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cleus 2025 #1
누구나 인생에는 굴곡이 있고 내려가면 또 올라가는 때도 있다고들 말한다. 고등학생 시절 성치 않은 몸과 마음을 붙잡고 꾸역꾸역 수학 공부를 하던 나는 sin 함수를 그리며 생각했다. 인생은 마치 sin 함수 같다고.
그리고 생각했다. 내 인생의 진폭은 얼마일까. 과연 어디까지 떨어져야 변곡점을 지나 다시 올라갈 수 있는 걸까.
수학과 친숙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래프에서 변곡점은 '곡선의 오목/볼록이 변화하는 지점'이다. 오목에서 볼록으로, 볼록에서 오목으로 변화하는 변곡점에서 기울기의 절댓값은 최대가 된다. 인생의 변곡점도 마찬가지 아닐까. 끝도 없이 추락하는 듯하다가 변곡점에서 피크를 찍고 나면 다시 올라갈 수 있는 것처럼. 지금의 나는 어디쯤 위치하는 건지 계속해서 고민했다. 길고 긴 고민 끝에 내가 얻은 결론은 '알 수 없다'였다. 우리는 3차원에 살며 2차원의 sin 그래프를 보고 있으니 당연히 이쯤 꺾이고, 이쯤 내려가며, 이쯤 올라간다는 걸 알 수 있지만 2차원의 그래프 입장에서는 당장 한 발자국 앞도 어느 방향인지 알 수 없다. 그저 한참을 지나온 후 그때 그 순간이 인생의 굴곡이었음을 알뿐이다. 그래프의 시선에서 삶은 늘 직선이다. 그 직선이 모여 곡선을 이루는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그래프를 끄적이던 나는 문득 그래프의 삶을 멀리 떨어져서 보았다.
목적지도 끝도 없고 그 어느 점근선도 없이 평생을 흔들리는 삶, 그러면서도 삶의 경로를 이탈하여 반등하거나 추락하지도 않는 그저 그런 삶.. 마치 나를 보는 듯했다.
그런 그래프가 퍽 안쓰러웠다.
앞서 말했듯 그래프의 시선에서 아니, 나의 시선에서 삶은 늘 직선이다. 아주 곧-게 무한히 뻗어 손을 아무리 뻗어도 끝에 닿을 수 없고 큰 소리로 답답함을 외쳐도 답은커녕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는 외롭고도 긴 직선이다. 그런 직선을 뚜벅뚜벅 걸어와 지금에 선 나는 이제야 안다. 과거의 내 힘든 순간들도 하나의 sin 함수의 변곡점이었음을.
현재의 내가 보는 미래는 과거의 내가 보던 미래와 같이 여전히 직선이다. 내가 도착할 수 없을 것만 같이 멀게 느껴진다. 멀다 못해 점이 되고, 어둡다 못해 까맣게 보인다.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한 발자욱 내딛는다.
지금 내가 얼마나 기울어진 시점에 살고 있는지는 몰라도 곧 변곡점을 지나 마루에 도착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렇게 마루, 골, 마루, 골,,, 끝날 것 같지 않은 이 삶이 끝날 때 뒤를 돌아보며 여태껏 이 많은 굴곡을 내가 건너왔노라 말할 수 있길 바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