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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마드 노을 Oct 04. 2024

30대 백수가 단기알바마저 포기한 이유


▪︎ 목구멍은 포도청 검찰청이다

 

30대에 백수가 된 지 1년이 훌쩍 넘어간다.

마냥 놀지만은 않았지만 이렇다 할 수익이 없다.

바닥을 드러내는 곳간, 통장을 보니 돈벌이에 대한 압박이 육중한 돌덩이가 되어 머릿속을 굴러다닌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아무 일이나 할 수가 없다.


'제발 뽑아만 주세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입사지원서를 쓰던 20대의 나와 지금의 나는 주민번호만 같이 쓸 뿐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하고 싶은 건 전혀 없었고 하기 싫은 건 수도 없었다.

의지도 체력도 20대를 생각하고 덤볐다간 피로와 스트레스라는 원투펀치에 나가떨어지기 십상이다.

이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한정적이다.



풀타임으로 일하고 싶지 않았고 할 만한 자리도 없어서 단기알바를 찾아봤다.

여기저기 지원을 했더니 몇 군데에서 연락이 왔다.


[축제지원알바] 가을ㅇㅇ축제 운영지원(물건판매, 키오스크안내, 테이블정리, 서빙 등)
[교통상황조사알바] 교차로에 서서 자동차와 보행자 움직임 기록 (장시간 서서 근무)



회사에서 사람에 치여서 넌더리가 났던지라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정신이 아득하고 도망치고 싶었다.

인파로 붐비는 곳은 놀러도 가지 않는데 북적거리는 축제는 생각만 해도 지친다.

또한 계속 서서 해야 하는 조사알바는 더운 날씨에 몸이 축나 소탐대실이 될까 봐 내키지가 않는다.



'하고 싶지 않아. 하기 싫어. 못해!'


몸과 마음이 한 목소리로 싫어를 외치고 있다.

당장 한 푼이 아쉬워서 고민고민하다가, 결국 모두 취소했다.









▪︎ 나를 살리는 한마디 '싫어'


예전 같았으면 이런 나를 비난했을 거였다.

너 배가 불렀구나, 아직 안 급하구나 스스로 아픈 말을 쏟아냈을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내가 나서서 나의 적이 되었다.


하지만 싫다는 마음나를 살리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그동안 이런 신호를 무시한 채 참고 참으며 얻은 것은 번아웃과 과로로 인한 퇴사였다.


어떤 일이 싫은 것인지, 그 어떤 것이 무엇인지를 잘 살펴봐야 했다.

다수의 사람을 상대하는 일, 쉴 새 없이 바쁜 일, 몸이 축나는 일

이렇게 너무 싫은 걸 골라내는 것이 내게 맞는 일을 찾는 시작이었다.

싫다며 살려달라는 내면의 목소리는 나의 특성과 취향을 알려주는 고마운 신호였다.




조금 더 마음의 여유를 갖기로 했다.

싫다는 외침은 게으름과 부정의 표현이 아니라

내 삶을 내게 맞춰 만들어갈 수 있게 도와주는 구원자라는 걸 알았다.

나를 그르치지 않는 삶을 꾸려가기 위해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로 했다.






그렇게 알바생각을 접었으나 다시 진지하게 취업을 고민해야 할 일이 생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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