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고 있지만 아직 로그인 중입니다.
격렬한 실패는 없었다.
조금씩 어긋나고, 조금씩 무거워졌고,
낙타의 등을 부러뜨린 마지막 한 짐처럼
어느 날 조용히 무너졌다.
“그래도 잘 버티고 계시네요.”
하지만 나만 안다. 무엇을 감추며,
무엇을 후회하며, 무엇을 붙들고 살아가는지.
앞으로 써가는 글들은 ‘극복’의 이야기는 아니다.
영화 타짜의 한 대사처럼
'뜨뜻미지근한' 희망에 대한 얘기도 아닐 것이다.
정신마저 더 무너지면 진짜 끝이라는 본능적 공포.
숨을 쉴 무언가가 있어야 했다.
냉정하고 기계적인 판단에 따라,
읽고 쓰는 게 가장 합리적 선택이었다.
초등(국민) 학교 4학년이었나?
서평과 후기를 짜깁기 한 독후감이 학급상을 받았고,
학교대표가 되고, 그 해 가을엔 무슨 장관상을 받았다.
겁이 덜컥 났지만,
어쨌든 그때부터 나는 '글 잘 쓰는 아이'였다.
어른들의 게으름과 실수가 만든 그 타이틀을 지키고,
그 부끄러운 진실을 감추려 나는 읽고 쓰기 시작했다.
거의 평범하고, 간혹 독특했던 사춘기 그 시절의
사건, 사고, 속앓이 때마다 그 우연이 만든 읽고 쓰는 버릇 때문에 나는 사진처럼 그 시간들을 기억한다.
하여간, 그래서 할 수 있는 게 글쓰기 밖에 없다.
끄적끄적 적어 가던 글들이 사춘기 남자애를 보듬던
그때처럼 지금도 나를 살리고 있음을 체험한다.
숨이 쉬어진다. 기대보다 훨씬 성능 좋은 도구다.
하지만, 우연히 알게 된 이곳은 글쓰기를 힘들게 한다.
의식의 흐름은 산만하고,
쏟아부은 단어들로 혼잡하던 글 들이
감정의 연속성을 얼추 갖게 되고,
흐름과 종착점을 끄집어 내려 애쓴다.
장관상이 걸린 것도 아니지만,
내 감정과 상황과 아우성을 온전히 드러내며,
진짜 글처럼 쓰려고 애쓴다. 그러니 힘들다.
힘들지만 내 속 아우성이 글로 정리되고,
그 글에 투영된 날 보면 또다시 숨이 크게 쉬어진다.
정신이 붙잡힌다. 내일 출근할 에너지를 얻는다.
그저 읽어주는 이와 현실의 나와 진우연이
함께 건너는 감정의 다리다.
감정을 밀어내지 않고, 찬찬히 바라보는 게
복원의 시작이라고.
다시 힘내는 유일한 길이라 믿고 쓰는 기록이다.
"무너지고 있지만 아직 로그인 중입니다."
이건 그 말이 진심 인 어떤 사람의 사적인 드라마다.
진우연은 필명이자 현실의 나를 투영한 화자입니다.
진우연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힘들고 무너졌다,
일어났다를 반복할 예정입니다.
저도 진우연도 그 끝이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라 액션스릴러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진우연에세이의 첫 시작은
‘오늘만 살기로 한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진우연에세이 #회복 #중년감성 #버티기 #일상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