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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마드 노을 Mar 15. 2024

백수에게 자존심이란

백수도 자존심이란게 있습니다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나는 남들이 봤을 때 있어 보이는 직업이 갖고 싶었다.

회사명함과 사원증은 내 능력을 보여주는 증명서 같았다.


나는 백수가 됐고 이제 한동안은(어쩌면 계속) 있어 보이는 일을 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회사를 나올 때 '정 안되면 알바라도 하면 되지 뭐가 문제야!'라고 호기롭게 말하던 나는 없었다.

세상엔 뭐 하나 쉬운 일이 없었고 가장 큰 문제는 만만해 보였던 그 일을 하고 싶지 않은 내 마음이었다.


이 나이 먹고, 이제 와서, 이런 일을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사람이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것도 적응하기도 어렵다는 말이 떠올랐다.



나란 인간은 돈이 없어도 폼 잡는 건 포기가 안 되는 걸까.

내 마인드는 직장인이었던 1년 전에서 우뚝 멈춰있었다.












[폼생폼사의 정체]



생계를 위한 알바를 찾을 때 나를 괴롭히던 생각이 하나 더 있었다.

고작 이런 거 하려고 회사 그만둔 거냐, 내 그럴 줄 알았다는 말을 듣게 되면 어쩌나 싶어서 미리부터 자존심이 꿈틀거렸다.


나는 항상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인정욕구를 채우려 애썼다.

사람의 성향은 쉽게 바뀌는 게 아니기에 퇴사하고 나서도 내내 힘들었다.


이렇게 하면 남들이 뭐라고 생각할까부터 걱정했기 때문에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없었다.

'회사는 그만뒀지만, 나 하찮은 사람 아니거든?' 하며 내가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했다.

난 여전히 남의 평가에서 고득점을 받고 싶어서 고달픈 사람이었다.



인생의 중심축이 내가 아닌 타인을 기준으로 돌아갔고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일은 불가능했기에 나는 항상 지는 게임을 하고 있었다.






[뭣이 중헌디]



사람이 누군가를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나는 오만하게도 남의 생각까지 내 맘대로 좌지우지하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이었다.


내가 할 일을 해내는 것까지가 내 몫이었고, 그에 대한 결과나 평가는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어쩔 수 없는 것에 대해 괴로워하는 건 불행해지는 지름길이며 나는 그 길을 부지런히 걷고 있었다.


남의 생각은 그 사람 고유의 것이기에 내가 신경 쓸 부분이 아니고,

타인이 평가는 전혀 중요한 시험이 아니기에 좋은 점수를 받을 필요도 다.



나와 평생을 함께할 사람은 나 자신인데 엉뚱하게 눈치를 보고 있으니 속 시끄러운 일이 생기는 건 당연했다.



남은 나를 책임져주지 않으며 내게 몰두하며 살기에도 인생의 시간은 빠듯하다.

그래서 앞으로는 남에게 있어 보이기 위해 폼 잡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떳떳해지기 위한 '진짜 가오'잡으며 살고자 한다.



이제야 비로소 백수의 진짜 자존심을 지킬 수 있게 됐다.

마, 내가 직업이 없지 가오가 없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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