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아름다운 이별을 원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사수의 잔인한 진심과 끝까지 부사수를 부려먹는 악랄한 마음.

by Alex

면접에 합격한 후, 회사에 합격 사실을 알리진 않은 체 사직서를 내밀었다.

사수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한마디 한다.


“갑자기 이러면 회사는 어떻게 하냐?”, “이 사직서! 나는 반려한다.”, “다시 한번 잘 생각해봐.”

나야말로 너무 황당했다. 한 달 전에 규정에 의거해서 사직서를 제출하는 건데 무슨 근거로 반려한다는 소리를 하는 거지? 심지어 사수가 인사팀장이긴 하지만 반려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좋게 이별하고 싶어 한 발 물러났다.






그리고, 2일 후 나는 다시 한번 사직서를 제출한다. 사수는 사직서를 받아 든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나를 옥상으로 부른다.


“문돌이 안전관리자, 대체 왜 관두려고 하느냐?”

“저는 새로운 도전이 하고 싶어 서울에 올라가려고 합니다.”

“서울 가면 얼마나 힘든 지 아냐? 나도 서울에서 근무해 봐서 안다.” “넌 못 버티고 다시 내려올 거다.”

“다시 내려오고 실패하더라도, 젊은 나이에 한 번 더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내가 해봐서 안다.” “내가 너를 키우려고 했는데 나는 정말 당황스럽다.”

(윗사람들이 꼭 하는 말 특: "내가 너를 키우려고 했다.",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등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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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 전, 나는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를 부려먹을 생각만 한 걸 알고 있다.(물론 사수는 아니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이별할 때 최대한 예의 있게 해야 한다는 나의 생각과 함께 사수와의 대화를 포기하고 귀만 열었다.

본격적인 인수인계를 시작하였다.

다행히 부서이동을 통해 우리 팀으로 발령받게 된 후배가 있어 조금은 안심되었다. 앞서 언급했던 60페이지 분량의 직무기술서를 후배에게 내밀고 하나씩 알려주기 시작했다. 후배는 깜짝 놀라 했다.


“와 선배님, 업무가 이렇게 많습니까?”,“저는 다 할 수 있을 자신이 없습니다..”

“아니다, 이거 좀 자세히 쓴다고 양이 많은 거지 실제로는 얼마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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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그 후배는 사수의 부사수 길들이기를 참지 못해 퇴사를 했다고 한다. 후배에게 들어보니, 모르는 게 있어 사수에게 질문을 하면 질문에 대한 답을 주는 대신 나와 비교를 하며, 후배의 실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했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퇴사하고 1년간 2-3명 정도의 나는 얼굴을 알지 못한 후임들이 무례함을 무릅쓰고 나에게 연락이 왔고, 업무에 대한 질문을 하였다.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아는 범위 내에서 답변을 잘해줬고 또 다른 인연을 만들었다.(물론 일회성 인연이어서 지금은 연락을 하지 않는다.)


한편 남은 한 달간의 시간이었지만, 나는 2번째 회사에서 정말 열심히 일을 했다. 하지만 나의 호의를 비웃기라도 한 듯 그 마음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도 같이 깨달았다.


“문돌이 안전관리자, 한 가지 명심할 게 있다. 넌 아직 퇴사한 게 아니다. 후배에게 모든 걸 인수인계 잘하고 후배가 못하면 네가 다 시 와서 일해야 할 거야!”, "그리고 빠짐없이 마무리 다 해놓고 가!"

“아 네 알겠습니다.”(아, 인수인계서 없이 찾아가면서 업무를 했는데 끝까지 책임을 요구하네.... 하)

(퇴사하기 하루 전 날)“퇴사 하루 전이지만 여기 지역 인사 간담회에 문돌이 안전관리자 네가 다녀와!”

“네 알겠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바보 같았다. 철저하게 가스 라이팅을 당했고, 나의 권리를 요구하기에 그저 힘없는 사회생활 3년 차 애송이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 경험이 좀 더 강인한 결정을 할 수 있게 했고 불합리함에 조금은 맞서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2번째 회사와의 악연인지 인연인지 모를 관계는 드디어 끝이 났고,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회사 빅데이터 기반 IT업 스타트업 회사에서의 여정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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