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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마드 노을 Mar 12. 2024

동기들은 다 승진을 했다

나는 백수인데 말이야


[동기들은 과장이 됐고, 나는 여전히 실업자였다]



퇴사한 지 1년 된 예전 회사의 동기한테 가끔 전화가 온다.

아직도 밥벌이 없이 놀고먹는다고 했더니, 동기는 '야, 개 부럽다!'라는 말과 함께 사무실 욕을 시작한다.

너는 적어도 내가 받는 스트레스는 안 받으니까 너무 부럽다는 말을 끝으로 하소연이 마무리가 된다.



동기들은 다 책임자급으로 승진을 했다고 한다.

13년 차 직장인이 승진을 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닌 데, 어째 그걸 듣는 내 기분은 썩 유쾌하지 만은 않다.


난 아직도 백수인데, 동기들은 다 과장이 됐다.

나도 계속 다녔으면 과장이 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동기들 승진할  나는 뭘 하고 있었나 싶어 진다. 

백수가 되고 나서는 번듯한 직장 다니며 잘 사는 사람들을 보면 내 현재상황과 너무 비교가 되어 위축되고 조바심이 났다.




문과출신 30대 노처녀 백수,
대한민국에서 살기에 불리한 조건을 두루 갖춘 내 현실이 오늘따라 더 뼈아프다.








[그들이 사는 세상]



요즘은 비교하기에 참 좋은 세상이다.

비교의 대상이 옆집 누구 동네 누구가 아니라 전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대되었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나는 항상 남과 나를 비교했고, 상대적 박탈감과 자격지심이라는 고질병을 얻었다.

비교는 동기부여가 되어주는 경우도 있었지만, 욕심은 끝이 없었기에 항상 불만족이라는 갈증에 시달렸다.


잘 나고 잘 는 사람들을 몰래 훔쳐보며 동경했고 그들의 세상에 속하고 싶었다.

저 사람들 틈에 내 자리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이게 과욕이라면 보급형이 되어도 좋으니 잘 사는 흉내라도 내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결핍과 부족함에 몰두했고 하루하루가 괴로웠다.






[과장시켜 주면 다시 회사 다닐래?]



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과장시켜 준다면 다시 회사 다니고 싶어 그래서?'


내 마음속에서 솔직함을 담당하고 있는 또 다른 내가 펄쩍 뛰며 화를 낸다.

미쳤어? 절대 싫거든? 얼마나 지긋지긋했는데!

백 번 천 번 물어봐도 답은 똑같다.


그랬더니 이번엔 바른말하기를 담당하는 또 다른 내가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그들을 부러워할 이유가 없어.



동기들은 응당 대가를 치르고 그 자리를 얻은 것이며, 나는 그들이 내어준 건 보지 못한 채 결과만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이 얻은 것은 내가 갖고 싶은 게 아니었다.





나는 내가 바라던 대로 휴식기를 가지며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시간을 갖게 됐다. 


노처녀이기에 책임져야 할 식구가 없어서 퇴사를 비교적 수월하선택했,

백수가 되어 숨을 고른 덕분에 다른 길을 걸어갈 기회를 얻었다.


독박육아에 지친 누군가는 지맘대로 사는 노처녀를 부러워할 수 있으며,

계속되는 야근과 상사의 폭언에 시달리는 직장인은 오늘도 퇴사를 꿈꿀 것이다.



내가 가진 것들이 누군가의 꿈이며 바람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내 것의 가치를 알게 되니 비교라는 건 순간 지나가는 감기처럼 느껴졌다.

각자의 상황이 모두 다르기에 비교는 의미가 없으며, 어떤 누구도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다.


내가 원한 건 승진이 아니라 자유였고, 현재의 나는 그걸 얻었다. 지금은 그걸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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