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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프롤로그_진우연의 에세이

무너지고 있지만 아직 로그인 중입니다.

by 진우연LAB

격렬한 실패는 없었다.


조금씩 어긋나고, 조금씩 무거워졌고,

낙타의 등을 부러뜨린 마지막 한 짐처럼

어느 날 조용히 무너졌다.


“그래도 잘 버티고 계시네요.”


하지만 나만 안다. 무엇을 감추며,

무엇을 후회하며, 무엇을 붙들고 살아가는지.


앞으로 써가는 글들은 ‘극복’의 이야기는 아니다.


영화 타짜의 한 대사처럼

'뜨뜻미지근한' 희망에 대한 얘기도 아닐 것이다.


정신마저 더 무너지면 진짜 끝이라는 본능적 공포.

숨을 쉴 무언가가 있어야 했다.

냉정하고 기계적인 판단에 따라,

읽고 쓰는 게 가장 합리적 선택이었다.




초등(국민) 학교 4학년이었나?


서평과 후기를 짜깁기 한 독후감이 학급상을 받았고,

학교대표가 되고, 그 해 가을엔 무슨 장관상을 받았다.


겁이 덜컥 났지만,

어쨌든 그때부터 나는 '글 잘 쓰는 아이'였다.


어른들의 게으름과 실수가 만든 그 타이틀을 지키고,

그 부끄러운 진실을 감추려 나는 읽고 쓰기 시작했다.


거의 평범하고, 간혹 독특했던 사춘기 그 시절의

사건, 사고, 속앓이 때마다 그 우연이 만든 읽고 쓰는 버릇 때문에 나는 사진처럼 그 시간들을 기억한다.


하여간, 그래서 할 수 있는 게 글쓰기 밖에 없다.


끄적끄적 적어 가던 글들이 사춘기 남자애를 보듬던

그때처럼 지금도 나를 살리고 있음을 체험한다.

숨이 쉬어진다. 기대보다 훨씬 성능 좋은 도구다.


하지만, 우연히 알게 된 이곳은 글쓰기를 힘들게 한다.


의식의 흐름은 산만하고,

쏟아부은 단어들로 혼잡하던 글 들이

감정의 연속성을 얼추 갖게 되고,

흐름과 종착점을 끄집어 내려 애쓴다.


장관상이 걸린 것도 아니지만,

내 감정과 상황과 아우성을 온전히 드러내며,

진짜 글처럼 쓰려고 애쓴다. 그러니 힘들다.


힘들지만 내 속 아우성이 글로 정리되고,

그 글에 투영된 날 보면 또다시 숨이 크게 쉬어진다.

정신이 붙잡힌다. 내일 출근할 에너지를 얻는다.




"진우연의 글 들은 현재진행형이다.

라이브에 가깝다. 어떤 과정과 결과로 갈지

아직 잘 모르겠다."


그저 읽어주는 이와 현실의 나와 진우연이

함께 건너는 감정의 다리다.


감정을 밀어내지 않고, 찬찬히 바라보는 게

복원의 시작이라고.

다시 힘내는 유일한 길이라 믿고 쓰는 기록이다.


"무너지고 있지만 아직 로그인 중입니다."

이건 그 말이 진심 인 어떤 사람의 사적인 드라마다.





진우연은 필명이자 현실의 나를 투영한 화자입니다.

진우연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힘들고 무너졌다,

일어났다를 반복할 예정입니다.

저도 진우연도 그 끝이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라 액션스릴러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진우연에세이의 첫 시작은

‘오늘만 살기로 한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진우연에세이 #회복 #중년감성 #버티기 #일상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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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