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생활 1년 7개월 차, 용기 내서 지원했던 단기알바는 모두 가지 않기로 했다.
핸드폰에서 울리는 통장출금진동은 마치 바닥이 드러난 쌀독에서 쌀을 긁어모으는 벅벅 소리 같다.
회사원일 때 했던 투자에서 큰 손실까지 보면서 풍랑 앞의 돛단배처럼 삶전반이 흔들리고 있었다.
▪︎취업지원과 구직수당을 주는 국민취업지원제도
그때 마침 국민취업지원제도에 대해 알게 되었다.
구직자에게 취업지원서비스와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소득도 지원해 준다 하여 신청을 했다.
나는 1 유형에 해당되어 매달 50만 원씩 6개월 동안 구직촉진수당을 받는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천 원짜리 하나도 너무 소중한데 50만 원이라니!
채워지는 건 없고 나가는 건 정해져 있는 백수살림에 이 지원금은 가히 구호물자라 할 수 있다.
역시 세상에 죽으란 법은 없나 싶다.
* 69세까지 지원이 되니 해당이 되는 구직자는 꼭 신청해 보시길 바랍니다 *
▪︎ 큰 기대 없이 시작된 대면상담
관할고용센터에서 담당자분이 배정되면서 세 번의 대면상담을 하게 되었다.
별 기대 없이 고용센터를 방문했는데 담당상담사께서 연신 미소를 지으시며 두서없이 주절거리는 넋두리 같은 내 이야기를 경청해 주셨다.
현재는 풀타임으로 일하는 게 부담스러우며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답답한 마음을 글로 쏟아낸다고 말씀드렸다.
"글을 쓰시는군요. 정말 고급스러운 방법으로 해소하고 계시네요."
돈도 안되고 큰 성과를 거둔 것도 아니라서 혼자 품고 있던 글쓰기에 대해 고급스럽다니.
남부끄러워 숨겨둔 못난 자식이 알고 보니 효자라는 걸 알게 된 것처럼 글쓰기가 기특해진다.
내가 어떻게 정의 내리느냐에 따라 무의미하고 쓸데없는 짓이 될 수도, 고급스러운 작업도 될 수 있으니 더 응원해 주고 잘 키워줘야겠다는 생각이다.
이어진 두 번의 상담에서는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셨다.
상담내용과 직업심리검사자료를 활용하여 내 특성과 상황을 파악하신 후 일경험 참여, 자격증취득 등 취업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길을 제시해 주신다.
11년 동안 해온 사무직 경력을 살려 덜 바쁜 곳으로 취업하는 것이 무난한 방법이며,
풀타임이 부담스러우면 파트타임 서비스직이나 알바부터 하는 것도 괜찮다고 하셨다.
관심분야인 글쓰기도 계속하며 SNS서포터스나 기자단 활동 등도 도전해 보라신다.
어디서 어떤 기회가 생길지 모르니 조급하게 생각하지는 말되, 공백 기간이 너무 길어지는 것은 좋지 않다는 말씀과 함께.
국가차원에서 종합구직서비스와 구직촉진수당까지 지원해 주니 취준생에겐 참 좋은 제도라는 생각이다.
이해와 지지를 바탕으로 진행된 상담을 통해 내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고 취업시장의 현실도 알게 됐다. 지원금 덕분에 쌀독 바닥을 보는 일도 면했다.
지금이 중요한 시기라는 것을 상기시키며 구직사이트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