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놀마드 노을 Mar 14. 2024

축제에 진심인 스페인, 하얗게 불태웠다

스페인은 다양한 축제가 많기로 유명하다.


내가 바르셀로나 근교도시인 시체스에 머물 때

시체스의 엄청 큰 행사인 카니발기간이어서 운 좋게 축제를 즐기게 됐다.



며칠 동안 계속되는 카니발 행사와 퍼레이드로 인해 온도시가 축제분위기였다.

때마침 코로나가 끝나가던 23년 2월이어서 축제분위기가 더 뜨거웠다.


화장실 인심이 박하기로 유명한 유럽에 무료 공중화장실까지 설치를 해놨으니 말 다했다.

남의 나라 화장실을 보며 이 사람들이 얼마나 축제에 진심인지를 확인했다.


백설공주 복장하신 분은 바르셀로나에서도 봤었다! 핫플은 다 찾아다니시는 듯하다!

곳곳에 이렇게 축제복 차림으로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거리만 다녀도 눈이 즐겁다. 이게 축제의 재미지.

밤 9시부터 시작하는 카니발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엄청난 인파가 모였다.

나도 자리를 잡고 앉아서 퍼레이드를 기다렸고 마침 한국 대학생 두 명을 만났다.

자리를 맡아달라고 부탁하고 나서 편의점도 갔다 오고 아까 봤던 간이화장실도 요긴하게 이용했다.




카니발의 꽃, 퍼레이드의 시작 :
스페인 사람들의 저세상 텐션!





세상 태어나서 이렇게 큰 퍼레이드를 본 건 처음이었다.

무려 트랙터가 등장해 버릴 줄이야! 스케일이 어마무시하다.


기존 퍼레이드는 손이나 가끔 흔들어주는 게 전부였다면

시체스 카니발퍼레이드는 모든 사람이 서로 장난치고 사진도 찍고 소통하며 냅다 같이 놀아버린다.


퍼레이드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엄청 자유롭게 즐기는 느낌이라 보는 사람들도 그 분위기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심지어 담배 피우면서 다니시는 분들도 있었다.(!)


다양한 콘셉트와 분장, 춤, 쇼, 연기가 어우러져서 보기만 해도 즐겁고 신났다.

밤 9시에 시작한 퍼레이드가 12시가 넘도록 계속 됐는데도 모두 지친 기색 없이 끝까지 신나 있다.


이게 스페인의 열정이구나.

과거 대항해시대를 열어젖힌 힘이 이렇게 전해 내려오는 건가 싶어 진다.




K유교걸의 컬처쇼크



자정이 넘으니 피로가 몰려와서 슬슬 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퍼레이드 하던 남자분이 내 옆에 있던 남자분에게 와서 확 껴안고 찐한 키스를 해버린다!(허걱)


시체스가 게이들이 많이 사는 도시인건 알았지만, 이렇게 눈앞에서 확인하는 건 예상에 없던 일이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개방적인 애정표현에 컬처쇼크를 느껴버렸다. 

그러나 나는 K유교걸의 정체를 숨기고 태연한 척을 했더란다.(릴랙스!)




새벽 1시가 다되어 숙소로 돌아와서 머리카락 사이에 있는 종이꽃가루를 떼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에도 퍼레이드의 여파가 가시지 않아서 늦잠을 자며 종일 푹 쉬었다.

30대가 되고 나서는 하루 과하게 놀면 다음날 하루는 종일 쉬어야 한다.



와, 일하는 것도 힘들지만 노는 것도 쉽지가 않다!



역시 세상은 넓고 그만큼 재밌는 게 많다.

하루 잘 놀았더니 즐겁게 놀기 위해서라도 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건설적인 깨달음을 얻었다.

재밌게 놀기의 순기능을 경험하며 하얗게 불태웠던 시체스 카니발,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전 16화 가우디투어를 고민 중이라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