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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마드 노을 Oct 11. 2024

염세주의자가 됐더니 살고 싶어 졌다

현실이 말한다 ⎜

업상담을 받고 나서는 무슨 일이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취업사이트를 뒤적거린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도, 할 만한 일도 보이지 않는다.

웬만한 곳은 소수인원만을 뽑는 데다가 보기만 해도 어려운 시험과 거듭되는 면접을 치러내야 한다.

쓸모를 인정받고 싶다면 어디 한 번 덤벼보라는 정중한 으름장 같다.

취업을 위해 넘어야 할 담의 높이는 롯데타워 저리 가라이며 길이는 만리장성 수준이다.

합격 가능성은 희박하고 합격해도 버틸 힘과 의지가 없다.

다시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먹기 싫은 반찬을 깨작거리듯 마지못해 보던 취업사이트를 닫아버린다.

좌절감에 못 이겨 달콤한 과자를 입에 쑤셔 넣는다.

누군가는 담배를 피우고 누군가는 술을 마시듯 나도 그렇다.



세상의 어둠 ⎜

튜브에서 쉬었음 청년과 은둔청년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은둔만 안 했을 뿐 내 이야기다.


'내 잘못이 아냐, 사회가 문제야. 봐 나만 이런 게 아니잖아?'


혼자는 아닌 것 같아 위로가 되는 것도 잠시, 세상이 뭐 이런가 싶어서 취업사이트를 뒤지며 느낀 좌절이 원망으로 낯을 바꾼다.


0.72명으로 세계최저인 대한민국 출산율은 곧 무너질 것이며 2072년이면 인구의 절반이 노인이라고 한다. 

내가 노인이 되면 일할 사람은 없고 공적연금은 바닥나고 노인빈곤은 극심해질 것이다.



지구의 신음 

답한 마음에 더운 한숨을 쉬고 있는데 날씨마저 후덥지근하다.

뜨거운 걸 넘어 펄펄 끓는 여름을 지나오며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온몸으로 느꼈다.

몇십 년 안에 인간이 멸종할 거라는 환경 다큐가 결코 허풍 같지가 않다.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난은 심해질 것이고 그로 인한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인간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가 올여름 땡볕처럼 무섭게 따끔거린다.





내 현실도, 사회도, 세계도, 지구도 모두 희망이 없다.

점점 염세주의자가 되어가며 모든 게 무의미해진다.


'이렇게 살아서 뭐 해. 열심히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결정했다.

답도 없고 미래가 없는 세상에서 오늘 행복해지기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암담한 미래 말고 당장 내 손에 쥐어진 지금의 행복을 놓지 않기로.


사회문제도 지구문제도 소수의 개인인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아주 적거나 거의 없다.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린다.

어차피 죽으면 끝이고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다.

바꿀 힘도 없고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지금,

가장 현명한 선택은 그냥 오늘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를 걱정하면 오늘의 허무가 깊어지지만

지금 행복한 걸 생각하니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겨난다.


행복한 내가 어떤 누구에게라도 긍정적인 존재가 된다면,

그로 인해 누군가 좋은 영향을 받는다면,

그것이야말로 하찮은 개인이 세상을 바꿔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 세상이 어떨지라도 내 세상에선 행복할 것.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할 것.

할 수 있는 안에서 내 몫을 다하는 당당한 나로 살 것.


내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으나 나 자신은 바꿀 수 있다.

남을 바꾸려 하지 말고 나를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오늘의 행복에 더 집중하며 살아야 할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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