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가 아직 차가운 10시 30분, 매장 셔터를 올리는 소리와 함께 하루가 시작된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면 어제의 흔적이 고요하게 남아 있다. 제품들은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다.
오픈 준비, 흐름을 만드는 일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매장을 리셋하는 것이다. 어제 팔린 상품을 채우고, 먼지를 닦아내고, 피팅룸을 정리한다. 고객이 첫 발을 디딜 때, 그 순간이 완벽하길 바라며 하나하나 손본다. 우리의 일상은 브랜드의 얼굴을 준비하는 일이니까.
매장 안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볼륨을 키우고, 조명이 점점 밝아진다. 유니폼을 매만지고, 오늘은 어떤 고객을 만나게 될까.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까. 어떤 문제를 해결하게 될까.
행낭 찾기, 백오피스 속 조용한 분주함
매장 뒤쪽 출입문 너머로 행낭 기사님이 등장한다.
우리가 기다리던 행낭(택배물류가방)이 도착했다는 신호다. 진한 빨간색 천 가방에 빼곡히 담긴 상품들. 이건 어제 다른 지점에서 넘어온 상품들이다.
스캐너로 바코드를 찍고, 전산에 수령 확인을 누른다.
단순한 버튼 하나지만 정확함과 속도가 동시에 요구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가끔 아직 미처 도착하지 않은 상품을 찾기 위해 창고 한켠을 다시 뒤지거나 지점에 문의 전화를 넣기도 한다.
온라인 주문 상품을 찾는 일
매장을 여는 동시에 가장 먼저 하는 일 중 하나는 온라인 주문 상품을 찾는 일이다. 시스템에 들어가 '픽업 대기'로 뜬 주문번호들을 확인하고, 해당 상품들을 매장 이곳저곳에서 찾아낸다. 때로는 빠르게 찾지만 비슷한 디자인이나 색상 속에 파묻힌 작은 차이를 구분하느라 몇 번이고 다시 매장을 돌기도 한다.
"이거 맞나?" 라벨을 확인하고, 사이즈를 대조하고, 바코드를 스캔하는 과정은 신중하다. 이 상품 하나가 어떤 고객님에게는 기다린 운동화 일 수 있으니까.
움직임 속의 에너지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 2시부터 매장은 바빠지기 시작한다. 단골 고객님이 들어오고,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옷을 고르는 이들이 많아진다. 누군가는 러닝화를 찾고, 누군가는 딸을 위한 트레이닝복을 고른다.
땀에 젖은 운동복의 기능을 설명하고, 운동 루틴에 어울리는 아이템을 제안하며 우리는 서로의 삶에 스며든다. 어쩌면 옷보다 더 중요한 건 고객이 그 옷을 입고 어떤 자신이 되고 싶은지를 알아채는 감각이다.
물류 입고작업, 허리가 나가는 날
오후 3시, 택배 트럭이 도착하면 본격적인 입고 작업이 시작된다. 박스마다 무게도 제각각이다. 러닝화가 담긴 작은 박스부터 윈터재킷이 가득 들어있는 육중한 박스까지.
바코드 리더기로 스캔하며 수량을 확인하고, 지정된 매대에 맞게 분류한다. 상품 한 박스에 담긴 의류 태그 수십 개를 하나하나 맞춰보는 작업은 시간이 꽤 걸린다.
그래도 이 과정이 꼼꼼해야 내일 아침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찾을 수 있다.
신상품일 경우 우리가 제일 먼저 만져보는 특권이 있다. 가끔은 그 소재나 핏에 감탄하면서도, 다시 본분으로 돌아온다. '이걸 어떻게 진열하면 고객 눈에 잘 띌까?' 생각해보고 진열한다.
마감, 하루를 닫는 의식
저녁 8시, 마지막 고객이 나가고 매장 문이 닫힌다. 하루 동안 쌓인 옷더미를 정리하고, 진열대를 다시 채운다. 마감 보고서를 작성하며 오늘 있었던 일들을 되짚어본다. 어떤 고객은 피팅룸에서 거울을 보며 웃었고, 어떤 아이는 첫 운동화를 신고 가볍게 점프했다.
우리는 하루 동안 수십 명의 삶에 스쳐 지나갔고, 그 안에 작은 영향을 남겼다. 운동보다 더한 하루지만 그래서 의미 있다. 언더아머 스태프로서의 하루는 때론 육체적으로 지치고, 정신적으로 예민해진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인간적인 순간들이 가득하다.
우리는 땀, 열정, 성취, 도전, 언더아머의 가치는 결국 그 안에 있는 사람을 통해 완성된다. 그리고 내일도 같은 시간, 셔터를 올리며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겠지. 그 하루가 또 다른 누군가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