경을 담기 위해 주위에 서서 한 바퀴를 돌아 파노라마 사진을 찍으며 어린아이처럼 자연에 동화되었다.


  초여름 가족과 함께 월미도에 갔다. 우산을 들고 딸의 손을 꼭 잡고 산책을 즐겼다. 안개가 뿌연 하늘에 갈매기가 날아다녔다. 주위를 살펴보니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의 모습에서 ‘각자의 삶을 다양하게 살아가고 있구나.’ 생각했다. 귓가에 차오르는 빗소리와 거리에 흘러나오는 음악은 감미로웠다. 비 내리는 날 그 작은 우산 아래에서 우리는 사랑과 연결되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며 서로를 지켜주었다. 근처의 식당에 들러 바지락 칼국수를 먹었다. 딸랑딸랑 문소리가 들리자, 강아지 한 마리가 반가운 듯 우리를 반겼다. 하얀 털이 솜사탕처럼 풍성했다. 눈이 인형처럼 똘망똘망 귀여웠다.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바삭바삭한 해물전, 바지락이 우려낸 국물이 시원하고 담백했다. 창밖에 맺힌 물방울과 그 사이로 비치는 바다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카페에 들러 향기로운 카페라테 한 잔을 마셨다. 서로에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


  우산은 비 내리는 날의 분위기와 감정도 연결되어 있다. 날씨가 흐려서 걱정했는데 늦은 오후에 소나기가 내렸다. 거의 도착할 무렵 딸에게 연락했다. 저 멀리 반대편 길에 한 대의 버스가 신호를 대기 중이었다. 승강장에 도착해 버스의 문이 사르르 열렸다. 비 오는 날에 빛의 속도로 누군가 우산을 펼치는 순간 고개를 들어보니 딸이었다. 엄마처럼 그에게 안전하게 보호받는 느낌이었다. 그 작은 우산 아래에서 함께 비를 피하는 순간은 감정적인 연결된다. 종종 우산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기지만, 그 작은 보호막이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줬다. 마중 나온 그에게 고마웠다.


  초봄이었다. 새벽에 세차게 비가 내렸다. 병원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혹시나 걱정했는데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잠시 후 동생에게 온 문자를 확인했다. 갑자기 온몸이 정지되었다. 시간이 멈춘듯했다. 곧바로 병원으로 정신없이 갔다. 그 힘겨운 시간을 견뎌온 누구보다 강인했던 엄마를 생각하며 무사하길 간절히 기도했다. 그 작은 우산 아래에서 하염없이 비 내리는 날, 엄마는 우리의 곁을 떠났다. 언제나 사랑하는 사람을 영원히 기억할거야.


  우산은 비 내리는 날의 삶의 순간을 품어주는 보호막이다. 사랑과 이별이 연결되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며 서로를 지켜준다.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에 삶의 의미와 소중한 사람의 의미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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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커피 한 잔에 글 쓰기 좋은 오후네요.
이렇게 글자를 입력하고 드래그하면 메뉴를 더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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