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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헤 Aug 09. 2024

영국에서 문화예술 만끽하기

어느 나라를 가던지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을 경험하고 오는데 영국은 특히나 다방면으로 볼거리가 많은 나라였다. 그중 하이라이트 몇 가지.




[Claude Monet]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클림트나, 알폰소 무하처럼 화려한 작품을 그리는 작가들.


다소 잔잔한 모네의 작품은 나의 애호가 아니었다. 그러다가 몇 년 전 미국에서 직접 처음 본 뒤로 모네에게 조용히 스며들었다.      

그렇게 모네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 중 가장 서정적인 작가가 되었다.     

 

*     


<내셔널 갤러리>에 간 단 하나의 이유는 모네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였다.      


모네의 그림이 8점 정도 전시되어 있고 이곳 역시 수련 연작이 있다.      

찾아가서 보고, 정신없이 핸드폰에 담고, 그 뒤에는 그저 멍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그림은 보고 있으면 마음이 고요해진다.


일렁이던 생각들이, 어지럽던 마음들이 그림과 함께 잠잠해진다.     


아주 가까이 보면 그냥 색깔들로 보이는데      

마음 포근한 무언가가,

폭신한 겨울 같아.     


        



[West end Musical]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뉴욕 브로드 웨이에서는 뮤지컬을 여러 번 봤으니 이제 남은 버킷리스트는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보기!     


브로드웨이에서는 라이온킹, 시카고, 위키드를 봤었는데 앞선 두 개는 영화, 만화도 많이 보고 한국에서도 뮤지컬을 접해서 넘버들을 거의 외울 정도로 많이 들어서 익숙했다. 그런데 위키드는 내용도 모르고 음악도 모르는데 영어도 제대로 못 알아들어서 되게 졸렸던(속상한)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뭘 볼까 고심했었다. 레 미제라블이 후보로 올랐으나 결론적으로 택한 것은 물랑루즈.


여행 가기 전에 예약할 때 삶에 너무 찌들어 있던 터라 뭔가 화려해서 눈으로 보기에도 즐거운 작품을 보고 싶었다.           



<Moulin Rouge>     


미국에서도 그렇고 영국에서도 우리나라와 뮤지컬 문화가 다르다고 느꼈던 것은 사람들이 기대감으로 텐션이 올라가 있는 것이 느껴진다는 점. 그래서 그들 옆에 있는 나도 덩달아서 흥이 살금살금 올라간다(내적 댄스).     


세트만 봐도 기대감 MAX


아 그리고 음주.


시카고 뮤지컬은 술을 마시면서 관람이 가능했는데 그와 사뭇 닮은 뮤지컬인 물랑루즈 또한 마찬가지로 음주가 가능했다.


*     


물랑루즈 뮤지컬의 아쉬움을 하나 꼽자면 원래 있던 곡들로 만든 공연이다 보니 극 자체의 고유 넘버가 없다는 점. 물론 <Lady Marmalade>를 들으면 바로 물랑루즈가 떠오르긴 하지만.      


*     


세트가 많이 바뀌고 화려한 연출로 볼거리가 많았고, 마이크의 울림을 최소화해서 라이브의 현실감이 생생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애초에 그래서 고른 뮤지컬이기도 했다.      


오랜만의 나 홀로 여행을 화려하게 시작하고 싶었기 때문에.     

여행 이틀차 저녁에 본 뮤지컬.          



<Frozen>     


비스터 빌리지(영국 아울렛)에서 득템을 하고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오던 길.      

4시 30분쯤 메릴본 역에 도착해 그냥 숙소로 가기에는 아쉬워서 앉아서 TodayTix(뮤지컬 티켓 예매 어플) 앱 새로고침을 아무 기대 없이 몇 번 하다 보니 결제창으로 갑자기 넘어갔다.


어머 나 무려 29.5파운드(약 5만 원)에 러시 티켓을 잡아버렸어!!!

물랑루즈가 비슷한 자리에 15만 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완전 거저 얻은 자리.      


갑자기 또 뮤지컬을 볼 생각에 기분 좋게 근처에서 저녁 먹고 들어갔는데 세상에나 엘사가 백 명쯤 있었다. 그리고 가끔 보이는 안나 몇 명(아가들 너네는 서브파구나).     



뮤지컬 러닝타임이 쉬는 시간 포함 2시간 15분이니 사실 딱 좋은 길이였다.

요즘은 3시간짜리 뮤지컬은 좀 피곤하더라고요. 2부에서는 집중력이 급속도로 떨어짐.      

원래 겨울왕국의 러닝타임이 1시간 45분쯤이어서인지 중간중간 뮤지컬을 위한 새로운 넘버가 삽입되어 있었다.     


*     


익숙한 노래들을 라이브로 듣는 거고 기대했던 바가 없었기에 대체적으로 즐거운 관람이었으나      


그. 러. 나      


초반에 보면서 스트레스받았던 부분이 있었다.

아니 제가 인종차별하는 건 아닌데요.      

그 유명한 디즈니의 pc주의가 뮤지컬에도 드러나는 건지 아니 이게 일단은 인종차별 문제도 아닌 것 같은데..    

왕은 흑인, 왕비는 아시안, 엘사는 백인, 안나는 흑인.     

근데 왜 백인 안나가 커서 흑인 안나가 되는 건데요...

흑인 안나 할 거면 아역도 흑인으로 해주세요...      

캐스팅 멋져...      


ST인 저는 현실적 사고로 ‘아니 왕족인데, 그럼 백인인 엘사는 입양아야? 왕족인데 사생아야? 설정 뭐야 무슨 일이야’까지 생각이 가버린 것이었어요.     

 

물론 흑인 안나 노래는 매우(역시나 당연히) 잘 부르시더랍니다. 되게 시원시원하고 가창력 좋은 안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있다 보면 인종이 (거의) 같다 보니 이런 혼란을 겪을 일이 없는데 해외 나오면 이런 일이 종종 있어서 어느 정도는 그러려니 하지만 뼛속까지 한국인인 저는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었어요.   

   

*     


또 보기 전에 궁금했던 건 올라프를 어떻게 구현할까였는데 인형탈을 따로 들고 나왔다. 복화술 하듯이 올라프를 노래해서 그건 차라리 마음의 눈으로 보면 됐답니다 :)

           



[Harry Potter Studio]      


해리포터에 대한 사랑은 중학교 때 책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평생 가장 여러 번 읽은 시리즈 3가지가 퇴마록, 오즈의 마법사 그리고 해리포터.


이 중 해리포터는 학창 시절 온 교내에 해리포터 붐이 불었고 그때 처음 읽게 된 뒤 하도 많이 읽어 책이 너덜너덜 해질 정도로 읽었었다. 요즘 해리포터 영화 정주행을 하던 동생이 궁금증이 생기면 나에게 물어보는데 대답해 주면서도 세세히 기억하는 나에게 스스로 놀라곤 한다.   

        

그런 내가 해리포터 스튜디오?

못 참지.      


*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스튜디오를 가던 날.

날씨도 어찌나 예쁜지.      

놀이공원 가는 길 근처에 가면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기분 좋은 설렘의 공기가 떠도는데 그날도 그랬다.  마주치는 사람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던.      



투어 가이드가 있지만 어차피 반쯤은 못 알아들을거라^^^^^ 혼자 돌아다니기로 했다.

어차피 해리포터의 내용은 책을 포함해 영화도 속속들이 꿰고 있기 때문에 굳이 가이드가 필요하지 않았다.      


처음 입장하는 곳은 블로그에서도 여러 차례 본 호그와트의 연회장이었는데 머글은 감동할 수밖에 없고요. 연회장의 문이 열리면 반짝이는 효과음과 함께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탄성소리.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스튜디오 안을 돌아다니며 방대한 세트와 소품을 보니 지난 영화들의 모든 장면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음악 감독부터 시작해서 스케치하는 사람, 분장 도구 등 만드는 사람, 동물 길들이는 사람, 연주자들 등등 생각보다도 더 많은 부분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한 것을 보았다. 영화 굉장히 좋아하고 많이 보는데 이런 부분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아서 신선했고 영화산업이 정말 거대한 예술 그 자체라는 것이 와닿았다.      


해리포터 스튜디오는 확실히 어른이 가기 더 적합한 곳인 것 같다. 분위기가 급격히 어두워지는 6-7편쯤의 모형들은 내가 보기에도 섬뜩할 지경이었으니.(생각해 보면 꽤나 잔혹한 살인마가 나오는 영화였잖아요?!)  

   

해리포터의 마법에서 깨고 싶지 않으면 안 가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어린이들! 아직 산타를 믿는 아가들 말이야.                



해리포터의 이야기들이 머릿속에 휙휙 지나가며 스튜디오 투어를 마치고 나오자 원래도 사랑했던 해리포터를 다녀와서는 더 사랑하게 됐다.     

 

나의 유년 시절을 가득 채워줬던 작품.

해리포터가 한 편씩 나오던 시기에 같이 자란 게 너무 좋다.

그때 그 시기의 생생함.

한 편씩 나올 때 친구들과 기다리던 기대감.      

책 이후로 영화가 나올 때마다 친구들, 혹은 부모님과 다 같이 가서 영화를 보고, 너 나 할 것 없이 그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 십여 년의 시간들이.     


*      


돌이켜봐도 영국은 역시 문화예술을 즐기기에 가장 좋았던 곳이었다.


그래서 런던에서는 일주일을 있어도 빠듯하다고들 하겠지.


맥시멈으로 문화충전되었던 영국에서의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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