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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마드 노을 Aug 23. 2023

가성비인생

인생의 중요한 선택도 가성비를 따져야 하는 건가

나는 올해 3월에 퇴사를 했고 지금은 별다른 일은 하지 않고 지내고 있다. 7월 말에 여름휴가를 갔다 와서는 모든 게 많이 느슨해진 기분이다. 너무 더운 날씨도 한몫했고 항상 등록하던 헬스장기간이 끝났는데 재등록을 하지 않아서 몸과 마음이 더 늘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몇 년 전부터 에어컨을 살까 말까 고민만 하다가 역시 올해도 에어컨 없는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두세 달 쓰자고 200만 원 가까이 되는 돈을 지출하며 에어컨을 사는 게 맞는가 라는 질문에 그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구매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극강의 가성비충이 되다 보니 어느 순간은 참 어지간하다 싶기도 하지만 이젠 하나의 생각회로로 굳게 자리를 잡은 것 같은 느낌이다. 나는 볼펜 하나를 살 때도 이것저것 생각을 많이 한다. 가격 성능 내구성 등 모든 걸 고려해서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어서 그만큼 많이 고민하고 재고 따진다. 좋게 말하면 신중한 건데 그냥 가성비충이라서 그런 것 같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현재 갖고 있는 자원이 풍족하지 않아서 여유가 없는 경우에 어지간한 노력으로 쓸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가성비선택을 하게 된다. 욕심은 있는데 제반환경이 받쳐주질 못하고 내 능력으론 어렵다는 생각이 들 때 현실에 순응하며 내리는 최선의 선택방법이다. 물건 고르는 것부터 밥 한 끼 먹는 것까지 가성비를 쫓다 보니 어느 순간 그냥 회사도 여건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그럭저럭 다니고, 배우자도 적당한 사람과 실용적으로 연애하다가 적당히 괜찮으면 결혼해야 맞는 건가라는 의문이 든다. 어느 순간 인생의 중요한 선택도 가성비를 고려하고 있다.



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퇴사를 했었다. 적어도 괴롭게 돈을 벌지는 말자라고 생각했다. 하나 퇴사초반과는 달리 지금은 그나마 잘할 수 있는 것, 앞으로 잘될 것 같은 것, 당장 이익이 생기는 일 등에 자꾸 귀가 솔깃해진다. 당분간은 그냥 마음이 끌리는 대로 내 맘대로 지내려고 마음먹었으나 해야 하는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온 내가 단지 하고 싶어서 무언갈 한다는 게 마냥 쉽지만은 않다. 현실주의자이며 가성비인생을 살아온 나이기에 어쩌면 너무 당연한 생각의 흐름이다.  순수하게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는 게 많은 시간과 에너지, 인내, 그리고 돈이 필요한 일이기에 더 그렇다.



내가 하는 일만큼은 가성비를 고려하지 않고 좀 더 열린 마음으로 골라보고 싶다. 1을 갖고 싶을 땐 1을 사야지 어설픈 1-4를 사면 얻고 싶었던 1을 갖지 못했으니 만족스럽지도 않고 돈은 돈대로 쓴 게 된다. 만족감도 얻지 못하고 어설프게 돈만 쓸 바엔 조금 더 쓰고 제대로 된 만족을 얻는 게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끝없이 내게 이야기한다. 현실만을 좇아서 30년 넘게 살았기에 단 1,2년만이라도 그냥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재미를 좇아서 살아도 큰일 나지 않는다고 말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이 분명 있을 것 같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체 저런 걸 왜 하지, 저런 건 쓸데없는 짓인데라고 해도 내가 하고 싶다면 그냥 해볼 수 있는 용기와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뭔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정당한 이유, 타인의 납득, 사회적 통념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안 되는 이유 만 개가 있어도 '그냥 하고 싶다'는 내 마음하나가 가장 정당하고 확실한 이유니까 말이다.






작가가 직접 읽어주는 글이 궁금하다면 ↓↓

                                                   

https://youtu.be/8zYRcRF9bLs?si=IRgEeJ1AvGWjHGZ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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