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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사랑 Sep 04. 2023

비와 나무

저는 앨버타주의 에드몬튼(Edmonton)이라고 곳에 살고 있습니다. 검은색으로 글자가 쓰여 잘 보이시지 않겠지만, 아래 지도에 핑크색으로 칠해져 있는 중간쯤에 위치한 도시이고, 이 주의 수도이기도 하지요. 이 도시는 과거 순록 사냥꾼들이 모여들게 되면서 물건의 거래를 위해 자연스럽게 마을이 형성되었고 이에 따라 요새가 건설되게 됨으로써 후에 이 주의 주도가 된 도시입니다. 기록에 의하면 이곳은 7개의 순록 무리가 지나다니는 교차로에 있다 보니 순록 사냥꾼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곳에 있다 보면 그 7개의 순록 무리를 자연스럽게 사냥할 수 있으니까요. 이는 아래 그림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이곳이 냉대림 혹은 북부 한대수림이라고 불리는 Boreal forest와 목지 (parkland: 초지에 나무들이 띄엄띄엄 있거나, 키 작은 나무들이 자라는 지역)의 경계에 위치해 순록무리들이 먹을 수 있는 것도 많고 또 쉴 곳도 풍부하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순록 무리들이 서식하고 있던 것입니다.

 

앨버타주 식생 (https://www.albertapcf.org/about-prairies/albertas-natural-areas)


그런데 이러한 식생형태는 일반적으로 강수량 자료를 보면 어느 정도 가늠이 됩니다. 아래의 강우량 지도를 보면 신기하게도 연간 강수량의 패턴과 식생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비슷한 이유로 사람들이 정착하는 곳들도 강수량과 일치하게 됩니다. 글자가 작아서 잘 보이실지 모르겠지만, 이 주에서 가장 큰 세 개의 도시(Edmonton, Red Deer, Calgary)가 거의 수직으로 나란히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자세히 보시면 이 세 도시 모두 강수량 450-500mm 위치에 놓여 있다는 것도 눈치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보통 강수량이 500mm가 넘어가면 숲이 되고 450mm 이하가 되면 초지가 나타나는데, 이러한 식생과 이 도시들의 발달이 무관하지 않았다는 것을 쉽게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여담으로 많은 분들이 이곳이 한국보다 눈이 매우 많이 온다고 생각하시는데 워낙 강수량이 작아서 실제로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곳은 5월부터 9월까지 대부분의 강수가 이루어져 약 320mm가 비로 내리고 겨울 동안은 100mm 안팎의 눈이 내립니다 (네다섯 달 정도가 겨울이라는 것이 흠이긴 합니다). 한국의 경우 평균 강수량이 1400mm 정도로 강릉의 3달 동안 적설량(12월~2월)이 약 135mm (강우량 약 75mm)의 눈이 내린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월평균으로 생각하셨을 때는 강릉과 이곳에 비슷한 양의 눈이 내린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앨버타주의 연간 강수량 (Petre and Rivera, 2015, DOI:10.4095/295754)


보신 바와 같이 식생은 강수량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강수의 양이 식생을 결정하지 는 않습니다. 좀 극단적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사막에는 전혀 비가 오지 않거나 매우 적게 온다고 생각하시곤 합니다. 그리고 어떤 사막은 실제로 매우 적은 양의 비가 옵니다. 예를 들어, 칠레 북부에 있는 아타카마 사막의 경우는 17년 동안 5mm의 비만 내리기도 했고, 미국 데스 벨리의 경우 1년에 60mm 정도만 내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1년에 500mm 이상의 강수량을 갖는 사막도 존재합니다 (https://thewildclassroom.com/biomes/desert/#:~:text=Some%20deserts%20can%20reach%20a,thing%20needs%20water%20to%20survive). 여기서 의문이 들지 않으시나요? 위의 강수지도와 식생지도를 보시면 앨버타의 대부분이 500mm 이하의 연간강수량을 갖고 심지어 350mm가 되지 않는 지역도 있는데 500mm 이상의 강수량을 갖지만 사막이라니? 이 의문에 대해서, 위에 보여드린 웹페이지의 맨 첫 글을 이에 대한 답을 제공해 줍니다. "사막은 증발량과 더불어 그 지역에 내리는 강우의 양에 의해서 결정된다." 네, 사막의 정의는 그 지역에 내리는 비의 양보다 그 지역에서 증발(산)하는 양이 많은 장소를 말하는 것입니다. 조금 더 학문적으로 말하면 물수지(water budget=강수량-증발산(양))가 0이나 음수가 나오는 지역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이 물수지에 식생은 강우의 양과 증발량 양쪽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막화를 막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식물은 뿌리를 통해서 땅이 물을 머금게 할 뿐만 아니라, 증산을 통해서 비가 더 많이 내리게 하고, 우산처럼 땅을 가려주어서 증발량을 줄이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강우의 양을 늘리고 증발의 양은 줄여주니 당연히 물수지는 증가하게 되고요. 따라서 숲을 없애고 리조트를 짓는 다던가, 아니면 숲을 초지로 바꾸는 등의 식생의 변화는 그 외형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물수지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식물은 매해 자라는 양이 다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력(carrying capacity)이 매해 조금씩 달라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올해 1,000마리를 충분히 방목할 수 있었던 땅이 다음 해에는 800마리의 가축도 키울 수 없는 땅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땅에서 매해 1,000마리의 가축을 키우게 되면 수용력이 낮아지는 해에는 그 생태계에 과부하를 주게 되고, 그렇게 과도한 가축의 방목에 의해 망가진 식생은 그 후의 식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는 골프장을 짓기에 적합하지 않은 장소에 골프장 등의 유락시설을 대규모로 개발하게 되면 그 국소지형의 기상을 변화시켜 강우 패턴이 달라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프리카에서 과도한 방목으로 초지가 황폐화되고 그에 대한 결과로 먹을 물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나 여타 국가에서 지형과 식생을 고려하지 않은 난개발은 여러 가지 환경적 문제들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토지 이용 변화에 대해 저희들은 다각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예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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