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명확한 나의 한계, 살기 위해 이직을 선택했다.

점 점 더 자신감은 사라지고, 쓰라린 실패를 맛보고 있었다.

by Alex

스타트업에서의 2달이 지나간다. 처음 서울로 올라갈 때의 패기는 나에게 남지 않았고 근심 가득한 찌질한 모습 밖에 없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모든 걸 다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너무 힘들었다. 그렇다고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일 수도 없었다.


‘아, 내가 서울을 떠날 때 사수가 했던 말이 사실이었던 건가, 애써 내가 그 말을 부정했던 건 아니었을까?’

게다가 전세 문제로 인해 1년 정도 원룸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내가 잠을 자면 불 꺼진 원룸의 책상에 앉아 휴대폰 플래시에 의지한 채 맥주 한 잔을 마시는 게 현실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렇다고, 회사를 관둘 수는 없었다. 나에게 그럴만한 용기가 없었고 지금도 없기 때문이다. 이직한 지 2달 만에 이직을 또 한다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 되었다. 그러던 중, 나는 또 다른 임무를 받게 되었고 이 임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직을 다짐하게 되었다.


“문돌이 안전관리자님, 이번에 전 직원이 워크숍을 해당 날짜에 가게 될 건데, 한 번 장소와 프로그램 준비해서 알려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준비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내가 사장님께 보고드릴 테니, 내용 준비만 해서 저한테 주세요.”

“네 일단, 날짜는 정해진 상태니 참석 여부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숙소 몇 개 찾아서 보고드릴게요.”

“그렇게 하세요.”


자신 있었다. 2번째 회사에서 체육대회를 추진한 적이 있었고, 친구들과 여행 갈 때 준비도 많이 했었다. 차근차근 준비도 잘했고 숙소 예약, 관광버스 예약까지 다 마쳤다. 드디어 마지막 사장님께 보고드릴 때가 왔다.

“(사수) 사장님, 워크숍 준비 완료 되었습니다.”

“(사장) 아니, 참석율이 왜 이렇게 저조해요.” 이럴 거면 워크숍 가는 게 의미가 있겠어요?”

“(사수) 아..... 그게 주말에 가다 보니 아무래도 참석율이 좀 저조한 것 같습니다.

“(사장) 그렇게 할 거면 워크숍 가지 말아야지. 확인해서 당장 숙소 예약하고 취소해요.”

“(사수) 아, 네 알겠습니다.


옆에서 보고 있던 나는 너무 당황스럽다, 불과 2-3일 정도만 남겨두고 갑자기 취소라니.. 애초에 워크숍을 가지 말라고 하던지, 하... 뭐 하는 짓인가. 여기도 ‘사장의 한 마디에 정책이 뒤바뀌는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랴부랴 업체 측에 연락을 취해 숙소 및 관광버스 등을 취소했다. 그 과정에서도 정말 스트레스가 많았다. 업체 입장에서는 당연히 위약금을 내라고 했고, 그 부분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는 또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멍청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날 밤, 집으로 와 아내와 대화를 나눴다. 정말 쉽지 않았지만 이직을 선택해야 할 것 같았다.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에 뒷감당은 오롯이 밑 사람의 몫이라니, 현타가 정말 세게 왔다.

“여보, 나 한 번만 더 이직하면 안 될까?, 너무 힘들다. 여기는 쉽지가 않아. 내가 생각한 스타트업과 너무 많이 다른데...?” 근본적인 이유는 말하지 않은 채, 아내에게 한 번 이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다.

“응 오빠, 오빠 힘들면 이직하는 게 맞는 것 같아, 어떻게든 내가 오빠 먹여 살릴게.”

“고마워 원래 있던 제조업 쪽에 한 번 지원해 볼게.”


이렇게, 다시 결심을 했다. 그리고 채용 포털사이트를 켜고 나에게 맞는 직장이 뭐가 있는지 보고 있었다. 아뿔싸, 이게 뭐야, 왜 우리 회사에서 HR담당자 채용공고를 냈지? 난, 아직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는데, 그리고 왜 총무 분야는 빠져 있는 거지? 충격이었다. 그리고 1주일 뒤에 사수가 나를 불러 이야기한다.

“문돌이 안전관리자, HR담당으로 많은 업무를 하지는 않았지?”

“네, 인사 기획보다는 인사 운영을 주로 했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HR담당을 다시 뽑기로 했고, 문돌이 안전관리자는 총무분야만 맡아줘요.”

“아 네, 알겠습니다.”


그렇다, 나는 수습을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도 나의 성실함을 높게 사 총무 관련 업무를 맡긴 것이다. 결국 서울에서의 첫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다시 이직 준비를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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