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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cm 마네킹과 디스플레이의 중요성

by 홍매화



매장 오픈 전, 하루의 시작

오픈 1시간 전, 매장은 조용하지만 나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9시 30분, 먼저 도착한 나는 오늘 들어온 행낭을 확인한다. 다른 매장에서 들어오는 상품이나 요청했던 사이즈들이 행낭 가방에 담겨 도착한다.

입고 처리를 하고, 바코드를 찍고, 태그를 확인한 뒤 제자리에 걸기까지는 버퍼링 없이 해내야 한다. 오후 1시까지 온라인 주문 건이 문제없이 나가야 하니까.



그다음은 온라인 주문 건 출고 작업이다. 재고를 확인하고, 주문서대로 상품을 찾아 비닐 포장에 담는다. 오차 없이 상품 태그, 상품, 사은품을 정확히 챙기고 박스에 담는다. 이 작업이 늦어지면 택배 픽업 시간에 맞출 수 없고, 고객 컴클레임으로 이어지기에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매장 판매만큼 온라인 배송도 중요하다. 보이지 않는 고객에게도 브랜드의 경험을 보내는 일이라 생각하고 정성을 들인다. 이 모든 과정을 끝내면 매장 조명을 켠다.



우리 매장에는 키 188cm의 남성 마네킹이 있다. 어깨가 넓고 다리가 길며 비율이 좋다. 처음 이 마네킹이 입구에 있을 때 솔직히 판매원인 나도 질투심이 있었다. '저렇게 생긴 사람이 현실에 어디 있겠어?' 싶은 마음 반, ' 내가 입으면 저 느낌 안 나올 텐데' 하는 마음 반. 하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단순하다.

"우와, 이 티셔츠 어디 있어요?" "마네킹이 입은 바지 사이즈 뭐예요?" 옷걸이에 걸린 옷은 그저 가능성이지만 마네킹이 입고 있는 옷은 이상적인 형태를 보여주는 캔버스이다.



나는 판매원이지만 사실 마네킹에게 많이 배운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스타일에 반응하는지, 계절과 트렌드가 어떻게 사람들의 시선을 바뀌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보여주는 것만큼 강력한 설득은 없다는 것.

디스플레이는 단순한 꾸밈이 아니다. 고객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늘 조용히 서 있는 188cm 마네킹은 오늘도 묵묵히 일하고 있다.



제품 하나를 디스플레이할 때에도 우리는 단순히 예쁘다. 만을 생각하지 않는다. 색 조합, 계절감, 마네킹의 포즈와 위치까지 세심하게 계산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고객이 매장에 들어오는 순간 첫인상은 그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은 바로 디스플레이다. 제대로 된 디스플레이는 고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고, 제품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마치 마네킹이 무언의 언어로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당신에게도 잘 어울릴 거예요."



판매원의 시선으로 본 디스플레이의 힘 매장에서 일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이거 마네킹 입은 거. 진짜 예쁘네요."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은 "이거 입어볼 수 있어요?" 고객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나는 속으로 웃는다. "마네킹 옷 잘 입혔구나."

나는 의류 매장에서 근무하는 판매원이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고객을 응대하고, 옷걸이에 걸린 수백 벌의 옷을 정리하고, 피팅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그 루틴 속에서도 마네킹과 디스플레이는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가장 강력한 판매원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고객이 우리 매장을 기억하는 이유는 옷의 디자인뿐만이 아니다. 우리 브랜드는 항상 세련된 느낌이야, 디테일이 좋아, 핏이 예뻐. 이런 말들은 대부분 마네킹과 디스플레이에서부터 시작된 이미지다.

매장을 나서기 전, 나는 늘 마네킹 앞에 서서 옷매무새를 고르게 하며 혹시 먼지가 앉지는 않았는지 살핀다.



그건 내 하루를 대신 설명해 주는 작은 존재라는 걸. 어쩌면 나는, 188cm 마네킹과 오늘도 더 나은 판매원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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