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때에 맞춰 잘도 변하는데 어째 나의 매일은 항상 같은 날의 반복이다.
너무 더워서 지친 건지, 늘어지고 누워만 있고 싶은 날의 연속이었다. 어느 순간 무기력이 찾아와 버렸다.
직장인일 때는 내 힘의 항아리가 다 채워지지않은 상태에서 나의 체력보다 많은 일을 했던 탓인지 항상 지치고 힘들고 너무 지겨웠었다. 회사 다니면서 정말 싫었던 게 내일이 되면 출근을 해야 한다는 거, 내일이 온다는 사실이 너무 지겹고 싫었었다. 퇴사를 하고 초반에는 매일매일 토일의 반복된다는 게 정말 너무 행복했다.
내일이 되어도 너무 가기 싫은 회사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
하고 싶지 않은 건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남의 명령에 의해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
싫은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고 즐겁고 감사했다.
일단 몸서리치게 싫었던 모든 것을 끊어냈기에 숨통이 트였고,
와 이거지! 이런 자유가 있었는데! 하 좋다! 하며 하루하루가 즐거웠었다.
헌데 매일매일이 토일이라는 게 요샌 조금 루즈한 느낌이 든다. 사실 내가 돈이 많아서 매일 놀고먹으며 해외여행도 다니고, 취미로 요가를 하고, 네일아트도 기분 별로 받고, 피부관리와 전신마사지를 받으며, 미용실 가서 머리 하면서 우아하게 잡지 넘기고, 더우니까 한 번씩 수영도 하고, 띵가띵가 악기도 배우고 살았다면 하루하루가 근심걱정 없이 즐거울지도 모르겠다.
허나 백수라이프가 4개월 차에 들어서는 지금, '이제 뭘 먹고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에 편두통이 생겼다. 나에게 주어진 이 무한적인 자유의 시간이 처음엔 해방감으로 가득 찼다면, 이제 먹구사는 고민이 슬금슬금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회사 다닌 것밖엔 크게 한 게 없었기에 어떤 걸 하든지 바닥부터, 1부터,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내 현실을 정면으로 맞닥뜨리고 나니 고민과 함께 무기력이 찾아와 버렸다.
나는 일도 사람도 그 어떤 것도 딱히 꽂혀서 파고들거나 광적으로 좋아한 적이 별로 없다.
일=먹고살기 위해하는 거
사람=남의 일에 크게 관심 없음
취미=그냥 누워서 띵가띵가 시간 보내는 게 제일 좋음
특기=그냥 누워서 띵가띵가 시간 보내는 걸 제일 잘함
이런 내가 먹고사는 밥벌이로 어떤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게 막연하게 느껴졌다. 난 이제 걸음마를 뗐을 뿐인데 에베레스트 등반을 결정할 순 없었다. 그리고 내가 등반해야 하는 산이 에베레스트가 맞는 지도 잘 모르겠다. 뭘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고 잘할 수 있을지에도 자신이 없었다. 방향성에 대한 고민, 그리고 방향을 정하고 나서는 과연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 열심히 하더라도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에 대한 보상이 따라오지 않을까 봐 지레 걱정되어 노력을 거부하는 마음... 이 모든 것들이 서로 손에 손을 잡고 내 주변을 강강술래를 하며 빙빙 돌고 있는 느낌이다.
나는 항상 나를 키우는 중이라고 농담 식으로 이야기하곤 했었는데 정말 자식을 키우는 기분이다. 나를 어떻게 대해주고 성장시켜줘야 할지에 대해 숙제를 받은 것 같다.
항상 고민한다.
아직 하고 싶은걸 정확히 모르기에 그냥 내키는것, 하고 싶은 것만 하게 내버려 둬야 하는지,
아니면 마냥 늘어지고 싶은 나의 게으름이 문제임을 인식하고 어떤 목표를 설정해서 다시 나아가야 하는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함과 동시에 또 너무 고민하지 말고 단순하게 하고 싶은 대로 살아보는 게 다 필요한 것 같다. 어찌 보면 상충되는 두 가지를 모두 해야 하기에 더 어렵다. 망설이고, 방황하고, 고민하고, 넘어지고... 사실 퇴사할 때 어느 정도는 각오했던 부분이다. 지금 나의 감정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것 같다. 사실 모든 게 처음이니까 말이다.
오늘도 무기력의 웨이트원판이 내 몸에 매달린 듯 늘어지는 날이었지만 잠시라도 일어나 글을 써본다.
"아 어차피 죽으면 맨날 누워있을 테니 오늘은 좀 움직여볼까?"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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