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 뛰어오르는 데 한계를 느끼다.
서울사는 창원촌놈의 탄생, 첫 시작은 마냥 좋았다.
서울에서의 첫 출근, 마냥 행복했다.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매우 많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물론 나중에 집 전세 문제 때문에 매우 골머리를 앓긴 했다.) 당분간 처가댁에 지내며, 집을 천천히 구하기로 했다. 출퇴근거리 1시간,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시간이지만 서울에서는 으레 당연하다고 한다.
안녕하세요! 09:30분 첫 출근을 하니, 직원들이 거의 없다.
'뭐지?, 왜 사람들이 없지?' 들어가 한 쪽 구석에 앉아 있으니, 경영지원팀장이 오셔서 나에게 말을 건다.
“문돌이 안전관리자님, 우리 회사에 입사하신 걸 축하드립니다.”
“직원들이 없어서 많이 놀라셨죠?” “우리 회사는 자율출퇴근제를 시행하고 있어서, 직원마다 출퇴근 시간이 다 달라요.”
“아, 네, 제조업에만 있다가 처음 IT 업종으로 와서 그런지 적응이 잘 안 되고 신기하네요”
“차 차 적응 되실 거예요. 일단 짐을 풀고, 여기 있는 노트북으로 업무를 하시면 되세요.”
이렇게, 첫인사를 마치고 배치받은 자리로 가서 짐을 정리한다. ‘와, 역시 스타트업은 다르구나’
자율출퇴근제, 스톡옵션제도, 생일축하금 등 회사가 크진 않지만 대기업 못지않은 빵빵한 지원을 해준다. 여기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가진다.
드디어 첫 임무를 받다, 하지만 싸함을 느끼다.
일주일이 지났다. 아직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직원들의 업무 집중력을 높일 수 있도록 서포터 해주는 것이다.
사내 식음료 재고가 떨어지지 않게 선주문을 하고 회사 자산 현황을 파악하는 등 나름대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렇게 또 일주일이 지났다. 드디어 나에게 첫 업무가 떨어진다.
그것은 바로, ‘채용 프로세스 구축’이다.
엥? 온 지 2주밖에 안되는데, 채용 프로세스를 구축하라고? 말도 안 된다. 이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시니어들도 하기 쉽지 않은 일인데, 불과 입사 2주 차 사회생활 4년차 주니어급 신입에게 이걸 맡기다니, 믿을 수 없었다. 게다가 메인 사수가 없는 입장에서 혼자 하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 그래도 1주일가량 인터넷을 열심히 찾았고, 타 회사의 자료들도 벤치마킹하며 채용 프로세스를 만들고 사장님께 보고 드렸다.
“문돌이 안전관리자님, 2페이지 이 부분은 우리 회사와는 맞지 않아요, 다시 해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이 부분 수정해서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수정을 지시한 부분에 대해 수정 후 다시 보고 한다.
“문돌이 안전관리자님, 3페이지 이 부분은 문맥이 어색해요, 다시 해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이 부분 수정해서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아니,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보지도 않고 왜 그때그때 고쳐오라고 하는 거지?? 한 번만 끝까지 읽어보고 전체적으로 수정을 해주면 훨씬 서로가 편하지 않나?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전 회사에서 느꼈던 불합리함들이 떠올랐다. 점 점 보고하러 가기가 싫어지고, 피하고 싶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각 부서별 팀장들도 사장님에게 보고하러 가기 싫어했다고 한다. 사장님께서 모든 부분에 너무 관여를 하고, 하나의 과업을 가지고 몇 번씩 수정을 했기 때문에 서로가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역시 ㄸㄹㅇ 보존 법칙은 여기서도 적용되는구나.....
해내지 못한다는 두려움, 나는 점 점 더 작아진다.
결국, 위에서 언급한 채용 프로세스는 구축하지 못했다. 1개월 가량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다가 나중에는 결국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를 채용했던 사수에게 욕을 먹었다.
“문돌이 안전관리자님, 사장님의 지시사항은 반드시 해내야 해요”
“아, 수정만 10번을 넘게 했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수정 지시하셔서 바꾼 부분을 또 수정을 하라고 하시기도 하고 끝이 안 날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은 잘 설명드려야죠 담당자가, 책임감이 좀 부족하군요. 제가 마무리하겠습니다.”
“네 죄송합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네, 고생했어요, 이제 다른 업무에 집중하세요.”
나는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아무것도 해내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러나, 다른 부분은 열심히 해서 계속 인정을 받아야 했다. 그러던 중 다른 임무를 받았다. 그것은 바로 사무실 배치 관련 통신공사였다. 통신업체와 컨택을 했고, 무사히 일정 조율도 마쳤다. 이제 공사만 잘 진행하면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사무실을 배치하면서 전기공사도 병행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멘붕에 빠졌지만, 부족한 부분은 멀티탭을 이용했고, 업무를 진행하는데 무리 없이 공사를 마무리했다.
“문돌이 안전관리자님 수고했어요, 그래도 책임감 있게 잘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전기공사가 필요한 부분은 다음 주에 마무리 짓고 보고 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주세요."
어렵사리 일을 처리하긴 했지만, 자신감이 계속 줄어들었다. 내가 무슨 일이든 처리하기만 해도 틀어지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기는 것이 싫었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계속 노력해야 했다. 그렇게 또 1개월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