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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거라

by XY Mar 16. 2025

 "저기, 있잖아..."

 "왜."

 "만약에, 정말 만약에 말이야. 내가 조금 더 좋은 사람이었다면 달라졌을까?"

 "뭐가."

 "그냥, 모든 게. 네가 죽음을 생각하지도 않았을 거고, 아프지도 않았을 거고..."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응."


 너의 말에 '응'이라곤 했지만 사실 쓸데없는 생각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에겐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었다. 만약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었다면, 조금 더 성숙한 사람이었다면, 모든 것이 달라졌을까? 네가 나의 곁에서 죽음을 생각하지도 않았을 거고, 부모님이 나 때문에 아프지 않았을 것이다. 되려 삶을 생각하며 아프지 않은 나날을 살고 있었을 터.

 하나 지금 당신들은 나의 곁에서 죽음을 생각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나는 당신들을 살리고 싶다. 당신들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곁에 오래도록 남아 나와 함께 지냈으면 좋겠다. 그 누가 당신들이 죽길 바라겠는가? 하지만 이건 미약한 나의 바람일 뿐, 당신들의 바람은 정 반대다. 당신들은 죽기를 원하고, 나는 그런 당신들을 살리기를 원한다. 미안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유를 말해보자면, 나는 당신들이 없는 하루는 견뎌낼 수 있다. 하지만 당신들이 죽어버린 하루는 단 일분도, 일초도 견딜 수 없다. 그것이 단순한 나의 이유다. 없는 것은 하루, 이틀, 길어봤자 일주일. 하지만 죽은 것은 다르다. 존재하던 것이 한순간에 영영 사라진 것인데, 내가 어찌 멀쩡히 하루를 살아가겠는가? 나는 당신들이 죽은 하루는 전혀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나 때문 같다.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까지 생각하며 아파하는 게, 괴로워하며 나에게 하소연하는 게, 모두 나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었더라면, 조금 더 좋은 사람이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그래, 한낱 한심한 인간에 불과한 내가 무슨 수로 당신들을 붙잡으리. 그저 가는 길이라도 평안하길 바라며 죽어서야 행복하길 빌어주는 것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이제 놓아줄 테니 잘 가거라. 하나뿐인 나의 친구야.

 죽어서 자유를 만끽하겠다던 나의 친구야, 부디 그곳은 자유롭길 바란다.

 내 비록 지금은 따라갈 수 없다만, 나중에 꼭 나를 반겨주어라.

 잘 가거라, 나의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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