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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마드 노을 Mar 28. 2024

단돈 20유로의 스페인 미슐랭식당


스페인 바르셀로나 근교도시 시체스에 머물 때 미슐랭식당이 있다고 해서 방문했다.


미슐랭은 많이 들어봤는데 정확히 뭔지를 몰라서 한 번 찾아봤다.

Michelin(영어발음 미쉐린, 불어발음 미슐랭)이라는 프랑스 타이어 제조회사에서 발간한 여행책자에서 소개한 식당정보가 유명세를 얻게 되면서 지금의 미슐랭이 되었다고 한다.


타이어회사에서 무슨 여행책자인가 의아했는데 자동차를 많이 팔기 위해 발간했다고 하니 이런 게 발상의 전환이 아닌가 싶다.




바르셀로나 근교도시 시체스에 있는 미슐랭식당
 Casa Hidalgo


스페인은 오후 1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식당들이 많다.

스페인사람들은 오전엔 가볍게 식사를 하고 오후 2시 이후에 본격적으로 점심을 먹기 시작해서 저녁식사는 밤 8시-10시 사이에 한다고 한다.

이 식당도 1시부터 영업을 시작을 했고 내가 제일 먼저 들어갔다.

구글맵을 켜고 찾아갔더니 식당 문밖에 부착된 2018 미슐랭마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내부는 전반적으로 어두운 조명이 켜져 있었고 스페인 로컬느낌이 물씬 났다.

일단 분위기는 마음에 들었다.


난 혼자 다니다 보니 애피타이저와 메인요리, 디저트를 세트로 파는 메뉴델리아를 많이 먹었다.

여기서도 메뉴델리아 메뉴 중에 골라서 주문을 했다.


해안도시 시체스에서는 해산물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몰라도 유난히 더 짠 음식이 많았다.

그래서 음식을 주문할 때마다 '짜지 않게 만들어주세요!'를 스페인어로 번역해서 항상 보여드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짜긴 짜다!)


식전빵과 함께 애피타이저로 나온 건 홍합요리였다.


그 맛은?

오, 생각보다 괜찮다!


간이 세지 않은 토마토소스와 다진채소가 홍합과 어우러져서 꽤 맛있었다.

홍합을 쏙쏙 빼먹고 나서 식전빵에 남은 소스와 안에 들은 채소를 올려먹으니 채소 씹는 재미도 있고 빵도 부드러워서 너무 맛있다.

거의 설거지를 하듯이 빵에 남은 소스를 삭삭 발라서 다 먹었다.



음, 이쯤 되니 메인요리가 살짝 기대된다.

메인은 으깬 고기를 얇게 편 반죽에 말고 그 위에 치즈를 얹은 요리였고 익숙한 맛이 났다.

치즈이불 안에 있는 으깬 고기가 엄청 부드러워서 고기가 아니라 참치캔에 든 참치살을 먹는 느낌이었다.

위에 치즈 때문에 엄청 느끼한데 짭짤하니 맛이 괜찮았다.


이 음식은 바르셀로나식 라자냐인 까넬로네스 canelones이며 성탄절 같이 특별한 날에 먹는다고 한다.

이후로 식당에 가니 이 이름이 보여서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구나 싶었다.



디저트로는 카탈루냐크림을 먹었다.

처음엔 크림 브릴레라고 생각했는데 서로 다른 음식이었다.

안은 푸딩처럼 부드럽고 겉에는 설탕을 올린 후 태워서 캐러멜처럼 만드는 것은 똑같지만 카탈루냐크림은 계피나 레몬껍질로 맛을 내고 크림 브릴레는 바닐라를 이용한다고 한다.

실제로 다른 스페인식당에서 카탈루냐크림을 먹을 때 나무껍질 같은 게 나와서 사장님께 여쭤봤더니 계피라고 알려주셨다.



스페인에 와서 벌써 4번째로 먹은 카탈루냐 크림이었는데 여기서 먹은 게 가장 달았다.

설탕이 고대로 씹히는 극강의 단맛이라, 단거 좋아해서 당나라 사람인가 싶은 나에게도 버겁게 느껴져서 좀 남겼다.

 



메뉴델리아로 3가지 음식을 먹고 따뜻한 차까지 마셔서 20.25유로가 나왔다.

음료값이 별도라서 메뉴델리아 금액만 보면 18유로 정도였다.

미슐랭까진 몰라도 저렴한 가격에 꽤 맛있게 먹어서 만족스러웠다.

계산하면서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하고 기분 좋게 식당을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는 해안가 작은 마을의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골목 여기저기를 구경했다.

2월 겨울이라 파릇파릇함이 조금 덜하지만, 봄이나 한여름엔 싱그러움이 배가 될 것 같다.


곳곳에 예쁜 골목이 많아서 사진 찍는 재미가 있었다.

복잡하고 활기 넘치는 바르셀로나도 좋지만 조용한 해안마을의 골목도 너무 좋다.

숙소로 가는 길에 마주친 고양이!

바르셀로나에 와서 개는 많이 봤는데 고양이를 본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유럽사람들의 멍멍이 사랑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던 중에 고양이를 보니 어찌나 반가운지.

(난 사실 개보다 고양이를 좋아한다)


스페인고양이에게 한국어로 인사하자 영 무심한 표정이다. (아 돈 스핔 스페니쉬!)

나만 잘 먹은 게 미안해서 마트에서 산 하몽을 조금 떼서 줬다.(최대한 덜 짠 걸로 조금만 줬다)

꿋꿋하게 안녕! 하고 인사하고 숙소를 향해 걸어갔다.


밥 먹고 사진 찍고 고양이 만나고, 흐르듯이 흘러가는 하루가 나른하고 포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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